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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힘, 건축의 힘
  • 환경과조경 2012년 1월

Power of Landscape Architecture, Power of Architecture

서문

인천 배다리 지역이 건축계의 전국 이슈가 된 것도 벌써 2년의 시간이 지났다. 2010 도코모모코리아 디자인 공모전의 대상지로 배다리가 선정되면서 전국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과 설계사무소 직원들 1천 개의 팀, 3천여 명이 참여하여 배다리 산업도로 건설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그 상처 난 현장에 천 개의 건축과 조경, 도시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쏟아내었던 것이다. 공모전 시행을 전후하여 공사 중지를 선언한 바 있던 인천시의 정책은 그 후로도 오락가락하며 진정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지역민들의 투쟁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외로운 진행형 위에 있다.
그러나 평자가 느끼는 위기 의식은 다른 지점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현재 이 지역의 문제가 더 이상 건축계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같은 이슈의 동반자 역할을 자임했던 조경계에서도 이 지역의 문제가 재론되고 있음을 들어본 적이 없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지역 환경문화를 다루는 전문가 집단의 관심이 사라진 현장의 공허함 뒤에는 늘상 건축과 조경계 공히 생산적인 담론의 구조화에 대하여 필요를 강조하는 만큼 실재적이진 않다는 현실적 한계를 재확인케 된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혹자는 그런 행태를 철새에 비유하기도 한다.
철새들이 휩쓸려 다니며 모이사냥을 하는 생존의 방식을 통해 저들 생명체의 일회적 주기성만을 보는 것이 아닌 매해 같은 지역을 경유하며 생존과 번식을 향유하는 지속성의 가치를 발견해야하듯 건축과 조경계가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는 철새들의 본성을 제대로 읽어내야 할 것이다.
지금 배다리에선 소수이지만 지역의 문제를 바로 보고 지역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이 배다리역사문화마을만들기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전문가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사이 저들은 스스로 도시를 공부하고, 건축을 공부하고, 조경을 공부해오고 있다. 동시에 싹쓸이식 뉴타운 개발을 찬성하는 일단의 동네주민그룹과 대립하며 배다리가 지닌 역사문화적 장소성을 견인하기 위하여 저들은 오늘도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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