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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디자인 오피스] 공간이오 식물과 함께 깊이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정원이 과시의 수단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면서 정원에 대한 대중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비싼 소나무를 식재하는 정원에서 탈피해 내가 심고 가꾸는 한 그루 나무와 한 포기 야생화에 의미를 담고, 꽃이 피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정원을 즐긴다. 정원은 더 이상 화려할 필요가 없으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자 사치스러울 필요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그러나 화려하거나 사치스럽지 않은 담백한 정원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를 지향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정했다. 공간 구조의 단순화 너무 복잡한 공간 구조는 오히려 공간에서의 감흥을 떨어뜨리며 조잡해 보이게 만든다. 특히 정원을 처음 만들거나 너무 많은 것을 한 공간에 담고자 할 경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욱여넣게 되고 완성 후 시간이 지날수록 조잡해진 공간을 보며 후회한다. 공간을 쪼개는 것보다 절제하고 단순화해 공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감흥)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의 감흥이 점점 증폭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자연스러운 식재 우연히 국립수목원을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마주친 주목을 보고 한 대 맞은 사람처럼 머리가 띵하게 울린 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주목의 자연스럽게 뻗은 줄기와 거친 질감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원뿔형 토피어리 주목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위적으로 뿌리 주변의 줄기들을 잘라 잘 관리하며 키워온 외대로 자란 교목(공사목 스타일)보다는 멋대로 자라난 다간형 교목이나 밑동부터 여러 가지가 나오는 관목은 정원에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더한다. 다간형의 겹쳐진 줄기를 가진 식물은 좁은 정원에서 오히려 깊은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며, 꽃이나 잎의 색깔이 화려하거나 위압적인 소나무가 아니더라도 정원의 감흥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원 디자인에서 다간형 교목이나 관목을 선호한다. 재료의 물성을 살리는 시설물 과도하게 가공한 시설물의 사용을 지양한다. 그러한 시설물은 재료 본연의 물성이 사라지고 인공적 느낌이 강해지면서 검소하거나 세련된 느낌을 반감시킨다. 최소한의 가공과 디자인으로 나무는 나무로서, 돌은 돌로서, 철은 철로서의 본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을 때, 공간의 편안함과 세련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급적 돌의 물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두께감과 무게감이 있는 디딤석을 사용한다. 나무는 통나무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트렁크 형태의 벤치를 활용한다. 철로는 날렵하고 차가움을 느낄 수 있는 형태의 시설물을 디자인한다. 콘크리트는 콘크리트답게 무채색의 도시적 세련됨이 돋보이게 연출하고자 한다. 공간의 켜와 시간의 켜 공간의 켜, 깊이를 더하다 이오(異澳)에 담긴 뜻처럼 깊이가 남다른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공간의 켜를 쌓아 깊이를 만들어 공간에서의 감흥을 극대화시킨다. 오태현 소장의 ‘오픈 월 링크드랜드스케이프(Open Wall: Linked Landscape)’(2020년 제2회 LH가든쇼)는 투명한 커튼 월과 돌 담장, 그리고 그 너머의 수목들이 수평적으로 겹치며 시각적으로 공간이 깊어 보이게 했다. 이러한 깊이 있는 공간감을 만들기 위해서 설계 단계부터 3D 작업으로 끊임없이 공간을 분석하며 시뮬레이션한다. ‘청초: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2020년 제2회 LH가든쇼)은 산단풍의 배식에서 굵은 줄기의 단풍나무를 앞으로 배치하고, 가는 줄기의 단풍나무를 멀리 식재했다. 두꺼운 줄기는 더 두껍게, 멀리 있는 가는 줄기는 더 가늘게 보이도록 착시 현상을 이용해 공간의 켜를 깊어 보이게 연출했다. 산속 나무들을 보면 여러 줄기가 겹치며 깊은 숲속의 공간감을 만드는 것처럼. 게다가 안과 밖에서 보는 풍경 프레임에 자연스럽게 식재가 겹치는 경관은 공간의 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시간의 켜, 즐거움을 더하다 정원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시간의 켜다. 조성한 직후 완성된 모습을 보며 정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더욱 풍성한 재미를 맛보려면 꾸준함이 필요한 가드닝이 필수적이다. 정원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미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사계절로도 부족해 일곱 계절로 정원의 아름다움을 말한 피트 아우돌프가 그랬듯, 정원에 식재된 다양한 관목과 숙근초가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은 다양한 시간의 켜를 만들어 낸다. 한양타워 옥상정원의 여름과 겨울 화단의 모습을 보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록수는 작은 블루스타향나무 5주가 전부다. 겨울의 썰렁한 경관을 보완하기 위해선 상록수가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디자인했다. 우리가 디자인한 정원에 식재된 수십 종의 식물들이 계절마다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들은 시간의 켜를 쌓아가며 정원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디테일한 설계와 시공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설계와 시공은 설계와 시공이 모두 가능한 우리의 장점이자 자랑이다. 설계만 하는 설계사무소는 현장의 모든 상황을 100% 예상하며 설계할 수 없어 늘 아쉬움이 있다. 시공사는 남이 설계한 것을 도면에 의존해 재현하다 보니 설계 의도를 100% 표현하긴 힘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설계와 시공을 같이 작업하다 보니 과도한 도면으로 시간과 인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예상치 못한 현장의 상황으로 부족한 설계를 현장에서 보완할 수 있다. 게다가 정원 디자이너가 현장에 상주해 결정해야 할 사항을 설계 의도와 현장 여건에 맞게 결정한다. 현장 경험이 많은 소장의 경험치가 보태져 섬세한 정원으로 완성되어 간다. 설계는 시공 탓을, 시공은 설계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결과의 책임은 오롯이 우리 몫이다. 현장에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수시로 소통하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며,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들이 지속적으로 공간이오를 지원하는 정신적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우리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 준다. 식재 설계 식재 설계는 우리의 차별점 중 하나다. 일단 수종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도면을 그리는 방법에도 차이가 난다. 특히 초화를 표현할 때 넓은 면적을 하나의 해치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 포트 한 포트 직접 현장에서 식재한다는 상상으로 도면을 그려 나간다. 이러한 식재 계획은 자연스러움을 통한 편안함, 그리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정원 디자인을 위한 기본요소가 된다. 섬세한 식재를 하기 위해 관목, 초화 식재 공사 때는 전 직원이 현장에 출동한다. 단순한 관리자 역할이 아닌 직접 식재하는 가드너 입장에서 현장에 투입되며,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스럽게 위치와 꽃의 얼굴을 보며 식재한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에 입사한 직원들은 공간이오의 스타일을 익히는 일종의 트레이닝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을 땐 모으고 흩어질 땐 흩어지는 공간이오만의 식재 스타일을 구현한다. 식재 계획과 시공이 동시에 이루어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설물 설계 시설물은 정원의 공간 디자인을 위한 요소로 식물의 섬세함을 돋보이게 해주는 중요한 배경이다. 세밀한 도면으로 계획해 섬세한 시공으로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시설물의 디테일한 상세도를 만들어 시공의 완성도를 높이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 공간만의 시설물을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한다. 