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부메랑인지 최근 들어 봄 가뭄이 심상치 않을 정도로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주변의 개울들은 바싹 말라 들어가고 물 부족으로 비를 기다리다 어쩔 수 없이 마른 로타리 치는 논 주위로 뿌연 먼지만 날리고 있다. 다음 주에 온다는 비마저 미심쩍어 못내 걱정이다.
이처럼 건조하고 햇빛이 작열하는 기후에서도 잘 견디는 것도 지피식물의소재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일 것이다. 대게는 바위솔 또는 기린초와 같은 다육성 식물들이 우선 손꼽히고 벼과나 사초과 식물 중에도 제법 강한 소재들이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식물들 중에서 그 이름도 매우 정감이 가는 패랭이꽃이 특히 관심이 간다. 주로 지면에 붙어 낮게 자라고 잎은 좁은 침엽에 가까워 건조에 강하며 양지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종류 들을 찾아보니 패랭이꽃, 술패랭이꽃, 갯패랭이꽃 등 12가지나 된다. 세계적으로 300여종이 분포하며 수백여 품종이 이용되는 패랭이꽃 종류들은 재배가 용이하고 흰색, 분홍색, 자주색, 적색 에서 노랑색까지 다양한 화색이 단색 또는 복색으로 갖가지 문양의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그 중에 카네이션 종류들은 특히 절화나 분화로 널리 이용되며, 그 외에는 대부분 화단이나 조경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홀꽃이나 겹꽃 등 다양한 형태, 문양 및 화색의 꽃들만 아니라 밝은 녹색에서 분청색 또는 회록색 잎들도 낙엽성에서 상록성까지 그 조경적 가치가 뛰어나다. 크기도 다양해서 암석원, 사구원, 스크리가든, 옥상정원, 컨테이너 및 플랜터, 화단의 가장자리, 동선 주변, 구조물 주변의 경계부 등에 무척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는 뛰어난 소재이다.
특성
현화식물인 석죽과(Caryophyllaceae)의 패랭이속(Dianthus)에는 300여종이 있으며 북아메리카의 북극지역에 자생하는 단일 종(Dianthus repens)과 북아프리카에 진출한 소수의 종 외에는 대부분 유럽과 아시아에 분포한다. 속명인 Dianthus는 “신성한”(“divine”)을 뜻하는 그리스어원인 “dios” 와 “꽃”(“flower”)을 의미하는 “anthos”의 합성어이다.
영명은 3가지 대표적으로 재배되는 종 또는 분류군에 따라 “carnation”(Dianthus caryophyllus), “pink”(Dianthus plumarius와 그 근연종들) 및 “sweet william”(Dianthus barbatus)으로 나뉘어 진다. 특히 “pink”의 경우는 원래 꽃잎의 가장자리가 톱니 또는 술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뜻하며 분홍색을 뜻하는 “pink”가 오히려 패랭이속 식물들이 대부분 분홍색인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국명은 “카네이션”을 예외로 “패랭이꽃”이 대표적으로 쓰인다.(패랭이꽃, 술패랭이꽃, 꽃패랭이꽃, 장백패랭이꽃 등…) 패랭이는 꽃 모양이 조선시대에 장돌뱅이들이 쓰고 다니던 모자(패랭이)를 닮은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패랭이꽃속(Dianthus) 식물들은 일부 1~2년생을 제외하면. 대부분 숙근성 초본이며 어떤 종류들은 줄기의 기부가 목질화되어 낮게 자라서 아관목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거치가 없는 선형의 잎들은 대생하며 보통 회백색 또는 회록색이 두드러진다. 대부분 향기가 풍부한 꽃들이 봄과 여름에 걸쳐 피며,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는 사계형 품종도 있다. 주로 흰색에서 분홍색과 적색까지 기본색을 가지는 꽃잎은 5장이고 가장자리가 주름이 지거나 톱니 또는 술 모양으로 잘게 갈라진다. 초장은 5cm에서 1m까지 종과 품종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통은 25~50cm 정도이다.
패랭이꽃 종류들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부터 기록에 나타난다. 그 후 오랜 세월을 거쳐 유럽과 영국을 통해 미국에 까지 전해지는 과정에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름이 생겨났다. 아름답고 호감이 가는 꽃 모양과 색 그리고 향기로 인해 정원을 가꾸는데 빠질 수 없는 소재였으며 와인, 스프, 소스 와 잼과 같은 음식의 향취를 돋우는데 널리 이용되었다. 패랭이꽃 종류들은 자생지에서나 재배지에서 타종간에 교잡이 흔히 발생하여 애호가들이 다양고 품부한 품종을 선발해 낼 수 있었다.
