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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정보] 페이브젠 타일, ‘바로 당신이 전력이다’
사람의 운동 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발전 시스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을 이야기할 때 친환경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그동안 언급되어 온 태양열 발전, 풍력 발전, 지열 발전 등은 버려지거나 활용되지 않는 에너지를 모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에너지 발전 방식이다. 이러한 모든 기술을 ‘에너지 하비스팅harvesting’이라 통칭하는데, 최근에는 자연 속의 에너지 활용을 넘어서 ‘사람의신체 활동’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 영국의 에너지 기업인 ‘페이브젠Pavegen Systems’의 성과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걷기만 하면 된다. 페이브젠이 개발한 타일은 압전 에너지 기술을 이용한다. 즉, 압력, 움직임, 진동 등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페이브젠 타일은 주로 백화점, 운동 경기장, 지하철 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설치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소형 에너지 발전소다. 발걸음 하나하나마다 낭비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여 타일에 설치된 배터리에 저장한다. 이렇게 발전된 에너지는 가로등이나 다양한 모습의 광고판, 경고등, 신호등 등을 밝히기에 충분하다.
타일 200개로 밝히는 축구장 조명
페이브젠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곳곳에 페이브젠 타일을 설치하며 인간 동력을 이용한 에너지발전에 대한 실험과 관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동안 쇼핑센터 입구, 학교 복도, 마라톤코스 일부 구간 등 소규모 공간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페이브젠이 지난해 10월에는 축구장으로 그 실험 장소를 넓혔다. 이번 축구장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에너지 회사 쉘Shell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페이브젠의 설립자인 로렌스 캠벌-쿡Luarence Kemball-Cook이 “이렇게 큰 규모의 축구장에 설치한 것은 처음”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기존 사업에 10~20개 남짓한 타일이 설치된 데 반해, 이 축구장의 인조 잔디 밑에는 총 200개의 타일이 설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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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경공사 설계·시공기준 표준화
건설공사 통합코드(안) 마련을 위한 2차 연도 표준화 연구
추진 배경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총 50종(설계기준 21종, 시공기준 29종)의 건설공사기준은 23개 학·협회에서 각각 관리하고 있어 기준 간 중복·상충이 발생해왔고, 이는 곧 사용자의 불편으로 이어졌다. 또한 기존의 국내 건설공사기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글로벌스탠더드와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연계 검색이 어려운 점 등 여러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지난 2012년5월 국토교통부는 건설공사기준 선진화 로드맵을 수립했고 이후 전문가 간담회, 관계 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쳐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제119조 제3항에 의거해 2013년 10월 31일 건설공사기준 코드체계를 고시(국토교통부 고시 제2013-640호)했다.
조경공사 설계·시공기준 표준화 연구 추진 경과 전 세계적인 친환경 패러다임 속에서 조경 분야는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산업으로 도약하고자 글로벌스탠더드화 및 체계 선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조경 분야의 전문성·특수성·미래 확장성을 고려해 단독 중점 분야로서 KDS 34 00 00(조경설계기준), KCS 34 00 00(조경공사 표준시방서)에 해당하는 코드를 부여했다.
