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정한 ([email protected])
제1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 김호윤 소장의 ‘조경설계 호원’을 찾아가는 길, 인터뷰를 자청한 걸 약간은 후회했다. 인터뷰‘이’만 해보다가 인터뷰‘어’로는 첫 경험, 긴장감 섞인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다. 남기준 편집장이 2009년에 12회에 걸쳐 진행한 “조경가 인터뷰”를 먼지 쌓인 과월호를 뒤져 다시 읽었다. 인터뷰계의 대가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책을 재독하고, 「한겨레」 토요판 고정 꼭지를 통해 5년 2개월간 122명과 대화한 이진순 박사의 인터뷰를 여러 번 들춰보며 묘책과 비법을 찾아봤으나…
강남치고는 수더분하고 어수선한 개포동 주택가 골목, 붉은 벽돌의 전형적인 ‘집 장사 집’들 사이에 단아한 백색 콘크리트 건물이 이채롭게 끼어 있다. 밖에서 얼핏 보면 정갈한 카페 같은 김호윤 소장의 오피스는 이 건물 1층에 있다. “인터뷰 걱정에 두 시간 전부터 일손을 놓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김 소장이 김모아 기자와 나를 맞았다. 커피가 맛있어 한 잔을 더 청했다. “직원들의 커피 값이 걱정돼 사무실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뒀어요. 테라로사 원두를 씁니다. 한 잔에 4, 5천원, 너무 아깝습니다.” 서로 긴장한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마주 보지 않고 같은 방향을 보며 소장 방의 사이드 테이블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슬쩍 옆을 보니, 김 소장은 내가 미리 보낸 예상 질문지에 빼곡히 메모를 해놓았다. 원래 구상한 순서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발동했다.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
-축하합니다. 주변의 반응이 어떤가요.
“감사합니다. 사무실 회식 중에 선정 소식을 들었어요. 덕분에 회식이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죠. 정말 기쁘지만, 1회라서 엄청난 부담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변에서도 참 기뻐하시고요. 특히 발주처나 클라이언트들에게 효과가 큽니다.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평소에 ‘젊은 건축가상’이 참 부러웠어요.”
-네, 이 상이 젊은 건축가상이나 뉴욕의 영 아키텍트 어워드Young Architect Award 못지않은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 『환경과조경』도 애쓸게요. 호원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죠? 2015년 말?
“네, 2015년 11월에 시작했습니다. 딱 만 3년 지났어요.”
-그 무렵에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지 않았던가요? 서래마을에선가, 우연히.
“네, 맞습니다. 그 자리에 이번에 같이 상 받은 HLD의 이호영 소장도 있었고, 그 후에 얼라이브어스를 시작한 강한솔, 나성진 소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3년이 참 빨리 흘렀어요.”
-설계사무소를 연다는 것, 참 막막하지 않았나요?
“설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자기 사무실 열어서 소장 하는게 꿈이죠. 그런데 원래 그때 시작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갑자기 회사(삼성에버랜드)에서 좋은 퇴직 조건이 생겨서 나왔는데, 일주일 만에 바로 제 사무실을 차리게 됐어요. 원래는 공부도 좀 하고 여유를 가지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갑자기 급해졌어요. 거의 전투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바로 스태프를 채용했나요?
“첫 한 달은 혼자 했고, 바로 두 명과 함께 했어요.”
-그래도 월급 줄 만큼은 일이 있었나 보네요.
“이것저것 안 가리고 다 했어요. 뭐라도 해서 우선 궤도에 올라야 하니까. 지금도 일을 가리지 않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무실들이 다 그럴 테죠.”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