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커뮤니티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주민참여를 따로 덧붙여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굳이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장황하고 이상한 말을 쓰지 않아도 온전히 그 내용이 설명되지 않나 생각되는데, 이는 최근의 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만큼 ‘참여’가 당연히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가치로 자리 잡아 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참여-인간관계의 문제에 디자인이 접속되는 순간, 많은 상황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는 것을 아마도 공공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활동가들과 디자이너들이 이미 경험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도시연대 커뮤니티 디자인센터에서 최근 몇 년간 한평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면했던 그러한 인간관계의 사례들, 커뮤니티 디자인의 개별 프로젝트들이 주민참여에서 의도했던 지향점들, 그리고 어떤 인과과정을 통해 그것이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정황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더 다양한 사례들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대략 4가지로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1) 참여방법의 디자인이 필요한 경우
2) 커뮤니티 없는 커뮤니티 디자인
3) 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한 갈등의 조정
4) 커뮤니티 디자인을 매개로 한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첫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 항목은 커뮤니티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주로 논의되는 부분이지만, 두 번째 항목인 ‘커뮤니티 없는 커뮤니티 디자인’은 비교적 최근의 고민을 담고 있다. 도시연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평공원 사업의 경우, 사업초기에 주민들의 참여의지가 높고 공공성 확보에 대한 확신이 강한 곳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어느샌가 점차 앞의 관점에서 봤을 때 꽤 평범한 자투리 공간에도 한평공원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경우 가끔 참여의 씨앗이 될 만한 아주 단출한 규모의 지역공동체와도 연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결국 참여가 부재한 장소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을 진행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런 사례들을 여기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뒷부분에 마지막 다섯 번째 항목으로 ‘공공공간으로부터의 도피’라는 다소 추상적인 제목을 붙여 주민들 스스로가 공공성의 영역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멀어지는 경향에 대한 사례들을 넣어볼까
했지만, 이미 과거의 사례들이고 지금은 훨씬 여건이 좋아졌으며, 앞으로도 점점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넣지 않았다.
앞의 4가지 상황을 이미 진행된 한평공원 프로젝트의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덧붙여 커뮤니티센터에서 공공성이란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 최근의 고민들을 여기에 잠깐 소개한다.
① 커뮤니티 디자인 참가자들의 수평적인 대화를 위한 방법들
-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 의사표현을 매개하는 기법에 대한 필요성. 민주적인 워크숍 기법이나 놀이, 카드를 활용한 의사소통기법 등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다.
② 골목길 생태계, 마을의 아주 작은 차원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 파악하기
- 쓰레기 처리문제, 주차문제, 공원이나 빈터의 이용, 또는 길에서 벌어지는 행위들은 골목길 차원에서 벌어지는 작은 움직임이지만, 마을의 공간구조와 결부된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공간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생태계를 파악하는 것.
③ 커뮤니티 디자인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인가?
- 디자인이 ‘새로운 소외’를 만들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점.
④ 디자인과정에서 드러난 지역커뮤니티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기
- 장소의 문제는 결국 주민들 스스로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다. 주민참여에 의해 진행된 커뮤니티 디자인은 이해관계에 따른 일시적 합의사항에 대한 결과의 한 단면만을 보여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