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하 ([email protected])
어떻게 하면 3차원 공간을 2차원 평면에 표현할 수 있을까요?
동굴벽화를 그렸던 먼 인류로부터 핸드폰 셀카를 찍어대는 우리 세대까지 계속되는 고민이겠지요? 3차원 세상을 2차원 종이에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겨울 만큼 오래된 숙제였습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꾸준히 제시됐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해결책이라면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투시도법에 의한 원근법perspectiv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5세기 피렌체 화가들은 시점을 고정시켜 놓고 이에 대응하는 일정한 점을 화면 중앙에 설정한 후 그 지점을 기준으로 선을 긋는 방식으로 투시도법을 정립시켰습니다. 멀리 있는 것은 작게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보이는(원근법을 무시하는 얼굴 크기도 가끔 있긴 합니다만) 아주 단순한 경험을 작도법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시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적 발달을 예술에 적용한 결과인 셈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빛의 산란현상에 착안한 대기원근법을 정립하기도 하였습니다.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더 푸른빛을 띠고 채도는 낮으면서 윤곽도 흐리게 표현하는 방식입니다.(정말 다빈치는 못하는 게 뭐였을까요?
동양에서도 물론 원근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었지요. 가장 단순한 방식은 먼 쪽을 화면 위쪽, 가까운 쪽을 아래쪽에 그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자료를 좀 찾아보니 이런 방식을 원상근하(遠上近下, 상하법)라고 한다는 군요. 또 가까운 것에 의해 먼 것을 가리는 방법이나, 먼 쪽은 옅은 색으로 가까운 쪽은 짙은 색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쓰였다고 합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