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 욕심의 산물!
빌딩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응축된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빌딩의 옥상은 옥상정원, 도시농업, 심지어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같이 다수가 이용하는 공원 등으로 재조명받기 전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까지 빌딩을 지을 때 옥상정원은 법규에 의해 억지로 해야만 하는,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귀찮은 공정으로 여겨졌다. 보기에도 흉측한 화단을 옥상에 조성해 준공을 받고 그 다음은 옥상에 출입을 하지 못하게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었다.
빌딩, 즉 인간 욕심의 산물인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일종의 자연 회복 운동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리의 욕심을 위해 훼손한 자연에 비슷하게나마 정원을 조성해 작은 공간이지만 대지의 역할을 대신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옥상 가치의 재발견
현대사회의 도시, 좁은 공간에 필연적으로 모여서 살아야 하는 도시인에게 항상 부족한 것이 녹지 공간이다. 콘크리트로 덮인 빌딩숲으로 인한 도심열섬현상으로 여름에는 덮고, 겨울에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삭막한 사막과 같은 곳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옥상이 답이다. 지가가 엄청나게 비싼 도시에서 옥상은 여러 가지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라는 인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건물의 옥상에 훌륭한 정원을 조성한다면 어떤 이익이 있을까? 업무에 시달려 지쳤을 때 가볍게 올라가 쉬고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 옥상의 바로 아래층이 누리는 에너지절감 효과, 방수층을 보호해 유지보수비를 절감하는 효과 등은 개별적인 이익일 것이다. 조금 더 공익적인 쪽으로 생각을 돌려보면, 집중호우 시 빗물의 저장 효과, 저장됐던 빗물의 증산작용으로 먼지와 스모그의 감소, 주변 기상 환경의 개선(도심열섬효과 완화), 소음 감소, 동·식물의 서식지 제공(비오톱) 등의 추가적인 효과가 있다. 물론 옥상의 일부를 텃밭으로 조성하는 등 좀 더 다각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 6월 뉴욕의 브루클린의 어떤 옥상에 올라가보니 양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옥상은 앞으로 더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옥상정원 공사의 어려움
쉬운 조경 공사는 없지만 옥상정원 공사는 일반 지상조경 공사에 비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일단자재를 옥상으로 올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꺼번에 자재를 올리게 되면 공사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공정별로 자재를 양중하다 보면 양중비가 예상했던 것보다 초과되기 쉽다. 지상에서는 조경토를 고르기만 하고 식재를 하거나 시설물을 하면 되지만, 옥상에서는 식재를 위한 인공지반을 조성해야만 하고 이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요한다.
공정별로 나누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① 설계(건축의 하중을 초과하지 않는 시설 구조물과 토심, 옥상에 잘 견디는 식물들로 해야 한다.)
② 데크 또는 기초 시설 자재 양중 및 시공
③ 방근필름, 물저장매트, 물저장배수판, 토양필터, 인공토, 부엽토 등 인공지반을 위한 자재 양중 및 시공
④ 식재 식물 양중 및 식재(교목, 관목, 야생화, 잔디 등의 순서로 시공)
⑤ 기타 시설물의 양중 및 시공(동선을 위한 디딤석, 의자, 조명, 멀칭자재, 배수자재 등)
지상 조경의 경우 식재 식물이나 시설물의 자재비가 공사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옥상정원 공사에서는 식재를 위한 기초 시설 조성 비용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일부 옥상정원을 시공해보지 못한 회사들의 경우 공사비를 잘못 산정해 공사의 질을 저하시키거나 오히려 시공 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메트로프라자 옥상정원
이번에 시공한 은평구 메트로프라자는 구파발역에서 1~2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상업건물이다. 여타의 건물과 달리 메트로프라자의 경우 9층에 사무실을 배치하고 옥상정원도 같은 층에 배치했다. 이는 옥상정원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옥상정원이 있는 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접근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조경·건축설계 명인건축
건축시공 P&G건설㈜
조경시공 및 시스템 ㈜랜드아키생태조경
발주 메트로프라자
위치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동 69-5번지
연면적 10,172m2
옥상정원면적 450m2(3개소)
완공 2015년 9월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11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 오고 있다. 현재 ㈜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독일 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 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옥상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9월에는 EBS ‘극한 직업’에 랜드아키생태조경이 옥상정원을 시공하는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