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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비, 무엇이 문제인가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
  • 남기준, 김모아
  • 환경과조경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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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애 오늘 좌담회는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이하 조설협) 기술분과에서 추진하고 있는 ‘설계용역단가 기준 작성’ 기획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설계용역단가를 주제로 좌담회와 설문 조사, 사례 연구 등을 진행해 ‘적정 설계비 가이드라인’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첫 번째 좌담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침 『환경과조경』이 설계비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설계 환경을 진단하는 특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해 이번 좌담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설계비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오늘은 현황과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보면 좋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안도 이야기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하반기에는 대안 모색에 보다 초점을 맞춘 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먼저, 조설협의 안계동 회장께서 좌담회 개최 배경을 소개해주면 좋겠다.


안계동 조경설계사무소 대표자 모임인 조설협이 발족된 이후 설계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설계용역대가, 즉 설계비의 현실화다. 사실 적정한 조경 설계비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도 그렇고, 절대적으로도 우리는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설계비는 설계사무소의 경영과도 직결된 문제이지만, 그보다 설계 품질, 직원 처우, 인재 영입 등 구조적으로 얽혀있는 점들 때문에라도 개선이 꼭 필요한 사안이다. 공공 발주 프로젝트도 그렇고, 민간 발주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덤핑 수주도 문제다. 제도의 문제점도 따져봐야 한다. 물론 조경설계만의 특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지금 정도의 설계비면 충분하다는 사회적 몰이해도 극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조경설계비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책정되어야 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응이 부족했다. 이제라도 관련 단체에서 적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얽혀있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도 각기 다르다. 때문에 우선 설계비와 관련된 현황과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고 어떤 방식과 절차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를 모색해야 한다. 조설협 차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사안일 수도 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관련 자료와 근거를 만들게 되면 비용도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다. 지금은 조설협회원사들이 시간을 쪼개서 각자가 갖고 있는 데이터 위주로 조사정도를 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관련 자료와 근거를 모으고 만들어 가는 과정은 분명 유의미할 것이다.


서영애 설계비를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게 된 취지를 말씀해주셨다. 그럼 본격적으로 ‘설계비,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야기해보자. 조설협 초대 회장이기도 한 안세헌 대표는 2년여 동안 조설협을 이끌면서 설계비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또 조설협의 발족 배경에는 이런 사안에 대한 설계사무소의 공동 대응 필요성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개괄적인 문제 제기를 부탁드린다.


안세헌 설계비는 조경설계가 주 업무인 전문가 그룹의 문제다. 하지만 모두가 입장이 동일하지는 않다.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조경설계 부서와 조경설계만 단독으로 수행하는 기술사사무소, 엔지니어링 활동주체, 일반 사업자의 경우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전자의 엔지니어링 조경 부서는 엔지니어링이라는 큰 틀 내에서 수주를 하고 대가를 나누기 때문에 그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에 맞추어 설계비를 받고, 기술료와 몇 가지 항목을 더해서 적정 대가를 산정한다. 반면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비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주먹구구식이다. 산정하는 방식도 너무 다양하다. 대부분 대지면적이나 연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관행적으로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하는 수준에서 견적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 대목에서 회사의 자금운영 상태가 결부되면서 저가 수주 경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품질경쟁이 아니라, 도면 한 장당 가격 경쟁이 발생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설계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설계의 범위가 굉장히 다르다는 점이다. 결국은 어떤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숙련된 전문 인력을 얼마의 시간동안 어떤 업무에 투입하는가가 설계비를 좌우하게 되는데, 실제로 한 프로젝트에서 수행하는 설계의 범위에 꽤 차이가 있다. 때문에 설계비와 함께 설계의 범위에 대한 규정도 필요하다. 대부분은 공정별로, 기본계획 얼마, 기본설계 얼마, 실시설계 얼마로 책정을 한다. 조금 더 상세하게 견적을 내는 경우에는 수경 시설 포함 여부, 전기나 조명 시설 포함 여부와 함께 특화 설계에 대한 내용을 담기도 하지만, 설계비가 똑같은 경우에도 업무 범위는 천양지차인 경우가 많다. 대략 수량 산출만 하고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밀하게 일위대가까지 모두 산출해서 정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투입 인력과 시간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설계비는 업무 범위와 무관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설계대가의 기준을 정하는 것 못지않게 설계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시장 경제 체제이긴 하지만,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설계비를 마치 부동산 중개 수수료처럼 일률적으로 딱 떨어지는 금액으로 책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또 회사 규모에 따라서 1인당 매출액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아서 설계비를 획일화·표준화하기 곤란한 점도 있다. 하지만 각 회사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변주하더라도,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만들어져야 한다.


서영애 설계비 기준을 세우기에 앞서 설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어주셨다. 진승범 대표는 현재 설계비가 문제가 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면 좋겠다. 진승범 기본적인 설계용역대가의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지만, 몇 해 전부터 설계비 문제가 많이 거론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발주 물량이 현저히 줄었지만, 조경설계사무소는 오히려 늘어났다. 게다가 조경설계와 가장 밀접한 건축설계사무소의 경영 상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자연히 발주 물량과 금액이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되었다. 한창 호황이었을 때는 설계비 기준이 없다는 점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건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후부터 저가 경쟁이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면서 설계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그동안 받았던 수준의 설계비를 청구하면, 다른 업체의 견적을 들이밀면서 날강도 취급을 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일례로 아파트 조경설계비는 호황이던 시절의 1/2, 1/3 수준까지 급락했다. 조경 물량이 풍족했을 때는 건축도 호황기여서, 전체 금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조경설 계비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불황이 장기화되다보니 발주측에서 조경설계비까지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 더구나 1/3보다 더 낮은 금액에도 일을 하겠다는 설계사무소가 있다 보니, 적정 설계비의 기본선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설계에 대한 자부심도 무너져버려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최소한 이 정도의 설계비는 받아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점이다. 그동안 견적을 낼 때 대체로 아파트는 면적을 기준으로 했고, 공원을 비롯한 공공 프로젝트는 공사비 대비 요율로 산정했다. ‘전체 공사비에서 3% 정도는 받아야 하지않나’라는 식으로 설계비를 대략 책정하곤 했다.

 

 

토론 안계동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동심원조경 대표, 안세헌 가원조경 대표,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이호영 HLD 대표, 진승범 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 

이우환경디자인 대표

사회 서영애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기술분과, 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

정리 남기준, 김모아

주최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월간 환경과조경

일시 2016년 5월 9일

장소 푸르너스가든 서울숲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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