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가을까지 크고 두드러진 해바라기형의 꽃들이 강인하게 곧추선 줄기의 끝에 피는 자주천인국(에키나세아속의 Echinacea purpurea) 종류들은 모든 숙근초들 중에서도 가장 믿을만하며 그 결과가 항상 기대 이상인 것으로 인정받는 탁월한 조경소재이다. 특히 햇빛이 잘 드는 정원이나 공원의 한자리는 자주천인국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화기가 길어 지칠 줄 모르고 꽃이 피며, 잘 생긴 꽃들은 짙은 녹색의 잎 사이로 우뚝 솟은 튼튼한 줄기의 끝에 무리 지어 달린다.
자주천인국 종류들은 북아메리카의 건조한 지역에 분포하며 다양한 약용 성분을 지닌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초기의 이주자들은 인디언들로부터 자주천인국 종류들의 뿌리로 다양한 치료약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현재도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제약의 원료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약용식물로서뿐만 아니라 관상용 식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햇빛이 강하고 무더운 여름을 나는 지역에서는 여름 화단과 경관용으로 대단히 유용하다. 게다가 즐겨 찾는 나비와 새 들에게 꿀과 알곡을 제공하는 생태적 가치도 높다. 최근에는 그 관심이 더욱 높아져 다양한 화색과 형태의 품종들이 개량되어 보급되고 있는데, 특히 그 동안 많은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해온 미국과 화란의 육종가들에 의해 거의 무지개 빛 수준의 다양한 화색과 화형 및 크기의 신품종들이 육성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성
국화과의 에키나세아속(Echinacea) 식물들은 북아메리카에 11개 정도의 분류군이 분포하고 있으며, 약용식물로서의 잠재적 가치가 대단히 커서 학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속명인 Echinacea는 그리스어원으로 고슴도치를 뜻하는 ‘echinos’에서 유래하였으며, 1700년대에 Konrad Moench라는 독일인에 의해 명명되었다. 가시처럼 뾰족한 소화포가 치밀하게 발달한 두상화서의 모습이 고슴도치를 떠올리게 한다. 대표적 영명인 ‘coneflower’는 솔방울을 닮은 두상화서에서 기인하였으며, 국명으로 쓰인 ‘자주천인국’은 대표종이라 할 수 있는 Echinacea purpurea의 영명인 ‘purple coneflower’에서 “자주”를, 근연종인 Rudbeckia bicolor의 국명인 ‘원추천인국’에서 “천인국”을 본떠 명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에키나세아속의 모든 종들은 다년생 숙근초로 지면에서 방사형으로 잎이 모여나고, 다수의 줄기가 지하의 숙근성 뿌리덩이에서 자라난다. 수염뿌리가 발달하는 자주천인국(Echinacea purpurea)을 예외로 하면 모든 종들이 하나의 직근(주근)을 갖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주근의 정단부에서 발달하는 줄기의 끝에는 다소 향기가 있는 꽃들이 원반형의 꽃턱(화탁) 위에 붙어 솔방울 모양으로 밀집해 있는 두상화서가 달린다.
꽃턱이나 또는 두상화서 그 전체가 종에 따라 납작하거나 원추형 또는 반구형이다. 두상화서에 빼곡히 발달하는 작은 통꽃들은 끝이 뾰족한 포영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모습에서 고슴도치를 뜻하는 속명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적인 꽃의 외관으로 보여지는 외화피들은 종류에 따라 흰색, 분홍색, 진분홍, 자주색 또는 노랑색 등이며, 최근에 육종되어 이용되는 품종들의 경우엔 오렌지색, 빨강색 등 그 화색의 범위가 더욱 다양하다.
초장은 60~120cm 정도에 폭은 60cm 정도까지 자라며, 줄기는 곧게 직립하고, 지면에서 묘여 나거나 줄기를 따라 어긋나는 잎들은 단엽으로 진녹색이다. 생육은 보통이거나 왕성한 편으로 밝고 무더운 환경에서 잘 자란다.
재배
자주천인국 종류들은 내한성이 강하고 재배가 용이한 숙근초로서 일반적으로 다소 그늘진 곳에서도 자랄 수 있으나, 광량이 풍부한 양지에서 더 잘 자라며 무더운 환경을 좋아한다. 한여름에 지나치게 강한 광선을 피할 수 있는 다소 그늘진 곳이라면 화색이 바래는 것을 막아 선명하게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토양은 크게 가리지 않으며, 일반적인 비옥도를 유지하고 있는 배수가 양호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직근성인 특성에 따라 토심은 깊은 것이 좋으며 건조에 잘 견디는데 유리하다.
