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순환은 건강의 지표이다. 많은 질병이 혈관이나혈액순환의 문제 때문에 생긴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물 섭취가 혈액건강의 기본이다. 물을 적게 먹거나 땀을 지나치게 흘리면 혈관의 수분이 줄어들어 혈액 농도가 높아진다. 적혈구가 더 잘 뭉쳐 혈전을 만들기 쉽고, 고혈압,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는 요건이 된다. 반대로 물을 충분히 먹는 것은 대개 건강에 좋다. 다만, 너무 과다하게 먹으면 혈액 속의 염도가 낮아지게 되므로 마찬가지로 문제이다.
물순환은 도시적주성의 지표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빗물의 70%가 여름철 우기에 집중되고 다른 계절에는 비 구경이 쉽지 않다. 사람으로 치면 일정하게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물을 거의 안 먹다가 갑자기 많이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습관이 건강에 좋을 리가 없듯이, 이러한 강우조건 역시 물순환에 불리하다. 여름철에는 집중호우로 물이 수로 밖으로 범람하여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준다. 반면 다른 계절엔 수량 부족으로 바닥을 드러내는 건천이 된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이수와 치수가 정치의 근본으로 중요히 다루어졌다.
현대에 들어와 물순환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지하공간 개발과 도로율 증가 등으로 도시는 점차 불투수층이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조밀해진 거주지는 완충지대를 만들기 어렵게 한다. 시각적 요소의 지나친 중시도 생태적인 물순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호의 특집은 여름철을 맞아 우리 도시의 물순환 도시계획을 다루었다. 우리 땅의 기후조건 하에서, 도시 물순환 문제의 여건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외국의 앞선 사례를 통해 우리가 가야할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아무리 옷이 좋아도 몸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듯이, 물순환 도시계획의 특성과 우리 국토와의 부합도를 검토해 보고 그 활용가치에 대해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