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아 ([email protected])
디자이너 눈으로 보는 식물
어떤 식물을 정원에 심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할 때 우리는 세 가지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식물 자체가 지니고 있는 형태, 색상, 질감의 아름다움 자체를 보는 관점이다. 그러나 정원에서라면 식물이 단독으로 고고하게 있을 확률이 매우 적어진다. 때문에 우리는 식물을 단독으로가 아니라 여러다른 식물들과 함께 했을 때 얼마나 조화롭게 잘 어울려주는가에 대해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예를들면 개별적으로는 매우 아름다운 옷과 핸드백, 구두를 가졌지만 함께 몸에 걸쳤을 때 그 조화가 깨지면 낱낱의 아름다움이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낱낱의 식물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되, 다른 식물들과 모여 있을 때 하나의 덩어리로 연출되는 느낌이 조화로운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되는 관점은 함께 심어진 식물들이 조화롭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인지에 대한 점검이다. 식물의 디자인은 건물의 인테리어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생명을 심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스스로 자생이 가능한지에 대한 생태학적인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식물 연출을 했다고 해도 판이하게 다른 서식 환경을 가진 식물을 함께 심었다면 결국 어느 쪽 식물인가는 생존에 실패할 확률이 높기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식물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식물 낱낱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들을 조화롭게 연출하는 법 그리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를 고려해주는 종합 구성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 형태로 이해하기의 중요성
식물 디자인의 첫 번째 키워드는 식물을 형태, 색, 질감 등으로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징을 이용해 조합할 식물을 선택하고, 구조와 배치를 구상한다. 이때 가든 디자이너는 화가가 캠퍼스라는 바탕에 구도를 잡듯이 정원이라는 대지 위에 균형, 대비와 조화, 강조, 반복, 움직임(리듬)의 원리를 이용해 식물을 연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디자인적 관점에서 식물의 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형태라는 것은 전체 모양을 말하는 것으로 좀 더 쉽게는 식물의 색감, 꽃, 잎 등이 사라진 일종의 그림자, 실루엣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스름 저녁 무렵에 짙게 어둠이 내려앉으면 보이는 식물의 실루엣이 그 식물의 형태인 셈이다.
그런데 이 형태는 매우 제각각이어서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키가 크고 다리가 길고 머리가 작은 인종,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은 인종 등 으로 어떤 공통점으로 묶이듯이 식물의 경우도 몇 개의 군으로 그 형태가 모아진다.
식물 디자인에 있어 이렇게 식물의 형태를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그 이유는 이 식물의 형태에 의해 정원의 전체적 윤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나무와 같은 형태의 식물이 정원에 들어왔을 때와 목련과 같은 형태의 식물이 들어왔을 때는 정원 전체의 윤곽과 틀이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어떤 나무를 심을 까가 아니라 먼저 어떤 형태의 나무를 심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우선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