소재의 종류, 컬러와 마감재 선정은 항상 마지막 발주까지 거듭해서 고민한다. 특히 벽 마감재의 컬러 선정은 면적의 크기에 따라 색감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을 기한다. 울산권역 정원드림프로젝트 때 고래의 색을 결정하기 위해 세 가지 핑크색을 구입해 직접 테스트해서 결정하기도 했다. 청초 작업 때도 자연스러운 목재의 느낌을 찾아내기 위해 목재상을 수차례 찾아다녔다. 정원 관리 공간이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정원 관리다. 설계하고 시공한 정원을 모니터링하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다만 정원 관리를 제초 작업이나 교/관목 전지 정도로 인식하는 탓에 아직은 가드너로서 정당한 인건비를 청구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정원 사업이 확장되면 정원 디자이너나 정원 컨스트럭터(constructor)보다 정원 유지·관리를 하는 정원 관리 가드너의 수요가 더 부족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원 관리는 정원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보살피는 중요한 일이며, 우리는 오랜 관리 계약으로 정원을 지속적으로 완성해 가고 있다. 정원 관리의 하이라이트는 정원 조성 후 과도하게 자라난 식물의 분주나 가지치기와 생육에 맞는 환경에 식재되지 못한 식물들의 재배치에 있다. 정원의 방위와 주변 건물들의 그림자를 고려하며 식재했지만, 예상치 못한 그늘이나 물고임 현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관리계약과 정당한 인건비 책정이 필요하다. 정원 관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관수다. 정원 식물에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양의 물을 공급하는 것이 정원 관리의 기본이다. 우리는 건강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 관수 시스템 설치를 권장한다. 물론 초기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기후변화로 생기는 봄 가뭄이나 주기적으로 제 시기에 관수를 못해 발생하는 식물 고사를 막을 수 있어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으며, 설치 후 만족도가 높은 아이템 중 하나다. 우리의 프로젝트 중구 빈집 정원 서울 한복판 구도심에 생긴 빈집의 자투리 공간을 정원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몇 평 남짓한 빈집을 헐어낸 자리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원을 조성했다. 공사 여건이 열악했지만, 간결하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좁고 보잘것없는 공간을 편안하고 세련된 정원으로 만들었다. 카페 정원 2020년 우연히 맡게 된 카페 정원은 LH가든쇼에서 선보인 청초의 확장 버전이다. 늘 관심 가졌던 그늘정원을 구현할 수 있어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청초에서 시도해 보았던 음지 식물들을 실제로 넓은 면적에 식재할 수 있었다. 음지 식물로 차분하고 편안한 그늘정원을 디자인했다. 단순한 선형의 동선 외에는 이렇다 할 디자인은 없지만, 식재 자체로 공간의 아우라를 만들어 낸 프로젝트였다. 지하 주차장 위의 인공지반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교목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고 관목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독립형으로 자연스럽게 자란 관목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이 됐다. 돌이켜보면 매순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클라이언트의 결정은 늘 한결 같았다. 전문가 관점에서 결정을 내려 달라고 하다 보니, 대부분의 결정은 디자이너 몫이었다. 결과 또한 디자이너의 책임이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했었고, 그 고민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프로젝트라 애착이 많이 간다. 테라스 정원 최근 하이엔드 레지던스가 많이 늘어나며 테라스에서 정원을 즐기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최근에 우리도 이러한 테라스 정원 프로젝트를 맡았다. 심플한 느낌의 백색 건물에 경관 중심의 자연스러운 정원과 이용자 중심의 모던한 정원을 디자인했다. 진주 월아산 작가정원 지난해 진주 월아산 작가정원 지명 설계공모에 참여했다. 공간이오가 처음으로 공모를 준비했던 프로젝트였다. 음양오행의 원리를 이용한 자연 복원을 콘셉트로 디자인했고, 고정희 박사의 식물적용학을 기반으로 식재 설계를 했다. 아쉽게 당선작은 되지 못했지만, 첫 공모전 작품이라 애정이 남다른 프로젝트였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생활정원 2020년 평택역, 2021년 용인시장 그리고 2022년 전북대학교 특성화캠퍼스(익산)와 광양시청 앞 광장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발주한 생활정원 프로젝트였다. 정원작가로 참여해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진행했다. 특히 2022년 전북대 캠퍼스와 광양시청 현장은 설계와 시공을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여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밸런싱 네이처 2022년 제3회 LH가든쇼 해외초청작가 앤디 스터전이 설계한 정원 ‘밸런싱 네이처’를 시공할 기회가 생겼다. 사명감을 갖고 시공했다. 초청작가정원 ‘경외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금전을 쏟아부었다. 앤디 스터전의 기본계획만으로 실시설계 없이 현장의 숍드로잉으로 레벨을 파악하는 등 어려움은 많았지만,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주택정원 지난 겨울 동안 설계를 하고 올봄에 시공한 정원이다. 능력을 펼쳐 보일 기회를 준 클라이언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매순간 합리적이며 이유 있는 결정으로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흘러갈 수 있었던 즐거운 프로젝트였다. 정원의 배경이면서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요소이기도 한 기존의 대형 수목이 공간에 잘 녹아들게 디자인했다. 공간마다 켜를 만드는 데 고민한 프로젝트였다. 공간이오(空間異澳)는 팀펄리 L&G의 플랜팅 디자인 중심 정원설계와 오스케이프 스튜디오의 공간 디자인 중심 조경설계가 만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완성도 높은 정원 공간을 설계, 시공하는 정원 스튜디오다. 정원을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삶의 쉼이며 공간을 통해 정서적 감흥을 일으키는 예술로 생각하고 한 땀 한 땀 만들어 나간다. 두 대표의 성인 이(李)와 오(吳)에서 발음을 가져왔지만, 한자는 異澳(다를 이, 깊을 오)를 쓰고, 깊이가 남다른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뜻을 담았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통해 세련되면서도 정갈한 정원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 [모던스케이프] 인물을 기념하는 법
    기념과 숭배의 의례는 인류의 오랜 전통으로, 동상은 그 수단이 되었다. 높은 대좌 위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인물 동상은 신전이나 교회에 설치되어 복종 혹은 권위를 상징했다. 이때 동상은 신성한 종교와 같아서 낙서 등의 불경스러운 행동은 용납하지 않았다. 종교와 동일시될 만큼 신성하게 여겨진 동상은 시민 사회의 태동과 함께 국가 권력의 과시용 혹은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상징용으로 전환된다. 대표적 예가 프랑스의 마리안느(Marianne) 동상이다. 마리안느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혁명과 공화정의 가치를 담았던 가상의 여성으로, 도시와 농촌 코뮌 전역에 동상이 확산된 바 있다. 지금은 마리안느 흉상을 설치하지 않은 관공서가 없을 정도니 프랑스의 대표 동상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신생 국가의 경우, 체제의 정당성을 위해 나라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을 동상으로 제작해 이용하기도 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회쇠크 테레(Hősök tere, 영웅 광장)는 헝가리 건국 1,000년의 역사와 위대한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1896년에 조성된 곳이다. 