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인 ([email protected])
2018년 2월 9일 오전, 멜버른 도심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레스토랑, 젤라토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즐비한 라이곤 스트리트(Lygon Street)를 거닐어 올라가다 커피숍에 앉아 카푸치노를 한 잔 시켰다. 생기가 넘치는 거리에서 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마치고 도착한 라이곤 스트리트 근처 주택가에 위치한 TCL 멜버른 오피스는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세 명의 디렉터와 TCL의 역사, 운영, 디자인 철학 등에 대해 폭넓게 나눈 대화를 옮긴다.
이홍인(이하 L):TCL의 설립자인 케빈 테일러(Kevin Taylor)와 케이트 컬리티(Kate Cullity)는 어떤 계기로 조경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나?
공통(이하 TCL): 케빈은 건축가로 교육받았으나 그 후 조경을 전공했고, 멜버른에서 주택 정원 설계와 커뮤니티 컨설팅 등의 일을 주로 했다. 초창기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박스힐 커뮤니티 아트 센터(Boxhill Community Arts Centre)였는데, 이 일을 통해 케이트를 디자인 동료로 만나게 된 뒤 둘은 곧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삶과 일 모두에서 함께이고 싶었고 곧 케이트의 집에 작업실을 차리고 함께 일을 시작했다. 그것이 지금의 TCL의 시작이다. 그들은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고전했다. 당시 멜버른은 불경기였고, 무엇인가를 짓는 일이 드물었다. 지을 돈이 없었다. 그들은 주로 커뮤니티 컨설팅을 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일을 했다. 또한 주민이 직접 공원이나 놀이터를 지을 수 있도록 돕곤 했는데, 예를 들어 주민들이 놀이터를 짓기 원하면 주말에 그들과 함께 모여 재활용 목재를 활용해 직접 공사를 했다. 모두 매우 낮은 금액을 받고 한 일이다.
L:그들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 비전은 무엇이었나?
페리 레슬린Perry Lethlean(이하 PL): 호주에서 인지도 있는 조경가가 되겠다거나 회사를 확장하겠다는 비전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함께 일하길 원했고,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열정을 다해 시험해보는 것이 다였다.
L:페리는 언제 합류했나?
TCL: 1990년 그들이 공식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페리는 1990년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5년 그들을 만나 합류했다. 케빈은 사업이나 전략적 판단이 아닌 사적인 이유로 애들레이드()Adelaide로 이전하고 싶어 했다. 아직 대단한 사업을 이룩한 것은 아니었지만 멜버른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이었고 포기할 수 없었다. 그들은 수소문 끝에 페리를 찾아 고용하고 멜버른 오피스의 운영을 맡기고 애들레이드로 이사한 후 오피스를 열었다. 시드니나 멜버른은 대도시이고 일을 비교적 지속적으로 수주할 수 있었던 반면 애들레이드는 요동치는 곳이었고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불안정한 곳이었다. 그들이 애들레이드에 정착하는 데 5~8년은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TCL은 지금의 두 오피스를 가지게 되었다. 시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네!(웃음)
L:케빈과 케이트가 어느 날 페리에게 멜버른 오피스의 운영을 맡겼는데, 그 인수인계 과정은 어땠나?
TCL: 오피스를 던져 주고 ‘자, 나중에 봅시다’ 하진 않았다(웃음). 케빈과 케이트가 애들레이드로 건너간 후에도 대부분의 일은 멜버른에 있었고, 그들은 적어도 5~10년간 지속적으로 멜버른을 방문하며 항상 핵심 디자이너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가든(Australian Garden)이나 멜버른 박물관의 포레스트 갤러리(Forest Gallery)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케빈은 멜버른을 중심으로 일했다. 지금도 우리는 두 오피스를 오가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인수인계했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커뮤니티 컨설팅에서 클라이언트, 이해관계자, 주민과 긴밀히 협업하며 일을 진행하듯이, 회사 내에서도 특정 프로젝트가 누구 것이라고 선을 긋지 않고 팀원 모두와 이야기하고 공유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