왕모람(뽕나무과) - 견고한 벽면녹화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덩굴 식물들이 있지만, 일본에서 벽면녹화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식물들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관동이북에서 사용 가능한 식물은 그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식물도감을 보면, 관동지방에서 생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덩굴식물을 몇 종류 고를 수 있지만, 원래의 생육지가 심산유곡인 식물들은 도심에서는 생육 가능성이 불명확하고, 막대기 모양에는 잘 기어오르지만 벽면과 같은 평면에는 잘 올라가지 못하는 특성이 있는 경우도 있어, 실제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왕모람은 큐슈나 오키나와 지방에서는 일반적인 벽면녹화용 식물이지만, 도쿄 부근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식물도감(일본의 수목:山と渓谷社)에 의하면, 생육 분포가 "혼슈:보소반도의 서쪽(本州:房総以西), 시코쿠, 큐슈, 오키나와, 아시아 동남부"로 되어 있어, 전형적인 난지형 식물 분포이다.
관동지방의 식물원등에 심어져 있는 것은, 작은 잎이 밀집된 상태로 암반 등에 딱 붙어 있어, 보통 왕모람보다 아주 작아 보인다. 나 역시 왕모람은 모람보다 작은 식물이라고 믿고 있었을 정도이다. 나중에 오키나와에서 홈그라운드(?)의 왕모람을 보고, "왕"자가 붙은 이유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만, 관동이북 사람에게 그처럼 다른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2007년 정월, 사이타마켄의 사이타마 시내를 걷다가 아주 제대로 된 왕모람 벽면을 발견했다. 벽에 딱 달라붙은 떡잎의 무리도 그렇고, 올라 갈수록 잎이 크게 솟구쳐 있는 모습 등은, 오키나와의 벽면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너무나 훌륭해서 카메라를 꺼내 찰칵찰칵 사진을 찍고 있자니, 동행자가 부끄럽다고 멈추라고 그런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이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상관 없다. 프로페셔널이라면 이 정도의 시선에 뒷걸음질쳐서는 안 되는 법이다.
오키나와의 모람 벽은 이 정도까지 올라가게 되면, 더욱 위로 가지를 늘리고 본격적으로 '왕모람'으로 변모해 가지만, 여기에서는 아직 거기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이곳의 기후 조건하에서는 수총화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것이 녹화용으로서는 알맞은 것은 아닐까.
주위에 있는 주택의 뜰을 관찰해 보니, 알로에, 무늬접란, 인도고무나무와 같은 열섬현상 지표식물(내가 붙인 단어로,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이 많이 발견되었다. 사이타마시는 도쿄 도심보다도 내륙 측에 위치해, 겨울철의 추위는 더 심하지만 식물의 생육 상태를 보면 전혀 서리가 내리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기후조건이라면 난지 본래의 모습으로 생육하고 있는 것도 납득이 된다. 관동 평야의 도심에서는 여러 덩굴 식물 중에서도 가장 견고한 녹화면을 형성하는 왕모람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옮긴이: 한규희 어번닉스(주) 대표 / 일본 (재)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