재배
패랭이꽃 종류들은 하루 중 일조시간이 최소 4~5시가 정도는 유지되는 양지에서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종들의 경우엔 반그늘에서 견디기도 하지만 대부분 개화와 생육이 불량해진다. 배수가 양호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비옥한 곳에서 잘 자라며 산도는 중성에 가까운 것이 좋다. 토양이 지나치게 산성인 경우엔 식재 전 소석회와 퇴비를 적당량 넣고 잘 섞어 주도록 한다. 지나친 관수는 잎을 황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심한 건조에 의한 피해가 우려될 때나 식재 후 활착할 때까지 외에는 자주 물을 줄 필요가 없다. 패랭이꽃 종류들은 흔히 자연발아하여 식재지 주변에 새로운 개체들이 번성하므로 노쇠하여 수명이 다 한 포기는 적시에 제거하도록 한다. 꽃이 진 꽃대들을 수시로 제거해 주면 새로운 꽃대의 발생을 촉진시켜 개화기를 연장시켜 준다.
식재시 식재 간격은 넉넉히 하도록 하고, 멀칭은 가급적 피하되 굵은 마사나 쇄석 등으로 하는 것이 줄기 주변의 통풍을 원활하게 유지시켜 준다. 치밀하게 자라는 잎과 줄기들이 과습하지 않고 통기가 원활해야 강건하게 자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패랭이꽃 종류들은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여 이른 봄이나 여름의 무더위가 꺾이는 가을의 초입부터 특히 잘 자란다. 따라서 가급적 이러한 시기에 식재하는 것이 유리하다. 늦봄이나 여름의 높은 온도는 식물에 고온장애를 줄 수 있다. 겨울이 온난한 남부 및 해안 지역에선 가을에 식재해서 이듬해 여름까지 꽃을 볼 수 있다.
번식
패랭이꽃 종류들은 채종이 비교적 용이하며 실생으로 번식이 매우 쉬운 편이다. 파종은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노지에 직접 뿌리거나, 이른 봄에 파종상에 뿌린 후 온실에서 관리하면 당년 개화도 가능하다. 특히 원종의 경우 대량으로 증식하기에는 적합하다. 종자의 결실이 매우 부실하거나 실생으로 형질의 고정이 불가능한 경우엔 삽목이나 분주 등 무성번식을 해야 한다. 삽목은 쉬운 편으로 역시 봄~여름 사이에 잘 자란 줄기 끝 3~5마디를 잘라 삽목상에 꽃아 마르지 않게 관리하면 4~6주 정도면 이식이 가능할 정도로 뿌리가 내린다. 포기나누기는 증식의 필요성 보다는 묶은 포기의 활력을 증진시키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
병충해
패랭이꽃 종류들의 경우 병충해에 의한 피해가 그리 심각한 경우는 드물지만 응애나 진딧물 등 일반적인 피해 상황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온 다습하고 통기가 불량해지면 응애나 흰가루병의 발생과 확산이 심해지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근본적으로 배수가 양호한 곳에 통기가 원활하도록 적절한 간격으로 심으면 불필요한 병충해의 발생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만약 피해가 이미 발생하였다면 발생 초기에 적절한 방제 조치를 하고 썩거나 마른 가지나 포기를 관찰하여 신속히 제거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용
기분 좋은 향이 묻어나는 패랭이꽃 종류들은 각각의 초장 및 생육특성에 따라 다양한 조경현장에 이용될 수 있다. 꽃이 품고 있는 향기만으로도 정원이나 화단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으며 종류에 따라 그 향의 유형도 다르다.
키가 낮게 자라는 왜성종이나 매트처럼 자라는 종류들은 사구원 또는 암석원이나 화단의 가장자리, 컨테이너(중대형 재배용기), 계류, 옥상정원, 석축 등에 유용한 지피식물이다. 중대형의 종류들은 숙근초나 일년초 등과 함께 화단에 혼식하거나, 절화원, 야생초원 등에 소재로 적합하다. 특히 상록성 관목을 배경으로 심으면 그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몇몇 종류들은 컨테이너나 플랜터 같은 용기재배에 적합하다. 특히 팬지나 꽃양배추와 같이 서늘한 기후에 개화와 생육이 왕성한 종류들과 혼용하여 이용한다. 다양한 조경현장에 패랭이꽃 종이나 품종을 선택할 때에는 꽃뿐만 아니라 잎의 특징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종이나 품종에 따라 아름다운 은청색 또는 회록색 잎들은 가지고 있어 분홍이나 적색 계열의 꽃색을 더욱 받쳐주며 그 자체로도 경관성이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패랭이꽃 종류들은 내한성이 매우 강하다. 종류나 품종에 따라 상록성인 경우도 다수 있으며 남부지역이나 해안지역 등 기후가 온난한 곳에서는 겨울에 개화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패랭이꽃 종류들은 오랫동안 영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식용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꽃을 잼이나 소스와 스프나 와인 등에 향미를 첨가하는 용도 등 다양하게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