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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유랑 인 호주] 항구도시 시드니(3) 숨겨진 보물로의 초대, 산업유산의 재조명
  • 에코스케이프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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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에서 바라본 밸러스트 포인트 파크 전경 ⓒ윤호준

 

탈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과거 산업유산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만큼이나 도시의 경쟁력이 중요해진 오늘날 산업유산을 통한 도시재생은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이자 현대 도시의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기반이 되는 산업시설들은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자 사회적 편익에 오랜 시간 조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점차 본연의 기능을 잃고 방치돼 왔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주고 점차 도시 미관을 저해시키는 흉물이 됐다.

 

번성했던 지역 산업과 맥을 함께하는 산업시설 가운데서도 시드니 하버를 마주하는 반도peninsula와 곶point에 위치한 정유 산업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50~1960년대에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내수 수요량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규모의 정유시설들은 대규모 공장에서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아시아 국가에 비해 제품 경쟁력이 떨어졌으며, 높은 유지비와 기술자의 인건비, 까다로운 현지 규정과 맞물리며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과거 지역민의 생산 구조 및 생활양식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산업시설들은 물질적 산업 생산을 토대로 하는 양적 성장을 뒤로하고, 근대의 기억과 현대적 삶의 공존을 담는 문화 요소로 재탄생했다. 또한 산업시설의 거친 인공미와 현대적 디자인의 결합은 도시의 숨겨진 보물처럼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며 급변하는 현대사회와 과거로부터 남겨진 요소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시드니 산책 다섯, Former BP 퍼블릭 파크랜드

지난 2005년 3월 12일, 공식 개장한 Former BP 퍼블릭 파크랜드는 18세기 말, 유럽인들의 정착과 함께 시드니 북부의 사암지대인 웨버턴 반도Weverton Peninsula에 저탄장과 증류주 공장이 들어서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와 함께 원유가 새로운 대체연료로 주목받으면서 석탄 수급 조절을 위한 기반시설의 기능을 상실했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던 원유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영국국영석유회사British Petroleum의 유류저장고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서른한 개에 달하는 오일 탱크에서 그 물리적 체적을 가늠할 수 있듯, 웨버턴 지역의 정유 산업은 공장 가동이 중단된 1993년까지 버치글러브 반도Birchgrove Peninsula에 자리한 칼텍스 정유회사The Caltex와 당대 최고의 번영을 구가했다. 그러나 도시 외곽으로 산업시설 이전이 결정되면서 방치된 석유 공장 부지는 경제 논리에 따른 거주지 개발이 추진됐으나, 뉴사우스 웨일즈 주정부가 ‘공공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면서 외면해왔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윤호준은 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과 『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지난 2012년에 출간한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 현재 『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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