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1900년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만큼 지금도 일본군과 관련된 다수의 전쟁 유적이 남아 있다. 특히,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와 하모리 일대에 그 흔적이 많이 몰려 있으며, 그 중심에 제주도의 마지막 전적 비행장인 알뜨르비행장이 있다. 패전 위기의 일본이 미군의 본토 공격을 막기 위한 전초기지로 이곳의 마을과 밭을 없애고 건설한 것으로, 대부분이 제주도민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완성되었다. 활주로와 격납고 같은 알뜨르 비행장시설의 대부분이 여전히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은, 국방부가 종전 후에 해당 지역을 군사 보호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주체
알뜨르 비행장 일대는 국방부의 소유다. 즉, 국방부의 허가 없이는 그 어떤 건축 행위나 토지를 사용하는 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다. 알뜨르 활주로는 지금도 훈련용으로 쓰이고 있으나, 여론상 대상지 전체를 군사기지화 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토지 원 소유주’라 할 수 있는 지역 주민에게 알뜨르는 농사를 짓기 위한 땅, 즉 생계 유지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유개엄체호(격납고)는 농기구를 보관할 수 있는 여분의 창고 공간이 되기는 하나, 여전히 밭을 일구는 데에는 걸림돌인 것도 사실이다. 한편, 중간자적인 입장에 있는 서귀포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이 부지를 일종의 ‘평화 공원’으로 만들고자 시도한 바 있다. 일본 전적지를 중심으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을 추진하여 알뜨르 일대를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목표로 진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