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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물에게] 나의 디자인 중심
  • 환경과조경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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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의 선택, 밀도 및 배치에 따라 다른 공간적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내게 식물이란 석재, 목재, 철재, 콘크리트 등과 더불어 조경 디자이너로서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소재 중 하나다. 다른 모든 소재가 질감, 무게감, 형상 등이 매우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듯이, 식물도 마찬가지로 땅에서부터 줄기가 하나 혹은 여러 개가 뻗어 올라가고 그 가지들을 따라 수많은 녹색의 잎이 붙어 있고, 그 형상, 크기, 질감, 색상 등이 다양한 소재일 뿐이다.

 

포장과 시설물로서의 식재

포장 설계, 시설물 설계는 소재에 의한 분류가 아니라 공간의 구성 요소로서의 분류 체계다. 하지만 식재 설계는 소재에 의해 분류된 설계 단계다. 실시설계 도면 작성을 위한 과정과 시공성을 고려한다면 식재 설계가 분류된 방식을 이해하겠지만, 디자인 단계에서 식재 설계를 별도의 단계로 분류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유효한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잔디는 석재, 콘크리트, 벽돌 등과 함께 바닥을 표현할 수 있는 포장재가 되기도 한다. 나무 9주가 만들어내는 공간과 퍼걸러의 캐노피가 만드는 공간 모두 위요된 쉼터를 형성하듯이 나무는 때때로 퍼걸러와 견줄 수 있다. 다만 포장 및 시설물의 기능과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에 따라 어느 소재를 선정하는 것이 설계에 적합한가를 고려하게 되며, 이에 따라 콘크리트 포장과 철재 캐노피를 만들기도 하고 혹은 잔디와 나무를 심기도 한다.

 

따라서 식물이 조경설계의 필수는 아니라고 본다. 대학원 시절 조경가 마사 슈워츠(Martha Schwartz)의 설계 수업을 수강했는데, 그 수업의 주제가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 설계를 통한 도심 재생’이었고 전제 조건은 식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굳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수업을 들으며 식물을 배제한다는 것이 과감한 시도라 모종의 의구심을 가졌지만 그 수업은 조경가로서의 관점을 결정짓게 만들어준 인생 터닝 포인트와 같은 시간이었다.

 

글로는 어떻게 설명해야 당시의 내 감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식물이 나의 손에서 없어지고 나니 주어진 대상지 본연의 가치와 사용자의 경험에 대해 더 많은 스터디를 하게 됐으며, 내게 조경이라는 분야가 예술이라는 분야와 더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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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 벽으로서 조성된 수벽. 폭이 매우 좁은 길로서 벽의 위압감을 줄이기 위해 식물로 벽을 조성하였다.

 

환경과조경 430(2024년 2월호수록본 일부

 

김태경은 고려대학교에서 생태공학을, 하버드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미국과 한국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부터 얼라이브어스를 운영하고 있다. 디테일과 식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공간의 미감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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