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참여작가 [email protected]
“저는 글 쓰는 것이 서툰 대신 좋은 책 한 권같은 정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원이 문화와 산업에 있어 두루 중요한 원론적인 이유는 정원이 선진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로망이자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문화예술의 결정체이기 때문 아닐까요.”
지난 2012년 월간 <환경과조경> 올해의 조경인 수상소감을 통해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는 이같은 소감을 밝히며, 당시 한국의 정원문화 확산과 비상을 바란다는 소감을 내비쳤다. 이후 국내 최초로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황지해 작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중에서도 주박람회장을 상징하는 공간을 조성해낸 첼시의 여왕 ‘황지해’ 작가.
약 5개월간 칩거생활을 하면서 조성한 ‘갯지렁이 다니는 길(28,000㎡)’과 ‘동천갯벌공연장(5,500㎡)’은 현재 박람회장을 찾은 시민들에게도 인기공간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생태계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황지해 작가를 순천시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만나고 왔다.
갯지렁이 다니는 길’은 박람회장에서 유일하게 ‘정원’이란 이름이 붙지 않은 정원입니다. ‘00정원’ 대신 ‘갯지렁이’가 정원의 이름이 된 배경과 간략한 작품 소개를 부탁합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에 대한 개념이나 가치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기나 땅 속에 있는 것들처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는 쉽사리 잊혀지지요. 그런 소중한 것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 끝에 보이지 않는 생태계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갯지렁이를 매개체로 하여 정원을 조성하였습니다. 그래서 갯지렁이를 정원이름에 넣기로 결정하였고요.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 정원은 선큰가든으로서 태양을 하루종일 담아두는 공간입니다. 자연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여인의 머릿결이 순천만 호수의 시원이 되고 갯지렁이가 다니는 자유분방한 선들을 정원의 길로 조성했습니다. 항공에서 보면 정원의 전체 그림은 나뭇잎의 형상으로 나타나는데, 정원 속에는 갯지렁이 형태의 갤러리와 도서관, 쥐구멍카페, 개미굴 휴게공간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원 안에서의 진정한 “쉼”을 누리길 바라고 갯지렁이를 통하여 드러나지 않는 생태계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