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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튜디오 loci]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 Amorepacific Botanic Garden
  • 박승진
  • 환경과조경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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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남

 

여름이 왔다. 연일 기온이 삼십 도를 오르내리고 습도 또한 높아 견디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창밖의 나무들이 짙은 녹색의 기운을 씩씩하게 내뿜고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옅은 어린잎에 불과한 것들이 이제 완전히 자라나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이즈음에는 식물들의 이런 모습에 늘 감탄한다. 작은 씨앗들이 땅에 떨어져 때를 기다리다가 어느새 움을 튼다. 떡잎을 내밀어 제 존재를 드러낸 후에는 날마다 자라고 변신을 거듭한 끝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한겨울을 나목의 상태로 버틴 나무들은 또 어떠한가. 무슨 신호를 받았는지 때가 되면 저마다의 일정으로 잎을 내밀고 빛을 받아들인다.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한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잎들은 겨울에 앞서 생장을 멈추고, 후대를 위해 지상으로의 장렬한 낙하를 기다릴 것이다. 성장과 번식이라는 이 오묘한 생명의 순환을 지켜보고 있자면 새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2016년 늦가을 우리 일행은 서둘러 런던으로 날아갔고, 시내에 있는 첼시 약용식물원(Chelsea Physic Garden)으로 향했다. 며칠 후면 시즌이 마감되기 때문에 바쁘게 결정하고 실행한 일정이었다.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가장산업단지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통합 공장(아모레퍼시픽 뷰티 파크)이 자리하고 있다. 2012년에 준공한 이 공장은 당시에도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 식물들을 소재로 일부 조경 공간을 구성했으나, 준공 4년 차를 지나면서 좀 더 본격적인 식물원으로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었다. 규모가 비슷한 첼시 약용식물원은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의 중요한 벤치마킹 사례지였다. 이 식물원은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런던의 가장 오래된 식물원이다. 기본적으로 약제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연구하는 곳이기에, 공간의 구성이 식물을 효율적으로 분류하고 관리하기에 적합해야 한다. 방문자들에게 식물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쓰임새를 중요하게 설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템스 강변의 이 오래된 식물원은 이제 막 새롭게 원료식물원을 만들려고 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중략)...

 

환경과조경 388(2020년 8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총괄조경설계 서안(정영선박승진)

진행디자인 스튜디오 loci(박승진최상민장수연오지훈)

시공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총괄한권영)

발주 아모레퍼시픽

위치 경기도 오산시 가장산업단지 내 아모레퍼시픽 뷰티파크

면적 약 18,000m2

설계 기간 2016~2019

시공 기간 2017~2019

준공 2019. 7.

사진 양해남

 

박승진은 아직까지 조경 설계라는 마당을 떠난 적이 없으며, 이 마당에 맞닿아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조경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정교한 작업을 늘 꿈꾸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읽고, 쓰고, 가르치며, 배우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 디자인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조경설계 서안에서 설계 실무를 거쳐 2007년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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