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젱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참여작가 [email protected]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오르지 않을까 싶다. 봉화산을 형상화한 16m 높이의 순천호수정원 정상에 오르면 박람회장 전경이 한눈에 보이기도 하고, 그 작업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맡았다.
산… 어쩌면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이라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자칭 ‘지형 디자이너’라는 찰스 젱스는, 산을 중심으로 생성된 한국의 경관이 60년간 진행된 도시화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우며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답변 하나하나에서 그가 이번 순천호수정원을 작업하면서 얼마나 도전적이고 즐겁게 임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고 있는 한국 특유의 경관에 흠뻑 매료된 듯한 찰스 젱스에게 이번 순천호수정원은 어떤 작품일지 물어보았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참가자로서 이번 박람회를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있게 한 모든 사람들의 비전과 노력에 매우 감동했습니다. 그들은 현 시대의 큰 아이디어를 발견했고 그것을 정원예술의 차원으로 끌어내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이번 박람회만큼의 규모로 이루어진 것은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박람회를 위해 만든 프로젝트는 저와 저희 팀에게 매우 특별한 것이었으며, 모두들 이 박람회에 대한 애착이 깊습니다.
설계자로서, 순천지역에 대한 느낌은 어떠합니까?
순천이라는 도시는 전체 면적의 70퍼센트 이상이 구불구불한 산지로 둘러싸인 채 3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곳입니다. 바위와 소나무 숲이 울창하며, 세 개의 주요한 강이 관통하고, 콘크리트 건물과 고속도로가 빽빽한 도시 위쪽 산자락에는 계단식 논이 있습니다. 즉, 순천은 전형적 한국 경관의 축소판인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천호수정원 설계에서 특별히 세운 설계전략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는 자연과 문화, 또는 산과 도시를 명확하게 가르는 시각적 전략인 ‘Holding the Eco-line’ 이라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처럼 명확한 선으로 자연과 도시를 구분하는 도시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처럼 손대지 않은 자연이 거대도시와 공존해가는 전통이 있는데, 서울의 예를 들자면, 남산공원이 도시공원으로서 서울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면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은 거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울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비는 순천에서도 볼 수 있는데, 사람이 만든 콘크리트 빌딩과 고속도로가 나무가 무성한 산지와 함께 나란히 공존하고 있습니다. 순천의 봉화산은 순천시민에게 바다와 농지의 장대한 경관과 주변 산지 경관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봉화산 등산로는 항상 수많은 등산객으로 붐비고 봉화산 꼭대기에서는 계단식 논과 밭 등의 고전적인 경관을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러한 경관 덕분에 순천의 시장과 박람회 기획자들이 경관적 요소들의 확실한 대조를 보여주는 박람회를 기획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박람회장 북쪽의 고속도로가 농지의 경관을 차단하고 남쪽 습지 지역의 굽이진 해룡산이 경관적 대조를 보여주는 일련의 상황들이 우리의 설계 영감의 원천인 ‘경계를 유지하는(Holding the Line)’ 전략을 낳게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