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길 ([email protected])
지난 두 차례의 원고에서는 자투리 공간의 개념, 형성, 유형 그리고 생태놀이터를 포함한 자투리 공간을 생태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을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자투리 공간에 남겨진 문제점과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고민할 것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원고의 말미에서 언급했듯, 자투리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투리땅을 보는 시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자투리 공간을 가능성의 공간으로 봐야 한다. 많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과연 자투리 공간이 생태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그럴 때 필자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말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오톱(biotop)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비오톱은 소생태계로 해석하고 있고, 자연환경보전법에도 담겨 있는 용어이다. 용어를 처음 만든 독일의 생물학자 Dahl은 1908년에 비오톱을 ‘생물공동체의 서식처(Lebensstaette von Biozoenosen)’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 말은 비오톱을 면적의 개념으로 보는 것보다는 생물 구성원들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오톱을 소생태계(小生態系)로 해석하면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엄격하게 그 유형을 분류하는 것을 보면, 대규모 산림과 같이 대단히 넓은 면적도 하나의 비오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관생태학의 위계에서도 비오톱과 지오톱(Geotop)의 합은 에코톱(Ecotop)의 구성인자가 된다. 여기서 지오톱이 물리적인 환경인자라면, 비오톱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면적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생물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독일 베를린은 아파트 베란다에 놓은 화분도 비오톱의 유형 중 하나로 구분하고 있다. 화분 안에 식물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토양에서 자랄 것이며, 그 토양에는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화분 안의 식물 또한 나비나 벌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분 하나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이다. ‘화분 하나가 무슨 생물서식공간이 될 수 있겠는가’라는 부정적인 의문을 지워버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오톱의 개념을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여 주제를 벗어난 느낌은 있으나 자투리 공간의 중요성 그리고 이를 보는 관점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는 과하지 않다고 본다. 모쪼록 교통섬이든 작은 규모의 정원이든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생명체들이 서식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자투리 공간의 유형별 환경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자투리땅은 다른 일반적인 공원이나 녹지와 같이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특수한 환경조건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주제의 첫 번째 원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투리 공간은 쓸모없는 땅이거나 버려지기 쉬운 땅이 된다. 무엇보다 자투리 공간은 생물종들이 서식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빛이나 물, 바람과 같은 기반환경이 악조건에 놓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투리 공간의 유형별로 가진 환경특성을 잘 파악하고, 좋지 않은 환경요건을 고려해 적절한 서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가도로의 하부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그늘에 노출되거나 음지로만 존재하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서 고가도로에서 모이는 우수를 별도로 처리하 지 않으면 도로면에 있던 각종 오염물질이 빗물에 쓸려서 하부에 모이기도 한다. 이런 공간은 음지에 강한 식물들을 이용하는 동시에 수질정화의 기능을 함께 할 습지나 실개천들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섬의 경우에도 자동차의 통행량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항상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노출돼 있어야 하고,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면서 바람이 많아서 건조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 적합한 비오톱 도입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에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 저영향개발기법(LID)의 한 유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도로변 완충녹지대와 자연배수로 등도 마찬가지이다.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다가 평상시에는 건조한 환경에 노출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공간에 잔디를 식재하거나 자갈로 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급적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였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양대학교와 한경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