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숙 ([email protected])
2007년 국토해양부는 도시재생사업단을 출범해 노후 주거지에 대한 지역자력형 재생 방안을 연구했다. 그동안 연구한 성과의 실용성 검증을 위해 2011년에 전주와 창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베드TB를 운영했고, 전주의 주거지 재생 TB 대상으로는 노송마을이 선정되었다.
전주의 테스트베드, 노송마을
1970년대 전주역은 지금의 전주시청 자리에 입지하고 있었다. 열차의 완행과 야간통금 때문에 역 주변에서는 필수 시설이었던 저렴한 여인숙촌이 역사 건너편에 자리하여 홍등가 기능을 하고 있었다. 이 홍등가와 면한 주거지가 노송마을이다. 철도 뒤로 구릉지를 형성하고 있는 입지적 특성으로 이곳은 1950년대 피난민촌이 형성되었다. 때문에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면한 불규칙하고 작은 필지 위에 다닥다닥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도시 성장을 억제하는 철도로 인해 전주의 동부가 개발되지 못하자 1980년대 초에 역을 동측으로 2~3km 이동시키면서 홍등가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기존 전주역사 자리에는 전주시청이 이전해 왔고, 철도 부지가 도시 간선 가로로 대체되면서 이 대로변에는 고층의 업무 시설이 집적되었다. 그러나 업무시설의 이면에 낡고 어두운 홍등가가 계속 운영되면서 노송마을은 전주시에서 거주환경이 가장 열악한 마을 중 하나가 되었다. 이에 전주시는 주거지 재생을 위한 TB로 노송마을을 가장 적합한 곳이라 판단한 듯했다. TB 운영을 위해 연구진이 노송마을에 들어갔을 때 마을의 현황은 매우 암담했다. 면적 약 14만5천m2에 950세대 1,9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노송마을은 10여 년 전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한 곳이다. 이때 개설된 격자형의 소방도로에 의해 불규칙한 필지들은 더욱 작아져 다수의 과소 필지가 형성되었으며, 격자형 가로망이 개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가 통행 가능한 도로에 면한 필지는 35% 미만이었다. 산재한 공·폐가와 재활용을 이유로 너부러진 폐기물, 자투리땅에 방치된 쓰레기 더미 등이 마을의 경관적·위생적·방범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서 시청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도시가스도 하수도도 미정비 상태였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저소득 고령자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었으며, 가구주의 소득 수준이 월85만원 미만인 세대가 47.5%에 달했다.
주민 설득에서 참여까지 도시재생 TB에 대한 이해가 없던 주민들은 사업비 하나 없이 주민 주도에 의한 선 계획 후 타당성 있는 사업의 실행을 약속하는 연구진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마을을 직접 돌아보고 문제를 진단하기 위한 최초의 주민 워크숍 ‘동네 한바퀴’에 100여 명이 참가하여 연구진도, 행정도, 주민들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부녀회장, 방범대장, 통장, 청년회장 등 마을의 다양한 조직의 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전 주민 대표 그룹과 집집마다 방문해 사업의 의미를 설명한 도시재생센터 연구진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주민들은 10여 명이 한 조가 되어 마을을 돌아보고 일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진단했으며 조별 발표를 통해 이를공유했다. MP팀은 도출된 문제의 범주를 주택 중심의 사유 공간, 주차장화 된 경사 가로와 소공원 중심의 공공 공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환경, 마을 쓰레기 및 방범 문제 중심의 마을 관리 및 복지로 구분했다.
이렇게 구분된 범주별 문제에 대해 워크숍에 참여한 주민들로 하여금 개인적 관심 분야를 선택하도록 했으며, 각 문제에 대해 주민 스스로 대안을 모색하도록 유도했다. 각 범주별로 주민들이 파악한 대표적인 문제와 대안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먼저 사유 공간에 대해서는 방치된 폐가에 의한 위생적·방범적 문제, 과소 필지로 인한 주택 신축 및 확장의 어려움, 노후 주택 수리의 필요성 등이 파악되었다. 그리고 행정의 협조를 통한 폐가 철거 및 텃밭 활용, 자투리땅의 저렴한 매입 중계에 의한 재건축 촉진, 담장 정비 등을 제안했다.
공공 공간에 대해서는 가파른 경사지 및 불법 주차로 인한 통행의 어려움, 골목길의 노후화, 야간의 범죄 우려, 소공원 관리 문제 등을 파악하고 가로의 재구성 및 정비, 주차 단속, 방범 장치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남성을 중심으로 폐가 철거 및 집수리 사업이, 여성을 중심으로는 동네 식당 및 텃밭 가꾸기 등을 제안했다.
마을 관리와 복지 측면에서는 쓰레기 무단 배출, 도시가스 미공급, 어린이 및 노인들을 위한 시설 부족, 점집 및 정신장애인복지시설의 확장 등이 지적되었으며, 주민 주도의 청소 및 화단 가꾸기, 학생을 위한 공부방 및 노인을 위한 사랑방 조성 등의 방안이 제시되었다.
MP팀은 사유 공간과 공공 공간의 정비를 물리적 재생으로, 일자리 창출은 경제적 재생으로, 마을 관리와 복지는 사회적 재생으로 구분했다.
김현숙은 1983년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서 도시설계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도시계획기술사 자격을 취득하여 21C도시건축연구소장으로서 도시계획 및 설계실무에 종사했으며, 1998년부터 전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로 도시설계 연구실을 관장하고 있다.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 국가건축정책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국토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도시설계, 도시 경관, 도시재생에 관한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