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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열_웨이브(주) 소장
  • 에코스케이프 2009년 여름

수경 전문가 인터뷰 코너에서는 <조경시공> 창간 초기에 “조경실무자가 알아두면 편리한 설비상식” 연재를 통해 수경시설을 비롯 유용한 설비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었던 웨이브(주)의 윤순열 소장을 모셔보았다. 윤순열 소장은 지난 2005년 웨이브(주)를 설립, 다양한 수경시설 설계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1990년 협신에 입사하면서 수경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했는데,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학교에서 기계설계, 토목, 조경을 전공했고, 졸업 후 직장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일간지에 실린 협신의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다. 국내 수경업체의 선두주자였던 협신은 당시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직원을 새로 채용하면서 일간지 공고까지 했었다. 기계설계, 조경학, 디자인 전공자들을 모집했는데 이때 수경시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협신에서 4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수경시설에 대해서 참 많이 배웠다. 이후 레인보우스케이프에서 2000년말까지 근무했고, 개인적으로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6개월 정도 쉬다가, 월드컵 고사분수를 수주한 창인건설에서 2004년까지 일했다. 2005년부터는 웨이브라는 이름으로 개인 사무실을 내서 지금은 수경시설 설계만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근 20년 가까이 수경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셈인데,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도 많을 것 같다.

협신에 근무하면서 참여했던 프로젝트로는 창원 용지호 음악분수가 우선 떠오른다. 국내에서 물 위에 띄우는 부력식 음악분수로는 거의 최초의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1993년까지는 대전 엑스포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많았는데, 엑스포에서는 아무래도 볼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다양한 수경시설이 일시에 대거 조성되었다. 그래서 여러 수경업체가 참여했는데, 그 중에서 협신이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수경 분야의 제품이나 기술력은 초보적인 단계였기 때문에, 여태껏 보지도 못했던 물의 연출 패턴이 외국에서 기본 설계가 되어서 들어왔다. 그런데 스케치 수준으로 전달된 수경시설을 엑스포 조직위원회 측에서는 국내 기술로 시공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단기간 내에 정말 많은 실험을 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어찌 보면 큰 모험이었는데, 당시 협신의 문희수 대표(현 HSM 엔조이워터)의 도전 정신이 그걸 가능케 했다. 예를 들어 갑천에 설치된 워터스크린도 그렇고, 지금은 보편화된 점핑 노즐도 당시에는 생소하기만 했었는데, 그걸 무수한 실험 끝에 결국 완성해낸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처음엔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결국 해냈고 워터스크린 완공 후에는 외국의 설계사 관계자로부터 지금껏 본 노즐 중에서 가장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 당시 점핑노즐의 경우 노즐을 해외에서 수입하면 한 개에 약 1천8백만원 정도 되어서, 조직위원회에서는 무슨 노즐을 금으로 만드냐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로 고가였는데, 그걸 수입가격의 1/4 정도의 비용으로 국내에서 제작해낸 것이다.

레인보우스케이프에서 일할 때는 고사분수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데, 일산에 50미터짜리 고사분수가 있던 시절에 춘천 소양강 1, 2교 사이에 100미터짜리 고사분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예측하기 힘든 게 물인데, 댐에서 물이 내려오는 악조건 속에서 100미터를 쏘아 올리기 위해 역시 많은 검증이 필요 했다. 이후 이를 토대로 율동공원, 경주 보문호 등 100미터 이상 되는 고사분수가 여러 곳에 설치되었다. 또 음악분수로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에 1991년쯤 외국 기술로 조성된 적이 있었고, 이후 레인보우스케이프에서 남원 관광단지 내에 국내 기술로 음악분수를 설치 및 운영, 이후의 음악분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협신의 문희수 대표와 레인보우스케이프의 정운익 대표가 국내 수경분야의 기술적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시기적으로 보면, 문희수 대표가 수경 분야에 큰 기초를 놓았고, 정운익 대표가 수경 분야를 꽃 피운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창인건설에서는 월드컵 분수와 일산 호수공원 내에 조성된 고양 음악분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고양 음악분수는 경기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가 자매결연 맺은 걸 기념해서 조성한 곳으로, 스페인 몬주익 광장에 있는 분수대의 변형 형태이다. 또 분수대를 구성하는 수조, 장비 등이 스페인에서 설계되어 조달되었으며, 스페인 기술자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던 프로젝트였다.

느낀 점이 많았다고 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를 해주면 좋겠다. 기술적인 부분을 더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다는 뜻인가?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수경 공간의 인식 차이를 많이 느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볼트, 너트 하나까지도 가격을 내역에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스페인은 그렇지 않아서, 분수대가 어떻게 구성되었고, 어떤 근거로 가격이 산출되었는지를 일일이 산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당시 스페인의 총 책임자는 75살의 베테랑이었는데, 자신의 분수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리의 내역 작성 관행을 설명하고, 스페인에서 들여온 부품과 장비들도 웬만큼이라도 국내 기준에 맞게 산정 근거를 정리해달라고 하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국의 현대라고 하는 유명한 자동차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에서 자동차를 팔 때 핸들 따로, 바퀴 따로, 얼마인지 가격을 일일이 표시한 다음에 판매를 하느냐? 분수 역시 하나의 완결적인 제품이자, 예술작품이기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 분수와 같은 수경공간은 기본적으로 파이프나 노즐과 같은 개별 요소들의 집합체이지만, 그것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연출되는 경관은 하나의 작품이란 이야기에 공감 가는 바가 컸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그런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노즐 가격을 비롯해서 단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보니 완성도나 품질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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