광장 중앙의 대천사 가브리엘 동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회랑이 펼쳐지는데, 이곳에 헝가리 건국에 큰 역할을 한 영웅들을 표현한 청동상을 돌기둥과 나란히 세웠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특별한 장소를 동상을 이용해 기념하기도 했다. 1862년 조성된 오스트리아 빈 시립공원(Stadtpark)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모차르트, 안톤 브루크너 등 빈의 저명한 예술가 동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근대기에 들어서면서 동상은 때로는 사회의 부조리에 맞선 급진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때로는 국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영웅을 기념하고, 또 한편으로는 문화예술 분야의 천재를 기념하며,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공간을 압도하는 강렬한 장치로 다채롭게 활용됐다. 한국에서는 동상이 1960~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립됐다. 그 중심에는 1966년 8월 11일에 발족한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愛國先烈彫像建立委員會)가 있다. 1964년 서울 한복판에 세워진 37인 선현 석고상의 착색, 결락 등의 문제가 불거진 것이 위원회 발족의 배경이었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류기현, “‘애국선열’의 거리 만들기”, 『광화문 앞길 이야기』, 서울역사편찬원, 2021, pp.182~196. 서울특별시 푸른도시정책과, 『공원현황』, 서울시, 2010. 전우용, “서울의 기념인물과 장소의 역사성”, 『서울학연구』 25, 2005, pp.89~122. 정호기, “박정희시대의 ‘동상건립운동’과 애국주의”, 『정신문화연구』 30(1), 2007, pp.335~363. 조은정, “한국 동상조각의 근대이미지”, 『한국근대미술사학』 9, 2001, pp.285~287. 에릭 홉스본 외, 박지향·장문석 역, 『만들어진 전통』, 휴머니스트, 2004. 그림 출처 그림 1~2. 위키피디아 그림 3. 국가기록원 그림 4. 대한뉴스 제468호 장면 캡처, KTV 아카이브
  • 커넥티드 필드 광교 중심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과 수상작
    지난 8월 1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광교 중심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청운이엔씨+HEA)의 ‘커넥티드 필드(Connected Field)’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택지개발지구 공공공지에 조성되는 광교 중심광장은 광장, 지하부 문화 시설(테마형 체험 시설, 전시장), 실내정원으로 구성된다. 광장을 통해 새로 마련되는 보행 브리지(공중 보행로)는 도청사가 입지한 북쪽 경기융합타운과 연결되고, 지하보행로·지하차도는 남쪽 수원컨벤션센터와 이어진다. 광장, 보행 브리지, 지하보차도 건립을 통해 지역 규모의 보행축을 완성하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8개 컨소시엄이 공모안을 제출했고, 7월 25일부터 이틀간 2단계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은 당선작이 캐노피 구조로 독특한 장소성을 구현했고, 수직·수평적 동선 구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장인 니얼 커크우드(Niall Kirkwood,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입체적 가변형 캐노피로 도시 맥락 속 유연한 대처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광교 중심광장은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5년 착공해, 지하 2층, 지상 1층, 연면적 12,655m2 규모의 입체적 장소로 조성될 예정이다.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도록 당선작과 수상작을 간략히 소개한다. 당선작, 커넥티드 필드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청운이엔씨+HEA 커넥티드 필드는 도시의 핵심 행정 시설과 주변 상업지역을 보다 강력하게 연결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촉매제로서 인근 호수공원과 경기정원의 자연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로써 탄생한 풍경은 랜드마크가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도시 보행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도시가 공유하는 모든 종류의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된다. 도시의 흐름을 잇는 입체적 필드: 도시의 평면적 흐름을 수직적으로 변화시켜 입체적인 도시 지형의 흐름을 만든다. 입체적 필드는 문화·근생시설과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한 그라운드 레벨의 필드, 공중의 또 다른 캐노피 필드로 구성된다. 상부 캐노피 필드는 단순 회랑이 아닌, 보행로와 생태적 자연 공간으로 구성된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공간이다. 곳곳에 위치한 포켓 공간은 휴식 및 소규모 모임, 이벤트를 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와 규모를 갖추고 있다. 포켓 공간은 캐노피 루버 시스템과 더불어 지상 광장과 교류하는 입체적 필드를 경험하게 한다. 도시 일상과의 조화: 커넥티드 필드는 광교 시민의 다양한 일상 풍경을 담아내는 곳이다. 경기정원에서 이어지는 공중 보행로는 입체 공중 정원으로서 도시적 풍경의 가드닝 공간 속에서 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보행로에서 하부 오픈스페이스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를 관람할 수도 있다. 그라운드 레벨에서는 경기정원과연계된 수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하며 끌어들인다. 아케이드의 상가 이용객들은 캐노피 하부의 그늘에 모이고 거닐며 휴식을 즐긴다. 지하보차도를 통해 컨벤션센터를 지나 호수광장을 향해 걷고 뛰며 도심 속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사계절 내내 식물이 가득한 실내정원, 지하에 위치한 운동 시설과 전시 시설을 자연스럽게 마주하며 더욱 풍성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환경과조경425호(2023년 9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커피와 도서관
    소소한 일상이 한 편의 영화가 된다면 어떨까. 짐자무쉬의 영화 ‘커피와 담배’(2006)는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이들의 일상을 11개의 단편으로 담아낸다. 사촌 간의 미묘한 질투와 손님에게 오지랖을 부리는 종업원,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배우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커피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혹자는 커피와 담배가 어지럽게 놓인 지저분한 테이블이 자꾸 나와서 금연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지루해서 다 보기가 힘들다고 하고, 어느 사람은 자꾸만 보면 담배가 당긴다고 하더라. 비흡연자라 담배 피우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지만, 커피와 담배를 두고 다양한 인간 군상의 꾸밈 없는 일상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들었다. 농담과 수다, 오지랖과 질투 등이 교묘하게 뒤섞인 관찰 예능이라고 할까. 내가 만약 영화감독이 된다면 이러한 소소한 일상을 다룬 영화를 한 편 만들고 싶다. 제목은 ‘커피와 도서관’. 짐 자무쉬에 대한 오마주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하지만, 대개 영화감독이나 소설가들의 데뷔작이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하지 않나. 그래서 내 첫 영화도 자전적 이야기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개봉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겠지만 영화의 얼개가 되어줄 나의 이야기를 전한다. 커피와 도서관에 얽힌 첫 에피소드는 사실 상습적 연체와 관련이 있다. 학창 시절, 공부하러 도서관은 가는데 막상 가면 하기는 싫어서 교과서 대신 도서관 책을 잔뜩 빌려놓고 맨날 반납일을 까먹거나 덜 읽어서 늦게 반납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늘 연체료를 내고 남은 동전들로 주머니가 가득했고, 짤랑거리는 동전을 처리하려고 도서관 자판기 밀크커피를 연신 뽑아 먹었다. 미어캣처럼 도서관을 괜히 어슬렁거리는 동지(?)가 눈에 보이면 괜히 한 턱 쏘는 척하면서 자판기 앞으로 데려가서 같이 밀크커피를 마셨다. 한약방 벤치에 앉아서 근황 나누는 할머니들처럼 소소한 농담을 곁들이면서. 그때 공부를 좀 할 걸 그랬나 하며 후회하던 시절도 있었다. 백수라 쓰고 취준생이라고 읽던 그 시절, 집에서 빈둥거리기 싫어서 동네 근처의 정독도서관에 매일 같이 출석 도장을 찍었다. 시간이 많으니 책이나 원 없이 읽자는 마음도 있었지만, 구내식당 밥맛이 꽤 내 입에 맞았고, 점심 먹고 매점에 들러 캔커피 하나 들고 도서관 앞마당을 산책하곤 했다. 재잘거리며 서로를 앵글에 담는 연인들, 점심시간 잠시 틈을 내 등나무 퍼걸러 아래에 앉아서 책을 읽는 직장인, 천진난만하게 팔을 휘두르며 뛰어노는 꼬맹이들을 보며 괜히 왠지 모르게 공간의 ‘활기’가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요새 회사와 집을 오가는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종종 일부러 짬을 내서 또 도서관에 간다. 한 재단이 유료로 운영하는 회원제 도서관인데, 약 2만여 권의 문학 도서를 구비하고 있다. 술자리 두어번 안 가고 아낀 돈으로 가입하면 1년 간 이용이 가능하다. 