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민 ([email protected])
자연, 빌딩 그리고 인간의 아름다운 조화를 꿈꾸다 잎이 진 나무는 긴 겨울 동안 죽은 듯 서 있었다. 봄이 되니 푸른 새싹이 돋아나며 다시 활력을 찾는 모습이다. 여러 해 지나온 봄인데 새삼스레 신기했다. 조경을 공부하면서 자연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 일까? 더구나 올해는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시작점을 맞이하기 때문인지 감성이 풍부해진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때마침 홍콩으로 떠날 기회가 생겼다. ‘환경과조경’ 통신원 인연으로 알게 된 선배와 후배들이 함께 뜻을 모아 자리를 마련했다. 특별한 모임으로 떠나는 만큼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도심 속 마천루, 황홀한 야경에 사로잡힌 여행보단 갓 졸업한 조경학과 학생으로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꽤 오랫동안 여행 콘셉트를 고민하던 중 고층빌딩 숲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홍콩인들은 어떻게 자연을 접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또 한가지, 세계 최고수준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홍콩의 자연은 과연 급격한 개발의 압력 속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킹 코스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해 홍콩시내로 향하는 길에 예상보다 많은 수목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높은 마천루 사이 절벽에 매달린 듯이 자라고 있는 푸른 나무들이 도시의 삭막한 이미지를 덮어주고 있었다. 홍콩은 전체 면적의 70%가 산으로 이뤄져 있고, 도심에서 조금만 빠져나오면 때 묻지 않은 산과 바다가 멀리 펼쳐진다.
100대 명산이 위치한 홍콩의 산지는 총 300km의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다. 1963년 취임한 총독 머레이 맥리호스Murray MacLehose경은 ‘산이나 해안은 만인의 것’이라는 기치 아래 홍콩의 젊은이들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도록 장대한 트레일을 만들기로 했다. 신계지와 구룡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약 100km 길이의 ‘맥리호스 트레일MacLehose Trail’ 개통을 시작으로, ‘란타우 트레일Lantau Trail’, ‘홍콩 트레일Hong Kong Trail’, 마지막으로 ‘윌슨 트레일Wilson Trail’을 완성한다. 각 트레일은 다시 세부 구간으로 나뉘는데 구간마다 완만하고 아기자기한 산길과 에메랄드 빛 해안이 도시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번 여정은 홍콩 트레일 중 2004년 타임지 아시아판에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선정됐던 ‘드래곤스 백Dragon’s Back’에서 시작했다.
홍콩 섬에 있어 도심 가까운 곳에서 시작할 수 있는 드래곤스 백은 다귈라D’Aguilar 반도의 섹 오 피크(Shek-O Peak, 284m)와 완참산을 잇는 굽어진 산길이 마치 용의 등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홍콩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래곤스 백은 이제 막 트레킹을 시작해서 높은 산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쉬운 트레일 코스로 알려져 있다. 도심과 그리 먼 거리가 아닌데도 도시의 소음은 바다와 나무들로 인해서 완전히 차단돼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들렸다. 완만한 경사로 이뤄진 등산로를 걷다 보면 고층 빌딩숲과 대조를 이루는 키 작은 수목들이 도심 속에서 받지 못한 햇빛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드래곤스백을 찾은 한 홍콩인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이 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삭막한 도시 삶에서 팍팍해지기 쉬운 사람들의 곁에 푸르른 자연은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어주고 있었다.
1. 워터프런트(Waterfront) _ 윤호준
2. 습지(Wetland) _ 박성민
3.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 _ 조유진
4. 식재(Planting) _ 김수정
5. 야간 경관(Nightscape) _ 이향지
6. 영화(Movie) _ 백규리
박성민은 1990년생으로 전남대학교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2015년 ‘환경과조경’ 통신원 활동을 통해 조경과 농촌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농어촌컨설팅 회사인 (주)하이엔드솔루션에서 실무를 경험했으며, 소외된 농촌의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