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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래스호퍼로 하는 조경설계
  • 환경과조경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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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단위의 함수로 단면 커브들을 만들어 복잡한 형태의 유선형 구조물을 만드는 파라메트릭 디자인 사례 ⓒ나성진

 

언어의 설계

뻔한 이야기지만 알고리즘은 언어의 설계다. 양 끝단이 매듭을 맺지 못한 채 다시 만난다는 얘기다. 공학이 싫어 조경을 시작한 내가 알고리즘을 말하다니. 집단이 싫어 도망치던 내가 소속을 원하다니. 불확실함을 참을 수 없어 디지털 소년이 된 내가 언어를 말하다니. 늙은 세상은 반대로 돌아간다.

 

그래스호퍼를 새로운 솜사탕 만드는 도구쯤으로 생각하던 어른들도, 모든 설계 모델을 스크립트로 만드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면 꼭 막걸리에 파전만이 장날의 정석은 아니라고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맞닿아 있다.

 

모든 디지털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구이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제공한다. 사람들이 쉽게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입출력 등의 기능을 알기 쉬운 그래픽으로 나타낸 것이다. 언어를 기호화한 것이지. 사람들은 편리를 얻는 대신 이해를 빼앗긴 거다. 등가교환의 법칙이지. 물론 모두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그럴듯한 결과를 얻고 싶어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렇게 돌아가나. 스케치업 같은 달콤한 프로그램에 손을 대는 순간 복잡하게 살아야 할 필요는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깟 살 좀 찌고 말지 뭐.

 

하지만 여전히 다름을 위해 기꺼이 워라밸을 포기하는 건축계의 전사들은 창작과 이해의 자유를 위해 다시 언어로 돌아왔다. 프로그램에 종속되는 삶을 본능적으로 거부한 것. 그리고 그 적절한 능선을 바로 그래스호퍼 같은 그래픽 기반의 프로그래밍 언어(Visual Programming Language and Environment)에서 찾았을 뿐이다. (후략)

 

환경과조경 399(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한국의 디자인엘, 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West 8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그룹을 시작했고, 이후 파라메트릭 기반의 설계를 위해 서브디비전(SUBDIVISION)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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