식재할 대상지에는 퇴비 등 유기질 비료를 지나치지 않게 공급하고 경운을 해주는 것이 뿌리의 원활한 활착에 도움을 준다. 건조에 비교적 강하지만 식재 후 충분히 활착할 때까지는 지나치게 마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관수해 주는 것이 좋다.
늦여름에 꽃이 진 후 종자가 익어가는 것을 잘라주면 이어 피는 꽃의 수가 증가하고 상태가 양호해져 결과적으로 개화기를 연장시킬 수 있다. 그 반면에 종자가 익도록 내버려 두면 다양한 새들의 먹이가 되고 남아 있는 꽃대의 무리들은 겨울 경관의 연출을 위해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특히 인위적 간섭을 최소로 하고 생태적 야생 초지를 목적으로 한다면 자연발아가 용이하고 자생능력이 우수하여 매우 적합한 소재이다.
번식
번식은 실생 또는 포기나누기로 주로 하며, 근삽(뿌리삽)에 의한 증식도 가능하다. 채종이나 구입에 의한 종자의 입수가 용이하며, 원종의 경우 대량 증식의 목적을 위해 파종을 한다. 파종의 시기는 거의 언제라도 가능하나 최적기는 11월에서 3월 사이이다. 노지에 직접 뿌리거나 파종상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저온처리가 선행되어야 발아가 양호해지므로 저장 후 파종하는 경우엔 관리에 유의하도록 한다. 품종의 경우엔 분주나 근삽에 의해 증식한다.
병충해
자주천인국 종류들은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이차 개화를 촉진하기 위해 묵은 꽃대를 잘라주는 것 외에는 그다지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다. 수명이 길고 포기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아 묵은 포기의 갱신과 활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포기를 자주 나누어 줄 필요도 거의 없다. 다만 지나치게 비옥한 것 보다는 다소 척박하되 배수가 양호하고 광량이 풍부하며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 생육환경이 양호하면 수명과 활력의 장기간 유지가 가능해서 병풍해 등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이 관리가 무척 용이해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잎에 병반이 생기거나 응애, 진딧물, 총채벌레, 풍뎅이 등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여 생육에는 지장이 없으나 미관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살균제나 살충제로 용이하게 구제될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포기의 경우는 전초를 캐어낸 후 소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용
자주천인국과 그 종류들은 다양한 종류의 나비들을 유인하며 약용식물로 그 가치가 뛰어나다. 절화나 건화로서 이용가치도 높고 야생화원, 야생초지, 생태원, 화단, 화접원 등 다양한 조경 현장과 정원에 유용한 소재로서, 최근에는 더욱 다양하고 우수한 품종들이 보급되고 있으며 그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화기가 길고 내성이 강한 여름꽃으로 무더운 양지에서 잘 자란다. 독특한 화색과 모양의 꽃이 곧추선 줄기 끝에 모여 피며, 여러 종류의 나비들이 찾아 들어 너울거린다. 꽃이 지면 익는 기름진 종자를 쫓아 새들이 찾아 드는 화단이 누군가의 집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일상이라면 얼마나 근사한 그림인가!
함께 심어 좋은 식물들은 주로 유사한 생육환경에서 잘 자라는 종류들로서 다양한데, 몇 가지 예를 든다면 배초향, 은쑥, 원추리, 금계국, 숙근샐비어 등이 있으며, 억새나 수크령 등의 벼과 식물과도 잘 어울린다. 다양한 유형의 화단이나 경사진 둔덕이나 언덕, 야생초원, 물가의 사구성 퇴적지, 도시 주변의 나대지, 도로가, 건물 주변 등 어느 환경이라도 무척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으며, 앞서 열거한 그 이상의 다양한 주변환경에도 잘 맞는 탁월한 식물 소재 중의 하나이다. 특히 대단위 군락으로 심으면 그 두드러짐에 인상적이며 복합적인 효과가 기대 이상이다.
공원이나 하천변 등에 무리 지어 심어 놓으면 갖가지 나비들과 작은 새들이 날아 들어 역동적인 경관을 연출할 수 있다. 꽃이 진 후에 묵은 꽃대를 남겨두면 새들에게 먹이로 공급되며, 낙엽이진 겨울에도 독특한 경관을 연출해 준다.
조경용 소재로서 독특한 모습과 뛰어난 적응력,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으며, 약용식물로서의 가치가 뛰어난데다 관상용 자원으로서의 잠재적 가치도 월등하여 조경현장이나 정원에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생화(cut flower) 또는 건화(dry flower)로 생산되어 꽃꽃이 또는 장식용 소재로서도 흔히 이용된다. 우리나라의 무더운 여름 기후 환경에 매우 적합해서 앞으로 널리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