공간을 둘러보면 예술적 취향이 대단한 장서가의 서재를 구경하는 기분이 난다. 국내외의 다양한 예술과 문학, 철학 서적은 물론 작가별로 책을 구분해 둬서 장르 구분 없이 작가의 전작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피천득 선생님의 전작도 읽을 수 있고, 칸막이가 있는 1인용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또 입구의 카페에 들러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들어가면 금상첨화라고 할까. 저녁에는 카페에서 칵테일도 판다고 하더라.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칵테일과 도서관도 꽤 좋은 조합일것 같다. 물론 두 발로 갔다가 네 발로 나오는 불상사가 있으면 안되겠지만. 생각해 보면 커피를 마시며 즐겼던 도서관이 내게 일종의 케렌시아(Querencia)였는지도 모른다. 투우에 출전하는 소가 결전을 앞두고 케렌시아란 장소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결전을 준비했던 것처럼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도서관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밀크커피로 시작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오기까지 꽤 세월이 흘렀지만, 언제나 늘 함께 해준 도서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너의 영원한 동지 올림.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려고
    뭘 써야 하는지 또렷해지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머릿속이 복잡해서다. 그럴 때면 어떻게든 주제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문장 사냥을 나간다. 억지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노래를 듣고 전시를 보러 간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의 혜택도 벗어던지고 영상 앞뒤에 붙는 광고를 들여다보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영 의욕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괜히 지난 30일을 되돌아보기나 했다. 한때 영원히 기억되는 장소를 만드는 방법은 이야기 속에 공간을 넣는 것이라 믿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에 공간을 녹여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시절, 남들은 어떻게든 듣지 않으려 하는 1교시 수업을 골라 신청하고 남는 시간에 곧잘 영화관에 다녀왔다. 인물 관계의 촘촘함이나 서사, 대사도 중요했지만 마음을 사로잡는 분위기의 배경이 있으면 그걸 한참 들여다보곤 했다. 귀신이 출몰한다 해도 ‘장화, 홍련’(2003)의 목조 건물에 하루정도 머물며 아름다운 벽지를 낱낱이 뜯어보고 싶었다. 졸업작품으로 회현시민아파트의 골조를 남겨 수직 공원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에서 죽은 아내 미오가 돌연 나타난 숲 속 폐공장의 이미지를 자주 떠올렸었다. 힘있게 마구 번성한 자연이 부셔져 가는 콘크리트 골조를 삼키는 듯한 모양이 좋았다. 물론 이제 영화 속 배경 대부분은 온전한 장소가 아니라 카메라 시점에 따라 조각을 낸 세트라는 걸 안다. 그래도 여전히 길을 걷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공간을 만나면 심장이 뛴다. 기차역, 특히 이제는 열차가 니지 않는 폐역도 그중 하나다. 진주에 가는 KTX는 띄엄띄엄 있었다. 가는 데만 서너 시간을 잡아먹으니 새벽 열차에 올라야 했다. 돌아오는 기차가 빨리 끊기는 터라 출발 전부터 마음이 급했다. 틈틈이 서울로 올라갈 수 있는 교통편을 찾아보며 「한겨레」의 ‘서울 말고’ 연재를 떠올렸다. 언제든 원하는 곳에 한두 시간이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꽤 재수 없게 느껴졌다. 도착한 철도문화공원은 기대한 것만큼 고즈넉하고 단정했다. 계획안으로 보았을 때는 뜬금없다고 생각했던 맹꽁이 서식처에서 느껴지는 야생적인 자연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버려진 선로가 무성한 풀에 덮여 있어 꼭 자연이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을 잠식해버리는 듯한 풍경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이용과 유지‧관리를 고려하지 않은 공간은 장소가 아닌 이미지로 남아버린다는 것도 이제 안다. 하얀 구름을 돋보이게 해주는 청명한 하늘은 좋았는데, 예상보다 강렬한 햇빛이 문제였다. 숨을 쉬는 건지 뜨거운 증기를 마시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무 그늘에 숨어 드론을 날릴 때마다 그 열기를 해치고 나가는 작은 비행체에 미안할 지경이었다. 틈이 날 때마다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부어야 했다. 지구가 따뜻해지는 시기를 넘어 끓기 시작했다는 지구 열대화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얼마 전 부산에 사는 친구 L은 홀로 해운대를 다녀왔다. 아무래도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바다와 작별을 해야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모래사장 위에 깐 돗자리에서 튜브를 불고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그날 점심시간에는 휴대폰 갤러리에서 올해 다녀온 부산 바닷가의 사진을 뒤적이며 아쉬워했다. 인간들이란, 하고 중얼거리며 회피하다가 오후에 교정을 보던 ‘새책’ 지면에 얻어맞았다. “환경운동의 여러 방향 중 인간 혐오라는 극약처방은 내 옆의 가난한 이웃보다 북극곰에게 더 공감하기 쉽게 했을 뿐 아니라…….”(125쪽) 요즘 나는 날 오롯한 개인으로 느끼지 못한다. 나는 서울에 사는 사람이며, 여성이고, 자연 파괴에 일조하는 인간이라는 종에 속해 있으며, 노동자 계급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비장애인이다. 그래서 내가 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도 몇번씩 죽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손가락이나 다리 하나가 사라진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빠졌다가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면서 다시 신체의 감각이 돌아오는 걸 느낀다. 해결할 방법 없는 슬픔이 무력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이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진다.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를 얻기도 하니까.각주 1.안희연의 시 ‘소동’의 첫 문단 일부. 첫 문단은 다음과 같다.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거리로 나왔다 / 슬픔을 보이
  • [PRODUCT] 360도 파노라마 경관이 매력적인 ‘투명 돔’ 아늑한 투명 돔에서 즐기는 캠핑
    무료한 도심에서 벗어나 교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가족 단위 캠핑 문화가 확산되고, 각종 매체에서 캠핑 문화를 조명하면서 캠핑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디자인파크의 레저시설물 브랜드 ‘캠프4(Camp4)’는 이러한 캠핑 문화에 주목하며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활용한 독특한 시설물로 신개념 캠핑 공간을 제공한다. 투명 돔은 360도 파노라마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돔 형태의 파빌리온으로 야영객들에게 새로운 캠핑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기능적인 측면도 우수하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일반 유리보다 200배 높은 내구성을 가진다. 표면 UV 처리로 자외선을 차단하고, 3T 설계로 소음을 차단해 비와 눈 등의 외부 영향 없이 자연 속에서 아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캠핑장뿐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원형 돔에 LED, 커튼 등을 설치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리조트, 호텔 등의 투숙객에게 작은 편의 공간을 제공하거나 수영장, 카페 등의 이용객에게 무박 피크닉 또는 자연 친화적인 캠핑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색적인 포토존으로 이용할 수 있다. TEL. 1577-2243 E-MAIL. www.camp4.co.kr
  • 남악신도시 모아엘가2차