건설공사 통합코드집 작성 연구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3개년에 걸쳐 실시되는데, 2013년 12월 26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협약과 함께 2014년 8월 31일 1차 연도가 진행되었으며, 2014년 9월 1일부터 현재까지 2차 연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상석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현대건설, 건화엔지니어링 등에서 설계 및 시공 실무 경력을 쌓았고 기술사로 활동했다. 이후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조경구조학』, 『경관, 조형 & 디자인』, 『조경 디테일』, 『정원만들기』, 『아름다운 정원』, 『조경재료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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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14
에도 시대 초기의 정원(4)
겐큐엔
겐큐엔玄宮園은 히코네彦根번의 4대 번주인 이이 나오오키井伊直興(1656~1717)가 엔포延. 5년(1677)에 공사를 시작해서 3년 만에 완성한 히코네번의 하옥부下屋敷(시모야시키) 규어전槻御殿(쓰기고덴)의 정원이다. 규어전에 속한 정원은 겐큐엔과 라쿠라쿠엔樂樂園으로 이분되어 있는데, 이 정원들은 규어전의 조성과 동시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정원의 형식을 갖추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겐큐엔이라는 명칭은 11대 번주인 나오나카直中가 이곳에 은거하면서 규어전을 개수한 분카文化 10년(1813)경부터 사용되었는데, 그때의 모습을 그린 ‘현궁원도玄宮園圖’가 전해지고 있어 당시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겐큐엔玄宮園의 ‘현玄’ 자는 북쪽을 의미하며, 신이로운 동물인 거북이龜를 상징한다. 따라서 겐큐엔이라는 명칭에는 성의 북쪽에 있는 북원北園이라는 의미와 거북이와 연관된 봉래원蓬萊園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한편, 중국의 궁정에 부속된 정원을 ‘현궁玄宮’이라고 하는 것을 볼 때 겐큐엔玄宮園이라는 이름에는 지배자의 정원이라는 개념도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겐큐엔은 중국 후난성湖南省 둥팅호洞庭湖에 있는 당나라 현종의 이궁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겐큐엔은 중국 산수화의 화제畵題로 등장하는 둥팅호의 소상팔경瀟湘八景1을 모티브로 해서 경관 요소를 도입하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혹자는 겐큐엔이 비와코琵琶湖의 경승지인 오미팔경近江八景을 본떠서 경관을 연출하였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틀린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겐큐엔에서 팔경이 의미 있는 개념으로 도입되었음은 정원이 잘 보이는 곳에 경관을 완상하고, 차를 마시기 위해 지은 복합건물군에 ‘팔경정八景亭’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봐도 알 수가 있다.
‘현궁원도’에는 ‘팔경정’ 가운데에서 임지각臨池閣(린치가쿠), ‘봉상대鳳翔台(호쇼타이)’라는 명칭이 보이며, 이들 건물과 더불어 ‘어약소漁躍沼(교야쿠쇼)’, ‘용와교龍臥橋(류가바시)’, ‘학명저鶴渚鳴(가쿠메이나기사)’, ‘춘풍부春風埒(슌부레쓰)’, ‘감월봉鑑月峰(간게쓰호)’, ‘살타림薩埵林(사쓰타린)2’, ‘비량계飛梁溪(히료케이)’, ‘함허정涵虛亭(간교테이)’과 같은 십경十景을 부전附箋으로 적어놓고 있다. 이것을 보면, 당시 겐큐엔에는 팔경이 아니라 십경 혹은 십승十勝을 원내에 조성하고 즐겼던 것을 알 수 있다(谷口徹, 2013).
번주 오오키 때 조성한 겐큐엔은 가신이었던 하우위문何右衛門 마쓰모토松本 또는 하우위문 고시이시越石의 작품이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명석名石과 진귀한 나무들을 구해 와서 그것을 사용해서 자신의 집에 임시 정원을 여러 개 만들었다. 그다음, 그 임시 정원을 오오키에게 보여주면, 오오키가 이것저것 수정하고, 수정이 완료된 후에 비로소 그것을 겐큐엔으로 옮겨서 조합하는 방식으로 작정을 하였다고 한다. 작정 당시에 하우위문은 노령老齡으로 보행이 곤란하여 야마가고山駕籠3를 타고 공사를 지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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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수생식물원 조성 기법(3)
해외 수생식물원 조성 사례
지난 호에 소개한 평강식물원 습지원을 조성하기 직전 나는 다시 한 번 일본에 있는 하코네습생화원箱根濕生花園을 방문했다. 하코네습생화원은 폐 논을 활용해 다양한 자연습지를 재현한 곳으로 평강식물원 습지원의 모델로 삼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었다. 하코네습생화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내가 구상하고 있던 습지원에 대해 설명했고 원장은 습생화원 조성 당시부터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련된 자료들과 귀한 조언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하코네습생화원, 자연습지 같은 인공습지
