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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4) 이끼정원의 조성 원리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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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모여 난 이끼는 붙어 있는 지면의 형태에 따라 굴곡을 달리한다.

 

 

이끼정원 조성 시 유의사항 

모든 정원이 그러하듯 이끼정원 역시 이끼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울창한 원시림이나 공중습도가 높은 계곡에서처럼 이끼가 최상의 상태로 생육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환경을 갖춰야 한다. 


첫째, 북서풍을 차단하고 그늘을 만든다. 이끼정원은 전형적인 그늘정원으로 이끼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음지(Full shade) 또는 반음지(Half shade)를 만들어야 한다. 혹은 건물과 건물 사이, 건물 내 중정과 같이 인위적인 그늘이 조성되는 곳도 이끼정원을 조성하기에 적합하다. 간벌과 가지치기가 잘 된 인공 침엽수림 ―예를 들면 잎갈나무림, 잣나무림, 삼나무림과 같은―의 하층부와 같은 곳은 규모가 큰 이끼정원을 조성하기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에 부는 한랭한 북서풍이 식물 생존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겨울에도 휴면하지 않고 녹색을 유지하는 이끼에게 차고 건조한 바람은 치명적일 수 있다. 만약 조성할 부지 내에 적당한 숲이나 그늘이 없다면 북서풍을 막고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교목을 식재하거나 시설물을 배치한다. 


규모가 큰 이끼정원을 조성하고자 한다면 우드랜드 가든(Woodland garden)을 계획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드랜드 가든은 숲의 경관을 주제로 조성한 정원으로 이끼정원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다. 우드랜드 가든을 조성할 때에는 나무줄기의 굵기와 간격, 성장 

속도와 특성 등을 고려해 세심하게 배식계획을 수립한다. 교목을 너무 밀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특히 상록성 교목의 수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록성 교목이 많아질 경우 숲 전체가 깊은 음지(Deep shade)가 돼 정원이 어두워지고 이끼와 더불어 식재할 수 있는 숲속식물의 범위가 줄어들게 된다. 


기존 숲을 이용한 이끼정원의 경우는 간벌과 가지치기를 시행해 숲 내부의 공간감을 확보하고 산책로와 쉼터를 계획한다. 시설물을 배치할 때에는 현장감이 잘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므로 도면만을 가지고 계획하는 것보다 가급적 자주 현장을 찾아 그 안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정원을 구상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계획 및 시공 시 기존 수목의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나무와의 거리를 유의하고 울타리나 경계를 조성할 때 밧줄이나 끈 등으로 나무의 기둥을 묶는 행위를 삼간다.


중정과 같이 건축물과 연계된 그늘은 불가피한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그늘정원이므로 가급적 그늘에서 잘 자라는 음수이면서 건축물과의 조화가 좋은 식물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좁고 제한적인 공간을 고려해 천천히 자라고 전정에 강한 수목을 선발해야 하는데 단풍나무, 사람주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공중습도를 유지한다. 이끼의 원활한 생육을 위해서는 높은 공중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서풍을 차단하고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공중습도가 유지되기는 하지만 조성 초기나 건조기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대비해 미스트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주변보다 지형이 낮은 공간에 이끼정원을 만드는 것도 습도를 높이는 방법이 된다. 이렇게 되면 바람을 차단하는 효과와 더불어 공중습도를 높일 수 있고 지형의 변화감으로 인해 새로운 볼거리를 줄 수 있다. 단, 낮은 곳으로 빗물이 고일 수 있기 때문에 우수시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여유 공간이 있다면 이끼정원 내에 계류나 연못을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류를 따라 흐르는 물은 부지 전반에 공중습도를 높여주고 물가에 자라는 식물을 도입해 계절감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셋째, 이끼의 아름다움이 표현될 수 있는 디자인을 구상한다. 이끼는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작고 조밀하다. 촘촘히 모여 난 이끼는 붙어 있는 지면의 형태에 따라 굴곡을 달리한다. 이끼는 식물체 하나하나의 형태나 아름다움이 아닌 군집된 형태와 그 기반이 되는 지면과 어우러지는 조화가 아름다운 식물이다. 때문에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지면의 디자인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끼정원은 여백을 디자인해야 한다. 이끼는 바닥에 낮게 붙어 자라는 식물로 키가 큰 다른 식물과 혼식할 경우 이끼의 군집된 면이 주는 아름다움을 바로 잃어버리게 된다. 때문에 가급적 선이 강조되는 수형이 좋은 낙엽수를 이용하고, 혼식하는 초본류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화려한 색감과 다양하고 풍성한 잎의 형태가 압도하는 보통의 정원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선과 여백의 미가 중시되는 수묵화처럼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공간을 연출해야 한다.