    남악신도시는 전남 영암호 주변의 목포시와 무안군에 걸쳐 개발되고 있으며, 전라남도청과 각종 유관기관이 이전되면서 행정타운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서남부권의 신도시다. 모아엘가2차는 40% 이상의 풍성한 녹지율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남악지구를 관통하는 남창천의 지천과 인접해 이후 조성될 어린이공원과 경관녹지까지 단지의 경관요소로 담아내는 녹색주거단지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조경은 풍부한 녹지를 기반으로 남도의 기후조건을 활용함으로써 상록활엽수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매립지인 대상지 특성과 무안의 지역적 상징체계를 접목하여 연꽃을 테마로 공간 및 통합시설물계획을 진행하였다. 특히 연꽃의 이미지를 활용해 단지 곳곳에 배치된 엘가퍼골라는 브랜드이미지가 성장하고 있는 모아엘가의 새로운 조경요소가 될 전망이다. 연화운무(蓮花雲霧) 무안의 상징인 백련과 영암호의 운무를 테마로 한 중심공 간으로, 보행자출입구에서 인접공원까지 단지 중심축을 따라 풍성한 녹지를 확보하고 산책동선을 조성했다. 주민복지시설 전면에는 연꽃을 형상화한 커뮤니티 쉼터엘가퍼골라를 조성하고, 녹지축의 종점에는 생태계류와 작은 석가산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공원으로의 경관적, 물리적 연결성을 높였다. 돌 틈 사이의 안개분수가 만들어내는 운무가 계류와 어울려 운치를 자아낸다. 녹색주거 조금 떨어져서 단지를 바라보면 주거동 사이의 녹지축이 훤히 보인다. 주거동의 측벽이 노출되는 부분에는 낙락장송 을 군식하여 끊어질 듯 이어지는 짙은 초록의 스카이라인에 먼저 눈이 가게 된다. 가까이 다가가 단지 입구로 들어서면 잘 생긴 소나무를 뒤로하고 후박나무 가로수와 제주팽나무 등 짙은 녹음수가 푸르름을 더한다. 단지 내 녹지들은 마운딩 처리가 되어 공동주택단지의 인공지반환경 특성상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식재토심을 최대한 확보하였다. 또한 하층식재에 특별히 공을 들여 토양유실을 방지하고 입체적인 녹지경관을 유도하고 있다. 녹색그늘 모아엘가는 외부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시설보다는 식재에 훨씬 비중을 많이 두었다. 휴게공간에도 퍼골라와 같은 시설물보다는 가급적 녹지를 늘려 그늘식재를 활용한 쉼터로 조성했으며, 운동공간 역시 포장경계를 없앤 친환경 흙포장을 도입해 자연스럽게 인접 녹지와 어울리도록 하였다. 건강산책로 단지의 동쪽 경계를 따라 흐르고 있는 남창천의 지천은 경관녹지와 어린이공원으로 조성되어 녹지의 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으며, 인접한 중고등학교까지 연결되어 학생들의 등하굣길로 이용되고 있다. 건강산책로는 이 녹지의 켜를 이어 남북방향으로 단지 내 주요 외부공간들을 연결하고 있으며, 어린이공원과는 직접 연결되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Architect _ Moa Housing Construction Co., Ltd Landscape Architect _ Gaia Global Co., Ltd Location _ Apartment Houses Block 21, Namak-ri, Samhyang-eup, Muan-gun, Jeollanam-do Area _ 28,406m2 Landscape Area _ 12,100m2 Completion _ 2013. 09. Photograph _ Park, Sang Beak Editor _ Lee, Hyeong Joo T ranslator _ Ahn, Ho Kyoon
    • 이형주
  • [에디토리얼] 조경학 교육인증제, 첫걸음
    이번 달 기획 지면의 출연진은 『환경과조경』 역사상 가장 젊다. 특집 ‘캠퍼스 톡담, 배움을 설계하다’에 여섯 개 대학 조경학과 학부생 여섯 명을 초대했다. 경희대 강다연, 계명대 김은주, 서울대 권효진, 서울시립대 신진호, 전남대 정세영, 한경국립대 안태경은 편집부가 던진 여섯 가지 공통 질문에 이메일로 답을 보내왔다. 공들여 쓴 각자의 답변을 서로 돌려본 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활기찬 토론을 벌이며 생각을 나눴다. 강의, 설계 스튜디오, 커리큘럼, 캠퍼스 일상, 외부 활동, 사회 이슈 등을 둘러싼 이들의 생각이 모든 조경학과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조경 교육의 현실과 문제를 관찰하고 해결 과제의 단서를 파악하게 해주는 생생한 자료로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 학생의 이야기는 얼핏 읽으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 행간에는 기성 조경(학)계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틀에 박힌 교육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짚고 있는 문제가 설계·시공 실무 현장과 유리된 교육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특집이 조경 교육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전국의 교수자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기대한다. 한국 조경의 역사와 조경 교육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일치한다. 그러나 이 두 갈래의 50년은 과연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선순환을 이뤄왔는가. 별도의 지면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주제일 테지만, 그간의 조경 교육이 전문직능(profession)이자 학문분과(discipline)인 조경(학) ‘전문 교육’ 실천의 목표, 체계, 내용 정립에 소홀했다는 점만큼은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학교는 다양성과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또 일부 학교는 학부 중심 교육보다 대학원 중심 연구에 비중을 두면서 조경학과의 중심에서 조경(학) 자체가 흐릿해진 상황이라는 진단도 가능할 것이다. 교수 연구성과의 양은 늘었지만 그러한 성과가 막상 조경 실무의 질적 발전이나 졸업생의 조경 관련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역설. 폭넓은 스펙트럼인가, 조경(학) 없는 조경 교육인가. 한국 조경 교육 50년 역사가 배출한 조경가가 과연 몇 명인지 꼽아본다면, 기성의 조경 교육을 교정하고 다음 50년의 새 교육 기반을 구축할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경의 전문성 자체를 교육의 중심에 두고 전문 교육과 전문 학위, 면허로 이어지는 체계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조경학회는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가협회와 힘을 합쳐 (가칭)‘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9월부터 심층 연구와 토론을 시작할 계획이다. 조경학 교육인증제의 필요성과 목적은 대학 조경 교육의 정상화와 정체성 정립, 교육-학위-면허의 연속적 체계 확립, ‘조경사’ 제도와의 연동, 국제적 기준의 조경 교육의 내용과 질 확보, 인구 감소에 따른 조경학과 폐과 위기 대응 등 다양한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조경진흥법’에 기반한 ‘제2차 조경진흥계획’(2022)의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설계 자격 제도 (가칭)‘조경사’의 필요조건은 교육인증을 받은 조경학과 졸업이다. 교육인증제와 조경사 제도가 원활하게 맞물리면 조경 교육과 실무의 유기적 관계가 비로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경학 교육인증제는 조경 교육과 실무의 전문성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위원회는 우선 1단계(2023~2024)로 각 학교의 교육 현황(교수, 학생, 교육과정, 성과, 취업, 시설 등)을 조사하고 국내외 사례 연구에 착수하며, 인증 기준과 절차(인증기관, 자격, 교육과정, 인증 평가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연구에 나선다고 한다. 2단계(2025~)로는 다양한 형식의 토론과 공론화(워크숍, 세미나, 심포지엄 등), 인증 기준과 절차 심화 연구, ‘조경사’ 자격제와 연계 추진 등을 전개한다고 한다. 본지는 오는 11월호 특집으로 조경학 교육인증제를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환경과조경』의 베테랑 에디터인 김모아 기자가 이번 8월호부터 격월로 인터뷰 지면, ‘오늘의 대화, 어제의 재구성’을 꾸립니다. 김 기자는 “조경의 한복판에서, 혹은 조경의 언저리에서 독특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내밀한 대화까지” 나눌 것이라고 합니다. 첫 인터뷰이는 조경가이자 만화가인 김수린입니다. 새 지면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풍경감각] 버스 유람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이 가까웠던 이전 작업실에서는 붐비고 밀리는 버스로 발걸음이 선뜻 향하지 않았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바닥이 흥건하고 축축한 공기가 유리창을 뿌옇게 가렸다. 그래서 화창한 날씨, 한산한 시간만을 골라 버스에 올랐다. 지금 작업실은 서울답지 않은 한적한 구석. 북한산 자락이고 다다음 정류장이 종점이기에, 창밖은 푸르고 버스 안은 늘 한적하다. 버스 출입문 바로 앞자리에 앉는다. 어쩐지 동승자가 되는 기분이 들어 기사님에게 멋쩍은 인사를 건넨다.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좁은 도로에 햇살이 내리쬐고, 내놓은 플라스틱 화분에 코스모스며 해바라기 따위를 가꾸는 작은 집과 가게를 지난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와 닮은 작은 건물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빌딩이 가득한 곳에 도착한다. 이제 지하철로 갈아타야 한다는 뜻이다. 친구를 만나면 이제는 어디 돌아다니기가 힘들어졌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의 가장 바깥으로 옮겨간 만큼 이동 시간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환승을 많이 해야 한다고. 내가 먼 길을 왔으니, 이제 네가 우리 동네 놀러 올 차례라고. 그렇지만 실은 나쁘지 않다. 짧은 버스 유람을 하고 오는 길이니까. 이게 외딴곳에 사는 매력 아닐까.