하코네습생화원은 습지를 주제로 한 식물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습지를 주제로 한 전문 식물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코네습생화원은 지금부터 약 40여 년 전인 1976년 개원했으며 일본 가나가와현 하코네마치에 위치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센코쿠하라 습원을 보전하고, 습지 및 자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하코네습생화원의 내부 전경은 빼어난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마치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원 내의 모든 것이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습지라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하코네습생화원은 철저한 계획 아래 생태적인 기반을 구축해 자연의 습지 생태를 재현해 냈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름다운 습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일반인에게 습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경관이 필요함을 인지하여, 가급적 다양한 습지식물을 식재하고 사계절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센코쿠하라습원을 복원하고 동일한 식생 유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지대부터 고층습원까지 다양한 습지식생을 연출했다. 이는 전반적인 습지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고층습원의 아름다운 습지식물을 도입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해서 습생화원은 1년 내내 귀한 꽃과 열매가 피고 지며 절경을 이루는 아름다운 식물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축축한 땅에 대한 배려와 크고 인상적인 고층습원의 호습식물들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대표적인 호습식물인 물파초Lysichiton camtschatcense 는 이른 봄 대군락으로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다. 이외에도 고산앵초류, 고산붓꽃류, 수련과 개연꽃군락 등이 시기별로 연이어 꽃을 피우며 습지원을 장식한다.
하코네습생화원 개요
▶위치
• 일본 가나가와현 하코네마치 센코쿠하라 817
▶설립 취지
• 천연기념물인 센코쿠하라습원의 보호
• 일본 자연습원의 모델 설정 및 습원의 보존과 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함
▶설립 과정
• 1934년, 센코쿠하라습원 일부가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 1975년, 센코쿠하라습원 전체 면적과 습원의 물을 공급하는 지하수원 일대가 국가 특별보호지구로 지정
• 1972년, 선석원습원의 보호와 홍보, 관광객 유치 도모 등을 목적으로 센코쿠하라습원 견본원(하코네습생화원) 설립 계획
• 1972년, 계획 예정지의 식생 조사를 위해 ‘하코네자연학술조사단’에 조사 위탁
• 1973년~1975년, 조경 공사, 식재 공사, 묘포 정비, 자료관 건설 공사 등 추진
• 1976년 5월 21일, 개원
▶식물 구성
• 센코쿠하라습원 자생종 및 일본 내 자생하는 다양한 습지식물 전시
• 관람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꽃의 개화 기간 고려
▶식물원 구성
•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생태적 조성 기법 도입
• 습지와 습지 주변 환경을 대표하는 식생 유형을 선발해 총 8개 구역으로 구성
• 습지구역: 저층습원구-진퍼리새초원구-고층습원구-센코쿠하라습원구
• 습지주변구역: 습생림구-낙엽활엽수림구-억새초원구-고산정원구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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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인프라·저영향개발] 물순환 도시를 위한 서울시의 과제
2015 학술심포지엄 ‘물순환 도시, 서울의 미래’
지난 5월 6일 서울시청 본관 8층 다목적홀에서 ‘물순환 도시, 서울의 미래’를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서울특별시와 한국물환경학회가 주최하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후원한 이 심포지엄은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기울여 온 노력을 재조명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물순환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보도블록 엑스포와 물순환 엑스포가 개최되었으며 투수성 포장, 빗물침투블록 등 관련 기업들의 제품 전시도 함께 이루어졌다.
심포지엄에서는 총 6명의 전문가가 주제발표를 했고, 4명의 지정 토론자가 물순환 정책의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서울시 물순환 정책 추진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 배광환 과장(서울시 물관리정책과)은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면 증가로 물순환 왜곡이 발생하고 증발, 침투는 줄어들었다. 반면 표면유출량은 1962년 10.6%에서 2010년 51.9%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배 과장에 따르면 훼손된 물순환과 도시 생태의 회복, 도시홍수 위협 완화, 비점오염 저감 등의 건강한 물순환 도시를 위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다섯 가지 대책은 다음과 같다.
