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Taylor Cullity Lethlean)은 조경과 도시설계를 넘나드는 호주의 대표적 설계사무소다. 지난 30여 년간 도시의 워터프런트부터 사막의 산책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공공 공간에서 작은 정원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특히 장소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에 대한 세심한 탐색을 통해 경관과 지역의 문화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광활한 대륙의 자연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TCL의 작업은 전문 분야로서 조경의 역사가 길지 않은 호주에서 조경이라는 직능의 토대를 견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멜버른(Melbourne)과 애들레이드(Adelaide) 두 곳에서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TCL은 디렉터를 중심으로 조경가, 도시설계가, 건축가가 협업하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스튜디오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TCL을 이끌고 있는 디렉터들은 조경을 공통분모로 삼지만, 케이트 컬리티(Kate Cullity)는 원예학과 시각 예술, 페리 레슬린(Perry Lethlean)은 도시설계, 스캇 아담스(Scott Adams)는 대규모 프로젝트 설계, 데미안 슐츠(Damian Schultz)는 물순환 관리형 도시설계(WSUD)와 습지 디자인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시각화에 특출한 리사 호워드(Lisa Howard)(Studio Principal)는 디렉터들을 지원한다.
이번 호에서는 호주 조경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던 오스트레일리아 가든(Australian Garden)부터 캠퍼스와 공항 같은 도시 프로젝트, 산업 유산의 재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오클랜드 워터프런트(Auckland Waterfront), 도전적 형태의 엘리자베스 키(Elizabeth Quay) 등 TCL의 최근 6~7년간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덧붙여 2017년 베를린의 국제 정원박람회IGA에 전시된 컬티베이티드 바이 파이어(Cultivated by Fire)를 수록해, 호주의 생태에 지속적으로 천착하며 그들만의 미학을 일궈나가는 TCL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낯선 대륙의 작업이지만 본지의 호주 리포터인 이홍인이 각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디렉터를 인터뷰해 독자들이 작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풍요롭지만 때론 무미건조한, 도시적이지만 한편으로 느긋한 경관에 감각을 입히는 TCL의 작품 세계를 탐험하는 매혹적인 여정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진행 김정은, 김모아, 이홍인 번역 안호균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TC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