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지난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 ‘대한민국 조경·정원 박람회’가 열렸다.환경과조경사도 부스를 마련해 박람회에 참여했다. 불과 얼마 전 같은 장소에서 다른 박람회를 취재했던 터라 어느 정도 사람들이 붐빌 것을 예상했으나, 이번 박람회는 입구부터 한산했다. 비단 평일 아침 시간대만 그랬던 건 아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주말임에도 사람들이 뜸했다. 그나마 22일에는 한국조경사회 자재분과위원회가 주관한 신기술 ·신자재 세미나가 진행된 덕에 비교적 많은 조경인들이 박람회를 방문했다. 사람이 적고 전시품목의 규모나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서 전시장 내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예전 박람회 때 한 조경인은 “시설물밖에 볼 게 없다”며 사실상 ‘조경’보다는 ‘조경산업’이란 말이 박람회 명칭으로 더 적합할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그때는 최소한 다양한 시설물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박람회에서는 시설물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참가업체들은 운반이 용이한 시설물을 일부 가져다 놓는 수준이었다.박람회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부스도 많았다.
조경박람회는 2006년 ‘대한민국 환경조경 박람회LANDEX’란 이름으로 처음 열렸다. 이후 2008년부터 열린 ‘대한민국 조경 박람회’는 한국조경사회를 중심으로 전시·박람회 전문기업인 리드엑스포와 함께 조경업체들을 유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람들에게 선보여 왔다.
그런데 2014년부터 한국조경사회와 리드엑스포는 결별하고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벌써 세 번째 박람회를 치렀다. 그동안 조경업체들의 참여는 계속 줄어들었고 프로그램도 부실해졌다. 지난해 한겨레신문의 한 기자는 공식석상에서 “조경의 수준이 이거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또한 올해 박람회장을 찾은 한 건축가는 박람회에 볼 것이 없다면서 “조경 수준 별로네” 하는 말을 남기고 박람회장을 떠났다.
조경 분야는 40여 년 만에 겨우 관련법 하나를 마련했다. 최근 업역 침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외적인 홍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일반인을 만나는 가장 큰 대외홍보 창구 중 하나인 조경박람회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경가 입장에서 조경을 타이틀로 한 박람회 이미지가 추락하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조경박람회 재정비 작업이 절실해 보인다.
‘대한민국 조경·정원 박람회’는 내년에 10돌을 맞이한다. 10년 주기로 열리는 독일의 IGA(국제정원박람회)는 세계 3대 정원박람회로 자리 잡고 있다. 정원의 역사가 오래된 독일의 IGA와 같은 박람회를 기대하긴 어려운 현실이지만,최소한 10돌에 걸맞은 모습은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조경의 이미지 제고와 분야 발전이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조경사회를 비롯한 조경단체들이 힘을 모을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