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오랜 산고 끝에 드디어 막을 올렸다.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6개월간이어진다. 한국의 첫 국제정원박람회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더구나 그 장소가 이미 세계 5대 연안습지로 이름 높은 순천만이기에 한층 더 뜻 깊다. 역사적으로 볼 때 박람회는 동시대적 가치의 표현이었다. 그만큼 이번 정원박람회는 우리 사회에서 점차 높아지는 정원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정원의 역사는 매우 길다. 대중의 공공공간이자 공유공간인 공원에 앞서 발전해 왔다. 기후, 지형, 식생과 같은 환경조건과 저마다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다. 지역이나 민족에 따라 고유한 양식이 있고, 또 개인의 개성과 기호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갖춘다. 가히 한 지역과 개인의 환경적·문화적 총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이루어진 정원은 다양한 문화활동의 장이 되고 사유의 장소가 된다.
복잡한 도시와 반복되는 일상에서 대중의 심신은 쉽게 피로해진다. 그럴 때 필요한 공간은 생명의 활력과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그럼에도 도심의 온갖 공공공간은 점점 상업화되어 ‘상품’으로 변질되었다. 그 속에서 도시민은 종종 더 큰 소외를 맛보게 된다. 그러한 공간은 피로에 지친 개인을 보듬어 주고 치유해 주기보다는 잠시 피로를 망각시켜 줄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정원이 다시금 호출되는 이유이다.
박람회장에는 우리의 전통정원을 포함하여 중국, 일본, 태국 등 장구한 역사를 가진 동아시아의 정원들이 있다. 중국 정원에선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양산백과 축영대의 사랑이야기가 절로 느껴진다. 물이 없이 돌과 모래만으로 된 일본 정원은 섬나라 일본문화의 축소판이다. 서구에 비해 가까우면서도 잘 모르는 태국 정원도 있다. 전통 건축물인 살라타이와 대나무 구조물 등 자연재료를 활용하여 아열대 지역의 열기를 저감시킨 그들의 생활에서 동아시아인의 지혜가 엿보인다.
그 외에도 7개 서구정원을 포함한 11개의 세계정원과 61개의 참여정원이 있다. 건설경기의 어려움 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 잠시 머리를 식혀볼 만하다. 게다가 박람회장을 조금만 벗어나면 넓게 펼쳐진 순천만 습지는 말 그대로 장관이자 덤으로 누리는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지금 순천만에는 이렇게 무위자연과 인위자연이 5월의 햇살 속에 활짝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