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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t Interview (1) _ 조경가의 사회참여, 조경의 공공적 가치를 높이는 일
  • 환경과조경 2013년 4월

정욱주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조경학전공 교수)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전문분야를 넘어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즐겁고 보람된 일일까? 여기에 조경설계 전문가로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의 정욱주 교수.
정 교수는 지난 2010년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제안으로 맡게 된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 정원 설계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재)아름지기의 정자나무가꾸기 사업에 이르기까지 재능기부형 조경설계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동안 대형 프로젝트를 위주로 작업해 온 실력파 조경설계가로서 작고 소박하기까지 한 지금의 행보가 다소 낯설게도 느껴지지만, ‘사회참여로 조경학의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조경전문가로서의 의무’라는 그의 말에서 규모보다는 가치를 우선하는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사회적인 활동과 참여에 언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평소 대학에서 수행하는 설계활동은 설계사무실에서의 그것과는 다른 명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수의 대표적인 활동은 교육, 연구, 봉사라고 볼 수 있는데, 사회적 기여활동으로서 설계·감리·관리 작업을 할 수 있다면, 학생교육과 사회봉사 측면에서 부합되는 점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능동적으로 이런 일을 찾아다닌 것은 아니었고, 2010년에 그린트러스트를 통해서 의뢰가 온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 설계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사건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사회봉사라면 모두에게 환영 받고, 많은 협조를 받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로 인하여 일이 꼬일 때가 다반사였고, 아무리 명분 좋은 일이라고 해도 일이 쉽게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점차 접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현장답사를 진행하고 있던 제 학생을 협박하는 일도 있었고, 관심도 없고 꼼짝도 않는 공무원 덕분에 별 이유도 없이 몇 개월이 지연되어 프로젝트가 사장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좋은 기억들도 많았는데, 지적장애인복지관 정원에 조각을 하나 놓고 싶었던 차에 서울대학교 조소과 학생이 흔쾌히 수업작품을 기증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정원을 기반으로 사람과 공간 사이에 많은 인연이 피어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선이나 기부와 같이 이익을 가지고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은 많으나, ‘이익을 벌어들이는 방식’에서 사회적 책임은 잘 실천되지 않습니다. 조경분야의 기업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회적 책임에는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너무 식상한 대답일 수 있지만 조경(학)의 본질적인 가치를 사회에 정석대로 구현하는 것만이 조경분야의 기업이 수행할 유일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시대의 토건위주 작업 중에 간과해버린 우리 고유의 경관과 정주환경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고 회복하려는 조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합리적이면서도 세련된 구현을 통해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보편적 공간문화에 대한 안목을 상승시킬 수 있다면, 이는 우리 분야와 사회 전반에 유익한 피드백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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