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최근의 것들이다. 특히 ‘하이라인 3구역’을 다룬 11월호는 주변의 평도 꽤 다양하고 뜨거웠다. 더구나 ‘하이라인’ 아닌가? 굳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 프로젝트와 연관 짓지 않더라도,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의 하이라인은 충분히 ‘올해의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하지만 하이라인의 유명세는 올 9월에 개장한 3구역 때문이 아니라 1999년부터 지속된 ‘하이라인 친구들’의 장기간에 걸친 노력과 2009년에 개장한 1구역 덕분이기에, 2014년이 더 각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9월호에 실린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의미가 더 커 보인 것이 사실이다. West8이 설계한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2013년 가을, 블룸버그 시장이 퇴임 전에 리본 커팅식을 갖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일반에 공개된 것은 올 5월이다.
설계공모 때부터 큰 주목1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2014년의 작품으로 꼽기에 충분한 작품이다(물론 완공작에 대한 평가는 상이할 수 있다). 그런데,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전혀 다른이유로 이 지면에 실렸다.
국내 작품으로 시선을 돌리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드디어 그 실체를 드러낸 점을 꼽을 수 있다. 과정상의 문제점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완공 직후부터 쏟아진 언론과 일반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서울한복판 우주선? 불시착일까 연착륙일까”부터 “비정형 곡선미에 감탄이 절로”, “곡선만으로 연결된 괴물”, “서울의 새로운 세계적 랜드마크”, “일대의 역사 환경을 무시한 괴물 우주선”, “4,840억 원을 쏟아 부어 만든 흉물거리, 운영에는 390억 원 소요”, “서울의 명물? 돈 먹는 괴물”, “관람객 400만 명 돌파”, “돈 먹는 하마에서 관광 효자 상품으로”, “재정자립도 여전히 불투명”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 뉴스의 초점도 설계자 선정 과정부터 막대한 조성과 운영 비용, 활용 방안, 빌바오 효과에 대한 의구심과 낙관론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그래도 묵직한 울림을 준 것은, 일련의 DDP 조성 과정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었다. 그리고 그와 궤는 다르지만, 동대문 일대에 대한 진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김연금 소장(조경작업소 울)의 글은 되새길 만하다. “그래서 결론은, DDP는 동대문이라는 큰 세계에서 별것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단한 명물도 대단한 문제도 아닐 수 있다. DDP가 잘된다고 하면 동대문이 있기 때문일 테고, 잘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동대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 DDP가 별거 아닐 수 있다는 결론은 바람이기도 하다. DDP가 별거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온갖 풍파 속에서 시간을 견뎌온 동대문이 고작 DDP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2 하지만, DDP역시 전혀 다른 이유로 이 지면에 실렸다. 아, 한 가지 정도는 더 기록에 남겨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러 가지 논란과 별개로, DDP 준공 직후 완성도에 대한 감탄이 꽤컸다는 점이다. 특히나 각종 집기가 들어차기 전에 진행된 프레스투어 때는 색다른 공간감에 대한 호평이 상당했다. 누군가는 텅 비어 있는 공간이지만 도리어 꽉 차 보였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샘솟는 호기심을 주체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프레스투어 인파가 워낙 많아서 떠밀리듯 다녔기 때문이겠지만 공간 속을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느낌이었다는 고백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