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선가 모든 생물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그 생활에 유리하게 변화시키거나,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활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모든 생물이 그러할 진데 영악하기로 소문난 인간이 예외일 수 있을까? 아마도, 환경을 유리하게 변화시키려 애쓰거나 변화가 어려운 경우 체념과 순응의 과정을 거쳐 주어진 상황에 안주해 버리는 인간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힘들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청계천과 같이 최근 많은 사람들의 갑작스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하천복원사업을 한번 떠올려 보자. 애초에 하천은 ‘자연형’, ‘친환경적’, ‘환경친화적’ 등 환경에 아부하는 비굴한 접두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하천은 그 자체가 이미 자연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천 주변으로 모여 도시를 형성하고 자기들의 생활에 유리하도록 변화를 시도하면서 생물계, 생태계와의 마찰이 시작되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 뿐 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과 생물, 또는 사람과 무생물간의 오랜 분쟁이 하천공간에서, 아니 하천 뿐만 아니라 물과 땅이 만나는 대부분의 공간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시키려는 인간들의 무모한 도전 사례들은 곳곳에 부정적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 도시 내 대표적인 강우유출저감시설인 유수지 또는 저류지라는 공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고, 또한 이해되어져야 한다. 사실, 유역 내에서 강우유출량, 유출속도 등을 제어하는 배역은 유수지나 저류지가 아니라 습지, 하천하구역, 늪, 호수나 연못 등이 캐스팅 됐어야 했다.
불행하게도 인간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시키려는 일연의 노력들, 즉 과밀한 도시의 형성, 배후습지와 저지대의 육지화, 하천의 배수로화 등으로 인해 어처구니없게도 베테랑 연기자 대신 엑스트라나 재현배우가 주인공이 된 수준 낮은 드라마가 탄생한 셈이다. 개다가 땅과 물이 만나는 공간은 생태학적으로도 민감하고 수리, 수문, 구조 등 공학적으로도 까다롭기 그지없는 ‘대하드라마’이다 보니 자꾸만 N.G가 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토목분야에서 다루어지던 유수지나 저류지의 조성이 요즘 들어 조경학과 생태학의 실무자들에게도 관심사가 된 것은 아마도 21세기의 화두 가운데 하나인 ‘인간생활의 질적 향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집 앞을 흐르는 작은 개울마저도 민원의 대상이 되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유수지나 저류지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해충, 토양 및 수질오염, 비효율적인 공간 활용의 문제는 더 이상 N.G 경고 정도로 여유롭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며 인간 생활에 유리하게 변화시켜야 할 민감한 쟁점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소고에서는 유수지나 저류지에서 발생하는 갈등요소들을 짚어보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유수지나 저류지의 생태적 활용을 위한 개념적 이해의 단계로서,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정답에 근접한 해결안의 제시가 가능하도록 몇 가지 고려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