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마무리하며
2011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해마다 이렇게 연말이 다가오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되새기며 지나간 1년의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이루고자 했던 것을 이루었다면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렇지 못했다면 초심을 지키지 못했음에 반성하기도 하고 무심코 흘러버린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하며 내년을 기약한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횟수의 체감속도는 점점 빨라지지만 반면 빠른 속도만큼이나 반복되는 일상처럼 느껴지기도 해 어쩌면 목표를 두고 그를 쫓아가기에는 더 무뎌지는지도 모르겠다.
2011년을 되돌아보면
새로운 10년을 맞는 첫 해였던 2011년. 돌이켜보니 조경분야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불투명하고 침체된 건설경기 속에서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조경분야에 힘이 되는 좋은 소식도 많았고, 반대로 2012년을 불안하게 만드는 소식도 공공연히 접할 수 있었다.
2011년 초 각 관련단체에서는 2년을 임기로 신규 회장단이 새롭게 출범했다. 그 열정이 2011년을 힘차게 여는 초석이 되었던 듯하다. 조경계 최초로 전국을 순회하며 시행된 ‘국가공원 및 녹색인프라구축 전략수립 전국심포지엄(사진1)’은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국가도시공원에 대한 여론을 모으고 조경인들의 역할을 전략적이며 공격적으로 알려낸 좋은 선례로 남았으며, 조경시공인 간담회나 감리원 간담회, 경관세미나 등 실무자들의 정보교류 및 소통의 장도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마련되었다.
여느해보다 대외적으로 두드러졌던 조경가들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2011 광주비엔날레에 분야 최초로 조경가 박승진(design studio loci), 김아연(시립대 교수)의 작품 ‘숲, 귀 기울이다(사진2)’가 출품되어 소리와 영상의 멀티미디어를 통한 숲의 기록과 디자인으로 준비단계부터 화제가 되어 조경가들의 예술성을 알리기도 했고, 지난 5월에는 황지해 작가(뮴 대표)가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해우소 가는 길’로 최고상을 받아 유럽에 한국의 정원문화와 한국조경의 우수함을 전파하고 더욱 많은 역할과 활동을 할 수 있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국제교류에 힘쓰고 있는 IFLA 한국대표 김성균 교수(서울대)는 세계조경가협회 아시아태평양지역(IFLA-APR) 문화경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인디아 아메데바드에서 열린 ‘문화경관 국제컨퍼런스’의 기조연설을 하고, 오는 12월 한국에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경관분야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펼쳐 국제 경관분야에서 한국조경가를 주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9월에는 ASLA Professional Award에서 서서울호수공원이 General Design 부문 Honor Awards로 선정되었다는 낭보가 전해져 한국조경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그 외에 남미최초의 한국전통정원이 조성되기도 했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한국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성화되는 경향도 보여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할만한 다양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볼 수 있었던 한 해였다.
반면, 침체된 경제상황과 맞물려 우울한 상황도 전개되었다.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법?제도적인 문제들이 조경분야의 2011년을 가슴 먹먹하게 만든 주범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도시숲법부터 시작하여 도시농업법, 건축기본법 개정안 등 기존조경분야의 관련법제 내에 상당부분 중복되는 인근분야의 법들이 발의되었는데, 이 법제들의 심각성이 조경분야 역사상 가장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사진3). 도시농업법의 경우 발의된 후 국회 본회를 거치기까지 4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처리되어 조경분야에 바짝 다가와 위협하고 있고, 건축가 출신인 김진애 의원을 필두로 건축기본법 개정안을 근거로 한 도시, 조경관련 법안들의 재정비를 주장하며 힘으로 밀어드는 건축분야의 거대한 움직임에 더해, ‘도시숲’이라는 명칭으로 공원녹지 및 도시내 조경을 비롯한 가로수까지도 통제하는 도시숲법 역시 도시공원녹지법과 상당부분 중복되며 혼란을 가중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들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조경분야 업역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실질적인 자격제도까지도 무용화시킴으로써 대학 조경학과들의 입지를 포함해서 조경분야 전체의 존립기반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 예측할 정도다. 이에 대해 관련단체장들이 긴급히 대응을 위한 전략을 구상하여 관련기관과 부서들을 방문하여 거세게 항의하고 조경분야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조경분야의 모법이 될 조경기본법은 불투명한 상태로 계류중인데다, 이러한 긴박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 혹은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 일견 무관심하기까지 한 조경분야 내부의 현재 분위기가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2011년 12월. 다가올 신년을 준비하며 영역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업역을 확장시키고자 힘을 모으고 있는 건축분야, 임업분야, 원예분야 등에 맞서 최소한 지금의 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조경분야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며, 모두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이 위기를 타개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꽤 몇 해동안 그랬듯, 역시나 2012년의 건설경기와 사회경제는 불안하다고 전망하고, 조경산업의 위기감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이미 업계전반적으로 체질개선을 위한 감원, 삭감 등이 시행되기도 했으며, 수금 및 자금회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가 상당수다. 그와 더불어 사회초년생들에 대한 취업의 기회가 축소되면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커녕 조경을 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 예비조경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마음 한 켠이 무겁기도 하다.
