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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나무, 그림자, 그림 그리고 사진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
- 그림자, 네이버 국어사전
허공에 한껏 부풀려진 제 영혼을 위하여
그림자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드러눕습니다.
모양과 부피가 각기 달라도
영혼의 두께는 다 같은 법이라고
모든 존재의 뒷모습을 납작하게 펼쳐놓습니다.
- 정진명의 시 ‘그림자’의 일부
어쩌면 저렇게 같은 대상을 달리 표현할 수 있을까요? 모든 존재의 뒷모습을 납작하게 펼쳐놓는다고 표현하다니. 평소 시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시인들의 저런 표현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네요. 나무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들을 만날 때면 조경 전공이라고 말씀드리기가 민망할 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조경을 전공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나무를 접할 기회가 참 많지요. 나무를 접하는 방식이야 여러 가지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잎이 많지 않은 나뭇가지들을 보는 걸 즐겨합니다. 큰 줄기에서 작은 줄기로, 다시 작은 줄기에서 더 작은 줄기로 나누어지는 반복되는 방식으로 커다란 나무 형태를 만드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예술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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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오키나와의초가지붕
나고시名護市의 K씨 주택
일반 주택의 초가지붕은 옥상녹화가 활발한 현재에도 무척 드물다. 이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고 있는 전문가는 코베시神戸市의 건축가인 마에다 유리前田由利 정도가 아닐까 싶다. 마에다의 초가지붕을 참고로 지어진 주택들도 몇 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설계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외에는, 고故 이시이 오사무石井 修 선생님의 일련의 예술적 녹화 건축이 기억 날 정도다.
이들 이외에 초가지붕 주택이 탄생하는 경우는 건축가 혹은 건축주의 강한 요구와 집념으로 지어지는 산발적인 예가 있을 뿐이다. 건축 잡지 등에서 다루어지면 그 존재를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근에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 초가지붕 주택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옥상정원으로 수목을 식재해 놓으면 지상에서 옥상의 초록을 인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단순한 초가지붕은 지상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K씨 주택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지상에서는 아무리 봐도 지붕에 풀이 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초가지붕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않다.
수십 년 전에는 잡초가 무성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마을의 녹화 전문가 H씨의 눈에 띄어 초가지붕의 존재가 알려졌다. 주인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친척 중 건축 전문가가 있어 그 사람이 권하는 건축가에게 의뢰하여 독자적으로 설계해서 지었다고 한다. 오키나와沖縄의 주택 건축은 일본 본토의 건축과는 완전히 다른 독특한 공법이나 자재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이 건물도 오키나와에서 널리 사용되는 PC판을 조합하고 지공예를 조립한 것 같은 기법으로 지어져 있었다. 보통의 목조 건축과 비교하면 매우 기이한 옥내 경관이지만, 두꺼운 PC판으로 오두막처럼 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안정감이 있다. 구조적으로는 상당히 강고強固하고, 두께 40cm의 토양에 쇄석 배수층이라는 중량감 있는 식재기반 구조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내에는 기둥이 한 개도 없다. 오두막과 벽만으로 모든 하중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 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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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유랑 인 호주] 항구도시 시드니(1)
온전히 전달할 수 없는 아름다운 항만 풍경
연재를 시작하며
지난 2012년 5월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의 출간으로 행복하면서도 어려운 숙제 하나가 주어졌다. 필자의 경험과 배경 지식이 부족한 탓에, 오랜 시간 숙련하고 학문을 쌓아온 여느 작가의 글처럼 풍성한 내용을 담지 못한 미안함이 남았다. 감사하게도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을 비롯해 나와 비슷한 꿈을 향해 정진하는 분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었고, 공감대를 형성한 분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디자인 유랑 인 호주’의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대한민국 국토의 77배에 달하는 거대한 대륙(7,741,220km2)을 상세히 소개하기에 어쩌면 40여 일간의 경험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삶의 흔적을 더듬고 역사를 되새기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장소마다 간직해 온 이야기를 소상히 전달하기 위해 꼭 둘러볼만한 사례지를 추리고 선별하여 도시별로 한데 묶었다. 시드니를 시작으로 멜버른,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캔버라, 케인즈, 퍼스까지 호주의 주요 도시들을 12회에 나누어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에서부터 세부 요소들을 상세히 들여다보는 미시적 관점, 사용자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이용자 관점까지 상호보완적인 시선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설령 세월의 변화로 소개되는 내용이 상이하더라도 독자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길 바라며, 두 차례(2008년과 2015년)에 걸쳐 답사한 ‘디자인 유랑 인 호주’를 시작하고자 한다.
호주와의 인연
2008년 10월의 어느 금요일, 사회 초년생이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휴가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라는 고민과 함께 나의 첫 호주 여정이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과 나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돌발 상황이 어김없이 공존했다. 그로부터 여덟 해가 흐른 2015년, 당시의 아련한 기억을 더듬고 추억하고자 두 번째 여정을 감행했다.
비록 남반구에서만 누릴 수 있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을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을 주신 백남식 사진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윤호준은 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과 『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지난 2012년에 출간한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 현재 『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