① 공공에서 선도하는 물순환 회복: 기반시설을 그린인프라로 대체하기 위해 공공건물에서 물순환 시설을 적극도입하기로 했다.
② 재개발, 재건축 등 개발 사업 적용 유도: 지난 2014년부터 1년 동안 진행된 저영향개발 사전협의 수는 총 577건이었으며, 이 협의를 통해 투수블록, 트렌치, 침투통, 빗물이용시설, 옥상녹화 등의 물순환 시설 설치 면적은 2.75km2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이러한 물순환 시설을 설치하는 공동주택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3~4%로 확대하기로 했다.
권경호는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배우고,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교에서 응용수문학·도시물관리 분야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관심 분야는 저영향개발(LID)과 그린인프라(GI), 저개발국 기초식수공급, 독일 통일 전·후의 도시 인프라 계획 등이다. (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내의 도시물순환연구센터에서 분산형 빗물관리의 도시홍수 방재,물순환,비점오염 저감 효과 측정 및 수문모델링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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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화·생태복원] 사람이 만든 청계천, 자연이 만든 청계천(2)
청계천에 서식하는 보호종·교란종과 하천 문화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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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태복원] 도시 생태숲 복원과 창출(3)
도시숲 복원·창출의 과제와 발전 방안
도시 지역에서의 생태숲 복원과 창출을 주제로 한 마지막 원고다. 지금까지 도시 생태숲의 주요 개념과 기능, 도시숲 복원 및 창출의 필요성을 첫 번째 원고에서 살펴보았다. 도시숲의 주요 복원 및 조성 기법과 사례는 지난 원고에서 제시했다. 이번 원고에서는 도시 생태숲의 복원 및 창출과 관련하여 남겨진 과제와 발전 방안에 대해서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 도시 지역에서 숲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 원고에서는 바람직한 도시 생태숲 조성 방법 중 하나로 자연 지역에서 나타나는 숲의 모습을 모델화하여 조성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그렇게 조성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점이 많다. 일부 생태복원 사업에서만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경관적인 측면을 부각시켜서 수종을 선정하고, 그 수종들이 성장할 경우까지 고려해서 적정 거리를 이격시켜 식재했다. 수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생태적인 측면은 제2의 고려사항인 셈이다. 선정된 수종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연숲에서 나타나는 패턴보다는 설계자가 임의로 배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과적으로 만들어지는 생태숲은 일반 공원이나 녹지에 식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당연히 자연숲의 모습을 충실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연을 더 많이 관찰하고 배워서 이를 조성 혹은 복원할 지역에 적용시켜 나가야 한다.적어도 생태적인 숲을 만든다고 한다면 말이다.
생태적인 숲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생태적 효과가 탁월한 것은 다층식재다. 한 공간에 4개 이상의 수관 층위를 갖게 되면 그만큼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다층식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층식재의 중요성은 대부분 알고 있는 핵심 사항이다. 이 다층식재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인식의 문제나 기술 문제를 떠나서 예산 문제와도 관련된다. 하나의 공간에 많은 층위를 만들려면 그만큼더 많은 수목을 식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서 평균 이상의 수량을 들여오기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늘리거나 상대적으로 더 작은 나무를 식재하여 많은 수종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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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하늘을 나는 푸른 잉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옆의 글은 고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1절 가사입니다. 밥 딜런Bob Dylan의 ‘Don’ think twice’라는 곡을 번안한 곡인데, 제목부터 가사까지 영 심상치 않습니다. “두 바퀴 자동차와 네 바퀴 자전거, 물속 비행기와 하늘을 나는 돛단배.” 가사는 온통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가득 채워져 있거든요. 계속되는 2절과 3절에서도 온통 모순으로 가득 차 있지요. 예를 들면 “남자처럼 머리 깎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 아마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을 빗대어 이렇게 표현한 것일지 모르겠군요(서로 잘 안 어울리는 대구(對句)로 가득 찬 노래라면 김창완의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라는 곡도 만만치 않지요. 한번 찾아 들어보세요).
