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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수경관(4)
  • 에코스케이프 2010년 봄

수경관의 상세 1: 입수와 출수

개관
물은 끊임없이 흐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물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속성은 계류처럼 흐름이 겉으로 드러나는 물의 유형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는 움직임이 없어 보이는 지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러한 물의 속성으로 인하여 지당의 물은 썩지 않고 깨끗한 수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지당의 물은 겉으로 보기에 고여 있어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일정한 움직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지당에 담긴 물이 흐름을 가지고 순환되기 위해서는 지당에 물을 들이는 입수구의 높이를 출수구의 높이보다 높게 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에 비로소 지당의 물은 자연적으로 순환작용이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당에서 물이 들고 나는 시설인 입수구와 출수구는 물의 순환을 가능케 하는 장치이며,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여 물의 생태적인 균형을 유지하게 만들고, 수량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 옛 정원에 나타난 입수구와 출수구의 위치를 살펴보면 입수구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었으나 출수구는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설치하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또한, 입수시설은 남동쪽에 두고 출수시설은 북서쪽에 설치한 경우가 많았다. 우리 조상들은 동쪽의 물을 남쪽으로 받아 서쪽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 순류라고 생각하였으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나가게 한 것은 역류로 보았기 때문이다(민경현, 1991: 223).

영양의 서석지를 경영한 석문 정영방(1577~1650)은 『석문논집』에서 서석지의 입수구와 출수구에 대해서 언급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면, 입수구는 맑은 물을 받아들인다는 뜻에서 읍청거라 하였으며, 출수구는 오염된 물을 빼낸다는 의미로 토예거라 하였다는 것이다(민경현, 1991: 222에서 재인용). 이것을 보면 입수구를 통해서 들어오는 물은 맑고 깨끗한 물이었으며, 출수구를 통해서 나가는 물은 더러운 물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의도적으로 입수구는 눈에 띄는 곳에 제대로 만들고 출수구는 잘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지당에서 살필 수 있는 입수구는 매우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것을 보면 지당의 입수구는 그 디자인을 독특하게 만들어 특별한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지당의 입수구와 출수구는 심미적 측면과 기능적 측면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특별한 장치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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