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윤 ([email protected])
01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최근 조경 분야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사무실을 열었다. 일주일 만에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고 일주일 후 사무실을 오픈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기존의 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경제적인 문제와 업무에 대한 낮은 만족감 등을 해결하겠다는 거대한 포부 때문도 아니었다. 설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여는 것이 큰 희망 중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꿈꿔온 일을 실천했을 뿐이다. 조경에 대한 나만의 틀을 구성하고자 했던 것이 계기일지도 모른다. 오래 전부터 설계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과 방향에 대해 생각해왔다. 현재 짜인 틀에서 생각을 발전시키고 실행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고 창업은 그 갈증의 해소 방법이었다.
국내 조경설계사무소는 소장의 마인드, 인력의 구성, 구성원의 세대와 경험, 주요 프로젝트의 성격 등에 소소한 차이가 있지만 단조롭고 비슷한 직능 영역을 구성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분야에 비해 대화와 토론이 빈곤하다. 최근에야 생성되기 시작한 담론에서 다른 영역이나 조직과의 연대를 통해 다양한 활동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을 때, 왜 기본은 강조되지 않는지 답답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조경 산업의 기반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계의 기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바른 설계 집단 = HOWON
기초가 튼튼한 조직을 구성하고 싶다. 조직의 구성은 사람이기 때문에 직원 설계 교육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자 한다. 직원의 입에서 우스갯소리로 ‘HOWON 아카데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육 때문에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아프다. 이런 설계 교육을 받은 신입, 경력 직원들이 국가로 비유한다면 비상시국처럼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조직은 사람과 함께 성장해야 하고 이런 집단이 조용하 지만 강한 설계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통성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특별한 차별화 전략은 없다. 단지 기본에 충실히 더 세심하게 더 강하게 더 즐겁게 일할 뿐이다. 안정적인 조직 구성이 가장 큰 목표다. 해본 적 없는 일이지만 스타트업start-up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무모함이 아닐까. 시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설계 조직에서 진행했던 수많은 프로젝트 경험을 토대로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 빌드design build 오피스를 구성하는 것이 현재의 희망사항이다. 이를 사무소 구성원의 공통된 목표로 만드는 것이 지금 나의 임무다.
나무와 설계사무소
소규모 농장을 준비하고 있다. 조경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수목이기에 직접 다뤄보고 싶었다. 회사의 경영적인 측면에도 일부분 보탬이 될 것이다. 또한 직원이 가진 식재 설계에 대한 이상을 현실화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며 수목의 생리적 특성을 접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생각 없는 빵빵이는 이제 그만!
김호윤은 1978년생으로, 청주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사사무소 아텍플러스에서 조경 설계의 기본을 다진 후 삼성에버랜드 디자인그룹에서 8년간 조경 디자이너로서 영업·설계·시공의 관계를 조율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는 Landscape Design Office HOWON을 설립해 운영 중이며 바른 설계 집단을 구성하기 위해 기초 중심의 설계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