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광표 ([email protected])
곤치인 정원
곤치인金地院은 오에이応永 연간(1394~1428) 낙북洛北(라쿠호쿠)의 응봉鷹峯(다카가미네)에 아시카가足利 4대 쇼군인 요시모치義持(의지)가 창건한 사찰이다. 그 후 이 절은 도쿠가와德川 장군가의 깊은 신임을 얻었던 임제종 스님, 이신 스덴以心崇伝(1569~1633)1이 자신의 탑두塔頭로 삼기 위해 난센지南禅寺로 이건하여 재흥再興하였는데, 보청普請2은 칸에이寬永 4년(1627)에 착수한다.
정원은 스덴의 의뢰를 받은 고보리 엔슈小堀遠州의 설계에 의해서 칸에이寬永 9년(1632) 4월 18일에 착공하였고, 대략 1개월 정도 걸려서 공사를 마무리한다. 정원의 주제는 도쿠가와 가문의 영원한 번영을 축수祝壽하는 데 두었고, 그 결과 전형적인 신선봉래사상을 반영한 의장을 갖추게 된다. 엔슈는 정원이 완성될 때까지 현장에서 직접 공사를 지휘하였다고 한다. 정원 공사의 감독은 휘하의 무라세 사죠村瀬左助가, 시공은 작정가 겐테이賢庭가 맡아 진행하였다. 당시 엔슈는 에도성 서환西丸의 정원과 센토고쇼仙洞御所의 작정으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곤치인 정원의 조성을 위해 본인을 대신하여 무라세 사스케村瀬左介를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田中昭三·サライ編輯部 編, 2012), 곤치인 정원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스덴의 『본광국사일기本光國師日記』에는 엔슈와 스덴의 교류나 정원에 놓을 돌의 주문과 납품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곤치인 정원의 작정에 고보리 엔슈가 밀접하게 관여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고보리 엔슈는 정원 공사를 착공하는 날 정원에 큰 돌 3개를 놓았다고 하는데, 이 돌은 아마도 학도의 부리석이나 예배석礼拜石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원에 쓰인 돌들은 대부분 이케다池田가와 아사浅野가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곤치인 정원은 방장의 남측 전면 공간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것은 방장 건물과 동조궁東照宮(도쇼쿠)3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것이다. 정원의 중심은 건물의 중심축선상에 배치한 아주 큰 장방형 예배석4이며, 그것을 기준으로 동측과 서측에 각각 축산과 석조로 구성한 구도와 학도를 배치하고, 예배석 후면에는 봉래석조5를 꾸몄으며, 그 배경에는 영산홍을 전정大刈込(오가리코미)해 놓아 전면부의 정원이 강조되도록 하였다.
학도의 석조에 사용한 부리석은 길이가 2간間, 폭이 4척尺, 높이가 2척이나 되는 큰돌로, 이 돌은 소 17마리가 운반하였다고 한다. 학도의 중심에는 삼존석의 날갯돌羽石을 배치하였으며, 소나무를 심어 장식하였다. 구도 역시 구두석龜頭石으로 큰 돌을 사용하였는데, 중앙에는 줄기가 휘어진 향나무柏槇(백전)가 심어져 있다. 작정 기법이나 재료 측면에서 볼 때 학구봉래를 연출한 고산수정원 가운데에서는 단연 1급에 해당하는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에도시대 후기의 『도림천명승도회都林泉名勝図会』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고산수의 주요부는 현재와 동일하지만, 당문唐門(가라몬)이 고산수 동단에 있는 구도의 동북쪽에 있으며, 고산수의 서쪽에는 못이 있고, 그 너머에는 개산당이 당문 쪽을 바라보며 배치되어 있어 지금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배치는 방장 건물의 중심을 남쪽으로 연장한 주축선과 이 주축선에 직교하는 부축선의 교차점에 예배석을 두고 다시 부축선의 동서말단부에 건물을 두는 구조다. 이러한 형식은 엔슈의 기하학적인 특질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小野健吉, 2004).
『도림천명승도회都林泉名勝図会』에 그려진 곤치인에 대한 내용은 칸에이 10년(1633)에 그려진 ‘금지원경내지도金地院境內地圖’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그림에는 ‘경내평수 병 제건물지회도境內坪数 並 諸建物之会図’라는 표제가 붙어 있으며 비교적 상세하게 당시의 건물과 정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에도시대 곤치인의 현상을 살필 수 있다. 그림은 평면도와 입면도를 동시에 표현하는 형식으로 그렸는데, 물은 수색水色으로, 나무나 풀은 녹색綠色으로 그렸고, 건물은 입면 형태를 명확하게 그려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고 있다. 그림에서 보이는 위쪽의 건물이 방장이고, 오른쪽 중앙의 어성문御成門과 마주보는 건물이 개산당開山堂이며, 아래쪽 왼편의 건물이 동조궁東照宮이다.6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경기도 문화재위원, 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 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 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전통조경』, 『한국의 전통수경관』, 『정원답사수첩』 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