  • 성수동 코너 19, 25, 50 Corner 19, 25, 50
    부동산 개발과 성수동 성수역과 뚝섬역 근방 성수동 일대는 도심권과 강남권을 잇는 서울 제3의 업무지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해마다 오피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신축, 증축, 리모델링 등 건축 공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부동산 개발 일변도의 성수동 풍경은 역설적으로 이 지역에 질 좋은 공공 공간을 새로 공급하는 가장 큰 동력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공개공지로 불리는 공공 공간은 건축주에게 용적률 추가 획득 등 혜택을 줘 부동산 가치를 높일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공공의 어메니티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해 민과 관이 상호 윈윈하는 대표적 도시계획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성수동 일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개공지를 포함한) 민간의 질 좋은 외부 공간이 건축 및 인테리어와 더불어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 핵심 요소임을 증명하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많은 부동산 디벨로퍼가 양질의 디자인을 제공하는 조경가와 건축가를 찾고 있으며, 이는 조경 분야의 양적, 질적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성수동 코너(이하 코너) 19, 25, 50 프로젝트도 이러한 상황에 기인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다. 홍콩의 저명한 부동산 디벨로퍼가 한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투자를 시작했는데, 첫 번째 타깃이 바로 성수동 일대였다. 성수동 일대 세 곳 필지를 구입해 오피스 건물을 신축하게 됐고 우리가 조경설계를 담당하게 됐다. 2018년 처음 설계에 착수했고 코너 50을 마지막으로 세 건물을 모두 준공한 시점이 2022년이니, 설계에서 시공까지 총 4년이 소비된 비교적 긴 호흡의 프로젝트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외부 공간의 다양한 기능적·미적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설계를 한 우리가 직접 시공해야 함을 여러 사례를 보여주며 역설했고, 결국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시공까지 맡게 되다 보니, 조경설계의 기본 프로세스(계획설계-기본설계-실시설계)를 다 밟은 뒤에도 건물 골조가 완성될 즈음부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다양한 생각을 공사에 담아낼 추가 설계를 진행하게 됐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으나, 클라이언트와 얼굴을 맞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계획안을 다듬어 나간 것이 계획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공통의 조형 언어, 개별적 변주 세 대상지는 성수동 구석구석에 떨어져 있지만, 클라이언트는 프로젝트 기획 초기부터 세 건물을 연동해 사용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나아가 세 프로젝트를 하나로 엮는 일련의 브랜딩 작업(글꼴, 캐릭터, 가구 등)을 통해 건물이 가질 유무형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일례로 클라이언트는 코너 19, 25, 50을 상징하는 동물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하고, 이를 건물 테넌트 구성 및 인테리어 콘셉트와 연결해 사용하기도 했다. 클라이언트는 건축과 조경에 비슷한 요청을 했는데, 세 건물이 공통의 조형 언어를 갖추되 각각의 개성을 담은 디자인을 원했다. 이에 건축가는 성수동을 상징하는 대표 소재인 벽돌 및 격자창을 공통 재료와 조형으로 선정해 디자인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우리는 전통 한옥 대청마루에서 발견되는 격자를 응용한 포장 패턴을 사용했다. 조형은 대청마루 격자 패턴으로 통일하되, 재료의 색상이나 마감에 차이를 두어 각 프로젝트의 개성은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그 결과 코너 19는 진회색 콘크리트와 전벽돌, 코너 25는 사비석과 회벽돌, 코너 50은 회색 콘크리트와 고흥석이 변주를 위한 주 재료로 선정됐다. 쿨하고 힙한 이장님 강아지, 코너 19 코너 19는 세 프로젝트 중 대지 면적이 가장 작다. 클라이언트는 각 건물을 상징하는 동물 캐릭터와 콘셉트를 설정했는데, 코너 19는 ‘쿨하고 힙한 이장님 강아지’다. 이는 단순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테넌트 타깃에 그대로 적용되는 중요 콘셉트다. 만화 카페, 멀티숍, 재즈바 등 성수동의 힙한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는 상점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연결된다. 조경설계의 물리적 대상은 지상 1층과 옥상이다. 지상 1층은 서울시 건축조례 상 ‘전면 조경’으로 명명된 곳 인데, 클라이언트는 이곳에 적절한 녹지를 조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건물 용적률에 인센티브를 획득한 상태였다. 따라서 광장형 공간보다는 녹지와 어우러진 작은 쉼터를 만드는 설계가 필요했다. 꽃이 매력적인 서부해당화와 개회나무를 이용해 공간의 얼개를 짜고, 하부에는 설유화와 미스김라일락 등으로 풍성함을 더했다. 포장은 진회색 콘크리트 워싱 마감과 전벽돌을 이용해 공통의 조형 언어인 대청마루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전용 면적이 좁은 관계로 이용자 시선에서는 잘 읽히지 않는다. 포장 가장자리에 설치한 석재 벤치는 고흥석 통석을 자연면 마감 처리해 사용했는데, 매끈한 질감이 넘쳐나는 성수동 도심과 대비되는 거친 질감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옥상정원은 지상 1층 구성과 사뭇 다르다. 멀티숍, 재즈바, 다용도 오피스 등이 건물의 주요 테넌트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어 중소 규모의 다양한 모임을 돕는 몇 개의 포켓 공간을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평상, 벤치, 선베드 등 포켓 공간과 연동해 독특한 공간감을 만들어낸 것이 큰 특징이다. 후면부 식재 공간에는 다간형 마가목을 공간의 전체 배경이 되는 주재료로 사용해 공간에 통일감과 구조미를 부여했다. 게으르고 느긋한 요리사 토끼, 코너 25 F&B를 주 테넌트 타깃으로 설정한 코너 25는 세 프로젝트 중 중간 규모 프로젝트다. 테넌트 타깃과 조경 계획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위해 제안한 콘셉트는 ‘지상의 유실수정원’과 ‘옥상의 텃밭 정원(edible garden)’이다. 지상 1층에는 이른 봄에 연분홍색 꽃을 연달아 피우는 유실수(매화나무, 살구나무)와 벚나무을 식재했고 그늘이 드리우는 작은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건물 외벽은 황색벽돌로 치장 마감됐는데, 이 톤에 맞추기 위해 사비석 벤치를 선택했다. 벤치는 매화나무와 살구나무 아래에 위치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된다. 옥상정원 중앙에 자리한 유리 온실에는 공유 주방이 들어설 예정인데, 주방에서 쓸 식재료를 옥상정원에서 직접 키울 것을 제안해 클라이언트의 호응을 얻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토심이 부족해 옥상정원의 큰 틀을 토심 확보를 위한 플랜터로 구상해야 했다. 영미권 텃밭정원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물조리개, 삽 등 정원 도구의 재료인 함석을 주 재료로 사용했고, 옥상정원의 콘셉트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함석 플랜터를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함석을 고속도로 가드레일이나 전봇대 외장재 등에 주로 쓰기 때문에 값싼 공업용 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아름다운 도금 무늬와 풍화 후 나타나는 고급스러운 질감 때문에 도시 공간에서 흔히 쓰인다. 다만 우리조차 익숙한 소재가 아닌 까닭에 설계 도면에 스펙 명기가 부족했고, 금속 제작사의 노하우 부족, 디자인 감리 미흡 등의 이유로 인해 의도했던 마감 완성도에 다소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꼼꼼하고 호기심 많은 만능 맥가이버 펭귄, 코너 50 코너 50은 세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이곳은 코너 19와 코너 25 대지 면적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면적을 가진 만큼, 지상 1층 공개공지도 비교적 넓었다. 두 개 옥상정원과 건물 층별로 조성된 테라스와 실내 정원까지, 조경에서 다룰 수 있는 인공 지반의 모든 유형을 고민한 프로젝트다. 공개공지를 포함한 지상 1층 외부 공간은 단정한 생울타리와 높은 캐노피를 형성하는 튤립나무로 공간의 기본적 틀을 짰다. 장식적이고 자잘한 디자인을 지양하고 공간 디자인 교과서에 나올 법한 ‘바닥과 천정의 형성’이라는 클래식한 원리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공간감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코너 50의 공간감을 지배하는 요소는 단연 튤립나무다. 높은 지하고와 단정한 수형, 적벽돌과 병치되는 단풍까지. 우리가 원하는 코너 50 공개공지의 공간감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재료라 할 수 있다. 