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가 ‘시스템 밖을 상상하라’는 암시를 던지며 마무리 짓듯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추상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마을, 커뮤니티’가 재검토되고 있다. 시민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의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고, 제도적 차원에서의 지원도 많아졌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를 만들고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마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수원시의 마을르네상스 사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덩달아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의 상황인 것 같지는 않다. 틸(J. Till)은 2010년 『Architecture, Participation and Society』라는 책의 서문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전 세계적으로 예외적 실천이 아닌 일반적인 실천이 되어가고 있다.’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규정되지 않는다. 자꾸 도망간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용어가 갖는 속성 때문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조경, 건축, 도시계획 같이 특정한 분야를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지향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설정’되는 용어이기 때문에 입장이나 분야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상당히 실천적 용어이다. 태생부터가 그렇다. 다음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지만, 실천이 먼저 있었고 이후 추상적 논의가 이루어졌다. 추상화의 결과 또한 확정적이기보다는 열려있어 많은 연구자들과 실천자들은 현재를 진단하며 끊임없이 개념을 재규정하고 있다(김연금, 이영범, 2012). 즉, 실천과 이론이 상호 작용하며 발전적 순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용어에 대한 접근은 관련 논의를 관통하는 통일된 개념과 특성을 찾기보다는 다루어지는 주요 주제와 이를 둘러싼 논의의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개념적 특성이 드러나도록 하는 게 맞는 듯하다. 이러한 내용을 전재로 이 글에서는 커뮤니티 디자인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개념 및 추구 가치, 우리나라에서의 커뮤니티 디자인의 현황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참고로 커뮤니티 디자인과 유사 용어로는 community planning, community architecture, social architecture, community development, community participation, participatory design 등이 있다. 여러 연구자들의 의견을 살펴볼 때 커뮤니티 디자인은 이러한 용어들을 대표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