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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농사로 가꾸는 도시, 풍경 텃밭
  • 환경과조경 2011년 7월

도시농업의 대중예술화를 위한 조경

義生於衆(의생어중)
많은 사람들의 의견 속에서 올바름도 생긴다
도시농업을 주제로 몇 가지 활동을 하면서 돌아보게 된 우리집 주변의 텃밭은 이미 일상의 손쉬운 일거리로서 자리잡고 있는 우리 도시농사의 현황을 보여준다.1) 출퇴근의 반복적인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그간 알지 못했던 도시의 풍부한 일상들이 주변에 가득한데 그것을 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살짝 충격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일상의 충격은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독자들도 지금이라도 살고 있는 집 주변을 잠시만 둘러보면 너무도 쉽게 작은 생산 공간과 생산 경관을 확인할 수 있고 자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반복적인 일상의 외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었지만 알지 못하던 것들일 뿐이다. 지금 여기 우리가 도시농업을 조경미학 또는 정원예술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리집 주변 작은 텃밭처럼 일상적 또는 대중적 위상에서 먼저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삶이란 ‘내’ 생활 주변 작은 실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도시농업 말하기의 풍경
우리 도시농업은 몇 가지 문화적 풍경을 만들면서 요란한데, 그 요란스러움은 ‘도시’라는 현대적 문제 공간으로 수렴한다.

1) 복고의 유행
수년 전, 사적인 자리에서 건축이라는 한자어를 우리말로 번안할 경우 무엇이 좋겠냐는 질문을 건축평론가에게 던진 적이 있다. 그는 ‘으뜸짓기’라 대답하며 몇 가지 역사적, 미학적 입장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차운기의 작품들과 같이 건축 역사적 계보를 찾기 힘든 대상은 의미가 약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축물을 역사적 의미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하여 그들만의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또 짓기라는 실천적 행위가 으뜸이라는 평가 기준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남았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 꼭 어떤 가치 평가를 역사적으로 먼저 해야만 하는가 하는 점이다. 순수 예술과 과학적 진리를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중요할 수 있으나, 모두와 함께를, 일상을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일종의 경계를 두고 그 외의 것에는 의미두지 않으려는 입장으로 보여 불편한 맘이 여전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행위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루어지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 점을 그도 강조한 것이고, 그러할 때 어떤 행위가 보다 아름답게 다가오고 다가가게 됨을 강조한 것이리라.


새로움은 대체로 학문적 겸허함을 통해서가 아니라, 창조적 소수의 파격적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것을 필자는 큰 틀에서 복고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그 복고는 과거와 역사의 권위에 매달리지 않는다. 자연을 즐기려는 삶의 태도가 본능의 차원으로까지 되돌아간 것이 요즘의 우리 도시 농사 모습이 아닐까 싶고 그것은 자연에 대한 본능적 복고 취향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
우리 도시농업은 으뜸, 즉 배경에 놓여 있는 역사와 위상에서 존재 가치를 찾을 필요는 없다. 그런 점에서 학문의 일이 아니라 먼저 일상의 일로서, 자연을 갈구하는 본능의 일로서 복고의 위치임을 확인해야 한다. 만들어진 것의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무시했거나 알지 못하던 것이라는 입장에서, 도시농업을 둘러싼 거대 담론들은 잠시 내려놓고 일상의 미학이라는 미시적 시각으로 현황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복고는 그렇게 시작되어 유행이 되기 때문이다.

2) 작품의 유행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는 동일한 주제로 논쟁이 길어진 경우가 많았다. 습작을 두고 이것이 작품이네 아니네 한참을 싸우다가 해결되지 않으면 술자리로 옮겨가 도전과 응전을 계속하며 술에 먼저 장렬하게 산화하기도 했었다. 무엇이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은 그 당시 첨예한 논쟁을 불러왔는데, 시절이 지나고 그런 논쟁을 했었던 생각을 하면 참으로 머쓱해지곤 한다. 그것은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누구나 작품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텍스트의 변화, 작가의 죽음이라는 시대적 전환과 배경이 담겨있다.
이 시대에 생각할 점은 그러나 무엇이 진정한 작품이냐는 해묵은 질문보다는 모두가 작품이 되게 만든 배경적 전환을 살피는데 있다. 지자체나 평생교육원 등에서 운영하는 도예 교실, 노래 교실, 댄스 교실 그리고 각종 문화 교실 등 대중의 취향과 활동 영역에 맞는 아름다운 삶의 실천 행위들은 우리 삶의 주인공으로 우리 자신을 부각시켜주고 그렇게 부각된 우리의 결과물들은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데, 그것이 작품으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작가의 차원이 아닌 대중적 접근의 작품들도 충분히 의미있는 작품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삶에 예술이 가까워졌음은 부정할 수 없고 그것은 결국 우리 삶이 아름다워지게 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따라서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작은 활동들은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중요한 작품 활동으로 되살아나고 그것은 꼭 인류적, 학문적 근거를 배경으로 둔 무겁고 큰 것이 아니어도 됨을 강조해 준다. 모든 것이 나름의 작품인데 어떤 것이 으뜸이고 어떤 것이 평범하다 기준 두어 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도시농업에는 이러한 작품의 성격 변화, 나아가 작품 활동의 위상 변화라는 사회적 배경이 있음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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