이 곡이 처음 번안된 이후 4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고 김광석 이전에 ‘양병집’이라는 가수가 먼저 ‘역(逆)’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고 하네요) 이제는 남자 같은 머리 스타일의 여자도 많고, 여자 같이 머리 긴 남자가 많기도 하고, 또 여름에도 털장갑을 팔고 겨울에 수영복도 팔아서 이젠 어떤 부분은 전혀 이상스럽게 들리지 않기도 합니다만, 하여간 전체적인 의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은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앞의 연못에서 만난 잉어입니다. 지금은 서울관이 생겨서 다소 관심에서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국립현대미술관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 과천관이지요. 최근에는 건축을 주제로 하는 기획도 자주 전시되어 아주 반갑기도 합니다. 물론 조경을 주제로 하면 더욱 좋겠지만….
전시 외에도 외부 공간에서도 볼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야외 조각 전시도 좋지만 저는 바닥분수와 이 연못을 가장 좋아합니다. 특히 노을이 질 때쯤의 연못 모습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꼭 한번 가 보시길.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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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 환초環礁의식물(2)
한 가정에 두 그루 빵나무
폴리네시아 전체에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이 지역에서는 과거에 빵 열매가 주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폴리네시아의 중심지인 타히티 섬의 호텔이나 상점의 정원 등에도 빠지지 않고 빵나무가 심겨 있어, 관광객들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빵나무Artocarpus altilis Fosberg의 정식 일본 이름 역시 팡노키(빵나무)다. 도감에는 “무핵의 과육은 찌거나 얇게 썰어 먹는다. 빵과 고구마를 합한 것 같은 풍미가 있다.
일본 이름은 과실을 구우면 흰 빵처럼 되고 이것을 식용하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적혀 있다. 오키나와沖縄에서도 상당히 많이 보이지만, 태풍에 약한 탓인지크게 자란 나무는 보기 드물다.
타히티 섬 주변은 적도대이며 사이클론(인도양에서 발생하는 대륙성 저기압 태풍)의 발생원이지만, 남하하면서 발달해 나간다는 사이클론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강하게 발달한사이클론에 습격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 때문에 크고 훌륭한 빵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하오 섬은 폭 300m 정도밖에 안 되는 가늘고 긴 환초이기 때문에 바닷바람의 영향이 크고 식재되는 식물도 한정되어 있다. 특히 외해측外海側에서는 매우 한정된 수종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목마황과의 방조림에 의해 지켜진 내해측은 부겐빌리아를 심고 꽃을 즐기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꽃으로 주위를 물들이는 등 화려하게 멋을 부리며 꾸민 집은소수에 불과하고 압도적 다수는 빵나무 한두 그루만이 심어져 있을 뿐이다.
하오 섬에서도 주식은 프랑스 빵으로 바뀐 것으로 보이지만, 빵 열매의 가공품인 타로토란 등은 많이 먹고 있는 것 같았다. 현지 가이드의 이야기에 따르면, 빵나무가 두 그루 있으면 가족 10명이 충분히 먹고 살아 갈 수 있었다고 하니, 정원에 두 그루의 빵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은 옛 하오 섬의 표준적인 주택 모습이 아닐까 싶다.
탐스러운 큰 잎의 빵나무는 그 자체로 품격이 있으며, 녹음수로도 또 정원의 중심목으로서도 충분히 위력 있어 보였다. 열대 수종의 특징으로 1년 내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외형에도 변화가 풍부하다. 잎 톱니는 개체 차이가 크고, 호랑가시나무 잎처럼 이른바 톱니 형태의 것부터 사이가 너무 깊어서 거의 우상복엽(깃꼴겹잎) 같은 모양의 것까지 다양했다.일본 식물원에서는 모두 같은 잎으로 보였지만, 역시 본고장에서는 그 다양성이 쉽게 느껴졌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