이끼정원에 유용한 식물 


1) 단풍나무 Acer palmatum 

단풍나무는 조경수로 많이 사용되는 수목이다. 대표적인 음수로 그늘에서도 고유한 수형이 잘 유지되며 전정에도 강하다. 봄에 나오는 신엽, 여름철 싱그러운 녹음도 이끼와 잘 어울리지만 특히 붉게 단풍 든 잎이 이끼정원 위에 떨어질 때 절정을 이룬다. 가지가 곧고 조밀해 줄기만 남은 겨울철 경관도 좋다. 단풍나무 품종 중 에디스버리단풍 Acer palmatum ‘Eddisbury’은 겨울철에 줄기가 붉게 변해 더욱 아름답다. 


2) 사람주나무 Sapinum japonicum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단풍이 드는 나무로 유명하다. 전형적인 음수이며 매우 천천히 자라는 아교목으로 수형이 단아하고 가지가 매끄럽다. 일교차가 심하지 않은 따뜻한 곳에서도 단풍이 좋고 겨울철 밝은 회색의 수피가 돋보인다. 


3) 산딸나무 Cornus kousa 

단풍나무와 더불어 즐겨 쓰이는 조경수 중 하나다. 

천천히 자라고 늦봄에 피는 꽃과 가을에 적색으로 익는 열매가 좋다. 나이가 든 나무는 수피가 얼룩지며 벗겨져 이채롭다. 최근 다양한 품종이 유통돼 이용 가치가 높다. 


4) 자작나무 Betula platyphylla var. japonica 

그늘정원에 알맞은 음수는 아니지만 규모가 큰 이끼 정원에서 군식해 사용하기 좋은 수종이다. 자작나무의 흰색 줄기는 푸른 이끼와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긴다. 


5) 옥잠화속 Hosta 

옥잠화속은 다양한 정원에서 널리 애용된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품종수만 해도 무려 200여 종에 달한다. 그늘에서 생육이 좋고 양치식물과의 어울림도 좋아 이끼정원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단, 작은 규모의 이끼정원에서는 크게 자라는 대형종을 피하고 그늘에는 노란색 품종의 생육이 좋으므로 이를 참고해 배식계획을 수립한다. 


6) 양치식물 Fern 

국내 자생종은 300여 종에 달하며 양치식물 중 나도히초미Polystichum, 가는잎처녀고사리Thelypteris beddomei, 관중Dryopteris crassirhizoma, 청나래고사리Matteuccia struthiopteris , 고비고사리Coniogramme intermedia 등이 유용하다. 


7) 산수국 Hydrangea serrata for. acuminata 

그늘에 강한 낙엽관목으로 초여름 꽃을 피운다. 꽃의 색이 다양하고, 잎에 무늬가 있는 품종 등이 유통되고 있어 활용가치가 높다. 


8) 자금우속 Ardisia 

1m 이하로 자라는 소관목이다. 우리나라에는 백량금Ardisia crenata, 자금우Ardisia japonica, 산호수Ardisia pusilla 등이 자생한다. 겨울철 붉은 열매가 달린다. 내한성이 약해 제주도 및 남부지방에서만 월동한다. 


9) 앵초속 Primula 

그늘이 있고 습도가 높은 토양에 많이 사용되는 종으로 자생종 중에서 앵초Primula sieboldii 와 설앵초Primula modesta var. fauriae가 이끼정원에 유용하다. 부드럽고 연한 질감과 옅은 녹색의 잎이 이끼정원과 잘 어울린다. 앵초속 중에서도 촛대형(예: Primula japonica)으로 꽃이 피는 종류는 특히 생육환경이 잘 맞는다. 


10) 노루오줌속 Astlibe 

그늘에 강한 식물로 우리나라에는 노루오줌과 숙은 노루오줌 등이 자생한다. 다양한 품종들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끼정원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색감의 꽃보다는 파스텔톤이나 흰색 계열의 꽃이 이끼와의 어울림이 좋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설계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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