다만 설계 단계에서 이식의 어려움, 천근성, 하자 등 여러 가지 이슈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준공 뒤 1년 반이 지난 지금, 튤립나무의 생육은 많은 이들의 걱정과 달리 아주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튤립나무와 함께 지상 1층 디자인의 큰 단초로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단차다. 보도에서 건물 출입구까지 약 50cm 단차가 있었는데, 이를 몇 개 기단으로 나눠 넓은 광장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공간은 코너 프로젝트의 공통 조형 언어인 대청마루 패턴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으로 진회색 콘크리트 워싱 마감과 고흥석 판석을 패턴화해 적절히 사용했다. 건물 남측과 북측 옥상에는 각각 옥상정원이 있다. 남측 옥상정원은 깨끗한 판석 포장과 다간형 화살나무 캐노피로 이루어진 정갈한 휴게 공간으로 연출했고, 북측 옥상정원은 조망이 좋은 관계로 주변을 두루 전망할 수 있는 긴 앉음벽과 개방감 있는 화단 및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 대조적 분위기의 두 옥상정원은 한층 차이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관리차 옥상정원을 방문할 때마다 이용자 행태를 비교 관찰하는 편인데, 설계 당시 의도한 방식으로 두 정원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 자본과 공공 공간 조경설계를 업으로 삼은 이래, 꽤 많은 부동산 디벨로퍼를 만나왔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부동산 개발업은 ‘거대 자본을 투입해 단 시간에 건물을 올려 유무형 가치를 만든 뒤 이를 되팔아 일정 이상 수익을 남기는’ 냉철하고 차가운 분야라고 인식했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가 건축, 인테리어 및 조경 공간을 통해 여러 말랑말랑한 생각들을 만들고, 이를 사업에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의 인식이 꽤 구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들이 동시대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고 이를 장소성과 연결해 마케팅 수단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조경설계를 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는 조경설계가 단순히 공간을 직조하는 설계 행위 자체뿐 아니라 민간 자본의 브랜딩, 마케팅 방식 등 주변 분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많은 정책 결정자와 공공 공간, 정원, 녹지 확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관 주도 아래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서울 시내에 수많은 공공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조경 분야 성장으로 보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공공 공간의 양적, 질적 수준을 높이는 작업을 순수히 공익적 차원, 관의 차원, 메가 프로젝트 차원에서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민간 투자자의 자발적 공공 공간 조성 욕구를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게다가 민간은 공공보다 대체로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디자인 방식이나 재료와 마감 선정에 있어 훨씬 더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시도가 질 좋은 공공 공간 탄생 가능성을 더 높인다. 하나둘 마치 점조직처럼 이곳저곳에 발생하는 성수동의 다양한 공공 공간이 성수동 일대 외부 공간의 전반적 완성도를 자연스럽게 올리고 있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도시민이 점심 식사 후 가볍게 커피 한 잔 사서 들러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서울 시내에 많이 필요하다. 조경가가 그 선두에서 큰 역할을 해 나갔으면 한다. 정욱주·원종호 인터뷰 도심 속자연을 설계하다 위치가 떨어져 있는 세 건물을 연동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정욱주(이하 정) 우란문화재단(2016)에서 시작된 인연이 성수동 코너(이하 코너)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다. 우란문화재단을 설계한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와는 2014년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미팅 차 더시스템랩에 방문했는데, 사무소 한편에서 장난감 레고로 만든 것 같은 건물 모형을 발견했다. 격자창과 벽돌을 활용해 건물 외형 디자인을 실험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게 됐고 우리에게 조경설계를 제안하게 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세 건물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읽히게 하는 전략이 있다면? 원종호(이하 원) 클라이언트는 공통의 조형 언어를 갖추되 각각의 개성을 담은 디자인을 요구했다. 건축가는 벽돌과 격자창을 공통 재료로 선정했지만 세 건물 색은 다르게 했다. 우리도 콘크리트와 통석을 공통 요소로 활용하면서 대청마루의 패턴으로 조형을 통일했다. 그리고 건물과 조경 공간이 하나의 공간으로 읽힐 수 있게 건물 색감과 조화로운 조경설계를 했다. 코너 25 정원에는 노란색 계열의 건물 분위기에 맞추고자 사비석 통석 벤치를 배치했다. 코너 19는 전체적으로 흰색 계통인데, 같은 색을 쓰기보다 흰색과 대비되는 검은색을 활용한 설계를 하고자 했다. 그래서 진회색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정 코너 50의 경우 법으로 정해진 생태면적률을 지켜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벽돌을 쓰지 않고 인조 화강석 블록을 사용해야 했다. 코너 50은 붉은색이 특징인데, 붉은 계열의 인조 화강석 블록으로 설계안을 만들어보니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클라이언트와의 상의를 통해 회색 계열의 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존 녹지의 녹색과 건물의 붉은색 그리고 회색 포장이 건물과 외부 공간의 조화를 이뤄낸 것 같다. 세 곳 모두 옥상정원이 있다. 오피스의 특성에 따라 옥상정원을 달리 설계한 부분이 있다면? 정 옥상정원에서 최대한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세 옥상정원 중 가장 특색 있는 곳은 코너 25 옥상정원이다. 다른 옥상정원과 달리 이곳에는 유리 온실이 있어 이 온실을 공유 주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직장인에게 옥상에 올라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회식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어 주방에서 사용하는 식자재를 키우는 텃밭정원을 콘셉트로 제안했다. 코너 19는 공유 오피스로 다양한 유형의 오피스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회사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 많은데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옥상정원을 광장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긴 벤치를 배치하고 빈 공간을 확보해 크고 작은 행사를 옥상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벤치 앞에 여러 테이블이 놓여 있어 이곳에서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코너 50은 남측(12층)과 북측(13층) 두 곳에 옥상정원이 있다. 한 곳은 개별적으로 휴식을 취할 공간으로, 다른 한 곳은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특히 클라이언트가 옥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중요시 여겼다. 남측 옥상정원은 전망이 좋아 이곳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바닥을 0.9m 들어 올려 계단을 만들고 스탠드를 조성해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 곳을 우리는 ‘멍석(멍 때리기+石)’이라 부른다. 코너 25 옥상정원의 화단 모양과 코너 19 옥상정원의 벤치 디테일이 독특하다. 원 코너 25 옥상정원 화단을 처음 계획할 때 여러 계획안을 그리고 고민했다. 그러던 중 정 교수님이 악어 등껍질 모양처럼 선을 그렸고 그 선형을 발전시켜 W모양의 화단 배치안이 완성됐다. 코너 25 옥상정원은 공유 주방이 있어 삼삼오오 모여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포켓 공간을 만들고자 했는데, W 모양 덕에 화단 앞 틈새 공간이 생겼다 이 틈새에 벤치를 두고 테이블을 놓아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정 코너 25 옥상이 ㄷ자 모양이어서 화단을 배치하기가 어려웠다. 처음 설계한 화단 위치는 지금과는 반대였다. 클라이언트가 도면을 보더니 배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한강 앞 아파트에 살지 않는 이상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어려운데, 코너 25 옥상에서는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는 한강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지금 위치로 화단을 옮겼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어서 벤치 모양도 많이 고민했다. 코너 19 옥상정원에는 세 개의 벤치가 있는데, 그중 두 벤치는 편히 누워 쉴 수 있도록 계획했다. 목업 작업을 통해 1대1 스케일로 곡선형 벤치 도면을 출력해봤다. 출력한 벤치에 직원들이 누워보면서 편안한 모양을 찾아갔다. 