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국내 물순환계획의 효율적 도입을 위한 제언
  • 환경과조경 2013년 8월

들어가며
인간은 태초에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연자원 중에 ‘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강 주변에 위치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고도 남는다. 이후 문명적 발전을 멈추지 않았던 인류는 기존의 부락형태를 벗어나 점차 ‘도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물은 당시의 도시 건설에 있어 도시규모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이 되었다. 즉, 물을 길어다 나르는 것이 아닌 이동을 시키기 위해서는 수로의 도입이 필요했고, 이것은 인간의 삶이 부락에서 도시로 옮겨지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도시의 건설은 인간이 더 이상 물을 수동적으로 얻으려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도시 내 물 관리에 있어 가장 극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곳이 기원전 4세기경에 건설된 요르단의 도시 페트라(Petra)이다. 이곳은 유목민으로 추정되는 나바테아인(Nabataean)에 의해 건설된 곳으로 연강수량이 100㎜도 채 안 되는 아주 메마른 땅이다. 나바테아인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류조를 설치하였고, 조금이나마 내린 빗물이 저류조까지 흘러갈 수 있도록 암벽사이를 깎아 수로를 건설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저류조의 위치가 항상 도시 내 가장 낮은 지역에 있었고, 암벽을 깎기 위해 나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즉, 이들은 주어진 자연환경을 잘 활용해서 물을 얻어낸 것이다.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다. 기술의 발전, 특히 교통문화의 발달은 도로건설과 맞물리면서 도시의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여기에서 기존의 자연적 물순환체계에 의지했던 물관리체계가 바뀌기 시작한다. 포장면의 증가와 하수체계의 발달로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단순한 생태적 물순환고리가 깨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자각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빗물의 이용 및 운영계획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하였고, (빗)물순환계획을 표방한 다양한 생태도시가 독일, 영국, 스웨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양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기존 도시 및 신도시건설에 있어 물순환계획을 적극 도입하여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궁금하다. 과연 우리는 나바테아인처럼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맞는 물순환전략을 갖고 있는 것일까?

선조들의 지혜, 전통배수체계
우리 선조들은 언제나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뛰어난 기지를 발휘해 극복하고 발전시켜 왔으며,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특히 아름다운 선이 매력인 한옥이나 추운 겨울에도 오랜 시간 절절 끓는 온돌이 그렇다. 그런데 수자원관리에 있어서도 선조들의 지혜는 빛이 났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홍수피해에 노출되어 왔다. 그래서 신라시대부터 하천에 제방을 축조해 범람을 막았고, 저수지를 축조하여 홍수 시 저류시키고 가뭄 시 농업용수로 사용하여 왔다. 농업중심의 사회에서 농경에 대한 관심은 바로 벼농사와 수리에 치중되어 백재시대에는 유명한 김제의 벽골제 축조를 시작으로 하여 저수지에 의한 이수방법이 연구되어 왔다. 이후 간척사업, 제언절목 등의 다양한 시책을 통해 수자원관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안재찬 2000). 그 중 특히 전통마을에서의 배수체계는 현재 수자원관리 및 물순환계획을 하는데 있어 많은 시사점을 부여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마을의 경우 비가 내리면 지붕 추녀에서 낙수되어 극히 일부는 땅속으로 침투되고, 대부분은 마당의 가장자리 담장 밑을 따라 흐른다. 마당 가장자리를 따라 한 곳으로 모이게 되는 빗물은 기와나 벽돌, 장대성 등으로 만들어진 수구를 통해 안채 담장 밖의 바깥마당으로 흐르고, 다시 바깥마당의 담장에 만들어진 수구를 통해 집 밖의 동네 골목길로 배수되는 구조를 갖는다. 담장 밖의 마을 길로 배출된 빗물은 마을 길이 좁은 경우에는 대부분 마을 길의 경사를 따라 낮은 곳으로 유출되어 빗물이 마을의 큰 길로 모이고, 모인 빗물은 다시 마을의 저지대에 만들어진 큰 연못에 정체 된 후 마을의 도랑이나 수로를 따라 인접한 하천으로 배수되는 체계를 갖는다. 마을 길은 길을 이용하는 권역에 있는 주택수가 많을수록 넓다. 마을 길의 빗물 집수권역과 집수량은 마을 길이 클수록 커지게 되므로, 마을의 큰 길에는 많은 빗물을 배출시키기 위하여 보통 도랑이나 돌을 쌓아 만든 수로가 길을 따라 만들어져 있으며, 도랑이나 수로가 길을 횡단하는 부분이나 가옥의 출입로 부분에는 지하 배수관 또는 돌판을 덮은 수로나 작은 다리를 놓아 통행이 가능하도록 처리하고 있다(최일홍 외 2003). 이러한 전통마을의 배수체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 곳으로 낙안읍성을 들 수 있다.

월간 에코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