본사 내부적으로 되돌아보면, 지난 1월호에 <환경과조경>의 2011년 변화계획을 글로 남겨 독자들과의 약속을 공증한 셈인데 어느 정도 계획한만큼 지켜졌는지….
2012년은 <환경과조경>이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2011년에는 그 사전준비로 작은 변화의 시도를 통해 더 큰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자 했다. 외양적인 부분도, 담는 컨텐츠도 변화시키고자 했으며, 그를 위한 주요 키워드로 ‘국제화, 전문성 강화, 조경비평 활성화, 조경문화, 인문학, 소통, 사회기여’ 등을 내세웠었다. 또한,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축과 조경가의 리더십, 사회참여 부분에도 주목하고자 했다.
1년이 흐르는 동안 일부는 실행되어 기록으로 남기도 했고, 편집진에서는 꾸준히 지향하였지만 그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부분도 있으며, 다소 미진한 부분도 있는 듯하다. 자체 평점을 매기자면 50점으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점수를 주고 싶다. 다가오는 2012년에 대한 가능성을 의기소침하지도, 자만하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2012년을 기대하며
항상 이즈음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나란히 정리되지만 때론 어려움의 한탄 속에서의 용기로, 때론 희망적인 새로운 기대로 다음 해를 맞이했고, 변함없이 신년의 태양은 힘차게 떠올랐다.
이제 곧 2012년이다. 영화 ‘2012’ 때문인지 연말에 잠시 맴돌았던 지구멸망설도 해마다 겪는 에피소드처럼 잠시 검색어 1위에 올랐다가 사라졌고, 경기가 어렵다는 볼멘소리들은 뒤로한 채 다시 세상은 바삐 움직이고 있다. 불투명한 경제상황에 대응체제를 갖추고자 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빠르고, 시기를 원망하기보다 남들과는 차별화된 능력을 갖추려는 개인의 움직임 역시 빠르다. 무뎌진 마음으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주변은 여전히 분주하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공간에서 홀로 멈춰있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조경분야도 체감되는 우울한 전망과 답답한 사안들이 있지만 한편으론 현안에 대한 돌파구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회를 찾거나 혹은 체질개선 및 마인드 전환의 계기를 만들고, 뒤처지지 않기 위한 능력배양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되니 어차피 처한 상황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현명하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어려운 시기인만큼 서로 힘이 되어주고 힘을 모아야 함은 굳이 부연할 필요가 없겠다.
2012년은 임진년壬辰年으로 굳이 어원을 따져보자면 10천간 중 검은색을 뜻하는 임壬과 12지지 가운데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결합해 60년만에 한 번 찾아오는 흑룡해라고 한다. 말장난같은 이야기이지만 치열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의 강인한 기운이라도 이입되어 무한경쟁시대를 헤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더해진다는 상상이라면 나쁘진 않겠다.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日新又日新’의 정신으로 다가오는 2012년을 맞이하자. 희망의 기운은 분명히 우리 안에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