최대한 편안하게 누울 수 있도록, 그리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절하며 설치했다. 다른 하나는 평상 모양의 벤치로, 널브러져 누워 쉴 수 있도록 유도했다. 코너 19 지상 1층에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맞닿아 있던 현대테라스타워의 펜스를 철거하고 생울타리 식재를 제안한 점이 인상 깊다. 코너 50 옥상정원에 꽤 큰 화살나무를 심었는데 토심 확보가 어렵지는 않았나. 정 코너 19는 현대테라스타워 옆에 위치해 있어 두 건물의 지상 1층 공간이 맞닿아 있다. 두 공간을 구분하는 형광 녹색 펜스가 놓여 있었다. 다른 건물의 공간이지만 하나의 공간으로 보이게 하고 싶어 최연욱 이사(스타프라퍼티코리아)와 함께 현대테라스타워에 찾아가 펜스 철거를 제안했다. 현대테라스타워 지상 1층에 수생 비오톱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데 펜스가 풀의 성장을 억제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펜스 철거 이유를 설명했다. 다행히 관계자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고 펜스를 철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인연이 되어 현대테라스타워 앞 공개공지 리모델링 조경설계를 담당하게 되었다. 원 코너 50 옥상정원을 처음 설계할 때 층층나무, 때죽나무, 쪽동백나무로 식재 계획을 세웠다. 계획안대로 시공을 하기 위해 적절한 나무를 찾아다녔는데, 우리가 원하는 수형의 나무가 없을 뿐더러 하자 발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 교수님과 함께 대안 수종을 고민했다. 그러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에 심었던 화살나무가 떠올랐다. 정 2010년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의뢰로 만든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정원의 수목들은 우리가 관리하고 있다. 그곳에 심겨진 화살나무 20여 그루가 재건축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10년 동안 자란 화살나무는 수고가 4~5m이며 잎이 무성하다. 우리가 찾던 수형이었고, 폐기하기보다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복지관측 동의를 얻어 10여 그루를 코너 50 옥상정원으로 옮겨 심었다. 복지관 재건축이 끝나면 새로운 공간에 맞는 수목을 기증할 예정이다. 원 화살나무는 느티나무, 소나무처럼 대형 교목은 아니지만 키가 높게 자란다는 걸 잘 모르고, 옥상정원 생육에도 적절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화살나무는 잔뿌리가 많아 활착이 잘되고 하자가 거의 없는 장점이 있어 옥상이란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그래서 코너 50 옥상정원의 주요 수목으로 선정했다. 복지관에서 가지고 온 화살나무들은 현재 코너 50 옥상정원에서 잘 자라는 중이다. DWP 하늘정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옥상정원 등 옥상정원 조경설계를 많이 했다. 옥상정원 설계에 접근하는 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 옥상은 많은 잠재력을 품고 있는 곳이다. 높은 곳에 위치하니 전망이 좋고, 공공 공간이 될 수도, 건물 주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사적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조경설계 의뢰가 오면 지상 1층 공간에만 설계를 요구했고 옥상은 설계 대상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공간에 조경설계를 하게 되고 지상 1층에서 실내 정원, 옥상정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옥상정원(2014)과 DWP 하늘정원(2017)은 옥상의 활용성을 알린 계기가 된 프로젝트다. DWP 하늘정원을 조성할 때 건축주가 옥상에 정원을 만든다는 것을 의아해했는데, 막상 완공된 정원을 보니 공간 활용 가치가 높아진 것 같다며 좋아했다. 전국의 옥상정원 개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옥상이 지닌 환경과 옥상의 활용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건축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원 옥상 조경설계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다. 옥상은 인공 지반이므로 식물을 식재하기 위해 토심을 확보해야 한다. 토심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는 데, 이것이 옥상정원 디자인의 출발점이 된다. 정 옥상정원을 조성할 때 주로 지면을 일정 높이로 띄워 토심을 확보한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옥상정원을 조성할 때 1.3m 정도 지면을 높여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계단, 스탠드 등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코너 50 옥상정원에도 이와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어떻게 보면 서울대학교 옥상정원의 미니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옥상이라는 제한된 공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흔히 완공된 직후보다는 세월이 흐른 뒤 모습이 진정한 풍경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유지·관리 계획이 중요하다. 정 유지·관리는 또 다른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클라이언트와 처음 상의할 때 완공 후 2~3년 동안 우리가 직접 관리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2~3년을 제안하는 이유는 지주목 때문이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활착해 잘 정착하기 위해선 2년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고 지주목이 이 과정을 도와준다. 2년이 지나 지주목을 제거하면 설계 당시 기대했던 모습이 구현되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도 있고, 이 시기에 이르면 정원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 클라이언트가 관리하기에 큰 무리가 없기도 하다. 원 도심에 위치한 정원을 잘 유지·관리하려면 관수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관수 시설이 선택 사항이었지만 이제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물을 주는 빈도, 물의 양, 스프링클러 사용법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으므로 클라이언트와 관리자에게 자세히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관리자가 바뀌게 되고 관리가 잘 안 되는 일이 다반사다.유지·관리는 도심 속 정원뿐 아니라 다른 공원, 정원에도 해당되는 문제이므로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우리도 더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디자인 팽선민 사진 유청오 글 원종호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설계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조경시공 성수동 코너 19, 25: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광합성, 쌔즈믄 성수동 코너 50: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조경시공서화, 쌔즈믄 건축설계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발주 스타프라퍼티코리아 위치 성수동 코너 19: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314-19 성수동 코너 25: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656-25 성수동 코너 50: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273-50 대지면적 성수동 코너 19: 418m2 성수동 코너 25: 480m2 성수동 코너 50: 1,500m2 완공 2022. 6.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JWL)는 2014년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다. 도시 규모의 마스터플랜부터 작은 주택 정원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공간을 계획하고 설계한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디자인보다 대상지가 적절하게 작동할 정도의 적정 조경을 원칙으로 설계에 임하고 있다. 정욱주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WRT, Olin Partnership, Field Operations 등 국내외 설계사무소에서 10년가량 실무 경력을 쌓은 뒤, 2005년부터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4년부터는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의 디자인 디렉터 활동을 겸하고 있다. 원종호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에서 설계의 기본을 익혔으며, 현대건설에 근무하며 해외 현장에서 시공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의 소장으로 다양한 규모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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