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준 ([email protected])
한국의 세종시처럼 호주에는 국가의 주요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행정도시가 있다. 바로 캔버라다. 이곳의 지명은 원주민어로 ‘사람이 모이는 곳’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세계 최고의 수도 건설’을 목표로 개최된 국제현상공모에서 당선된 월터벌리 그리핀Walter Burley Griffin의 계획안을 바탕으로 계획된 이 도시는 서울과 비슷한 면적에 약 30만 명 남짓한 인구가 상주하는 호주의 행정수도다.
영국의 식민주의에 의해 형성된 공간적 패턴 속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각 주도의 종주성을 강화하며 성장한 타 도시들과는 달리 캔버라는 초기부터 철저한 계획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캔버라와의 인연은 대학시절, 학과 교수님의 권유로 참여했던 행정중심 복합도시프로젝트의 선례 조사를 수행하며 시작됐다.
당시를 회상하며 간직한 설렘도 잠시, 예정됐던 투어가 갑작스레 취소돼 이른 아침부터 허겁지겁 뛰어다니다 시드니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버스에 몸을 맡긴 지 세 시간쯤 지났을까? 차창으로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너머로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정교하게 구획된 시가지는 한국의 세종시나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Putrajaya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방문 당일, 시내버스의 파업으로 난감해하던 나에게 자가용을 이용해 도시 구석구석을 소개해준 방문자센터 안내원 포스터 론Foster Ron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그에 대한 보답으로 생생한 경험담을 시작하고 자 한다.
캔버라 산책 하나, 호주국립박물관 National Museum of Australia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사무소 서재의 책을 뒤적이던 중, 이목을 사로잡았던 사진 한 장을 복사해둔 인연으로 호주국립박물관을 찾게 됐다. 호주국립박물관은 행정수도로서 호주의 문화적 특징을 보여주는 곳으로, 원주민연구소·미술관과 함께 호주연방정부 수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2001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시드니와 멜버른 같은 대도시에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국립박물관을 국가의 상징시설로 인식한 연방정부에 의해 기각되며 그리핀 호수의 액턴 반도Acton Peninsula에 자리를 잡게 됐다.
윤호준은 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과 『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지난 2012년에 출간한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 현재 『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