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하 ([email protected])
이 글을 읽는 9월에는 날이 좀 시원해지려나요? 덥고 습한 날씨에 다들 힘들게 지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8월 초에 한국경관학회 해외경관답사로 일본 니가타현에서 개최하는 대지의 예술제인 ‘에치고츠마리’에 다녀왔습니다. 일본도 무척이나 덥더군요.
아, 그런데 ‘에치고츠마리’가 뭐냐고요?
‘에치고츠마리’는 니가타현 남단에 위치한 도오카마치시와 츠난마치라는 두 개의 지방자치단체를 묶어 부르는 명칭입니다. 도쿄에서 서북쪽으로 약 200여km 정도에 위치한 지역인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3~4개의 군 단위와 작은 소도시가 합쳐진 정도의 규모입니다. 이곳은 전형적인 일본의 농촌지역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의 문제로 지역 붕괴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농촌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런 상황이지요. 그런 지역을 다시 활성화시키고자 2000년부터 예술가와 기획가, 지역 주민이 힘을 합하여 3년마다 예술제를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행사의 공식 명칭은 ‘에치고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입니다. 초기에는 낯선 예술작품들에 지역주민들이 거부감도 있었다고 하는데, 점차 예술제의 성과가 나타나자 주민들도 자원봉사 형태로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5회째였던 2012년에는 5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방문할 정도로 일본의 대표적인 농촌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고 하네요. 올해로 6회째 개최되는데 이전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더군요. 예술작품은 논과 밭, 생활공간, 폐교, 빈 집, 댐, 터널, 선로 등 농촌지역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전시하는데, 단순히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 전시, 관리하여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농촌지역에서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