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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커먼 그라운드
  • 환경과조경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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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남자 세 명이 함께 가기에 어색한 공간들이 있다. 백화점, 파스타 전문점 그리고 벽화마을…. 여자와 동행한 남자들을 간혹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왠지 자발적으로 방문한 표정들은 아니다. 이 장소들이 모든 여성들의 로망은 아니지만 여성이 우점 성별임에는 틀림없다. 화창한 5월에 방문한 건대입구의 커먼그라운드는 컨테이너 적층 건축의 인지도를 급격히 상승시킨 히트작이다. 비슷한 스타일의 프로젝트 가운데 유독 큰 주목을 받은 커먼그라운드는 오프라인 상에서 건축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해시태그에 의한 공간감의 확대 재생산을 논할 수 있는 곳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쇼핑, 파스타, 벽화의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커먼그라운드는 여성 취향을 저격하는 종합 세트장으로서, SNS 게시물에 최적화된 다양한 배경을 제공한다. 배경이 주 임무가 된 공간을 부정적으로 볼 생각은 없다. 자칫 피상적으로 흐를 수 있었던 공간감은 구조와 디테일의 세련됨으로 극복하고 있다. 새로운 핫스팟에게 상위 검색 자리를 물려준다 할지라도 공간의 기본기가 제법 탄탄한 커먼그라운드는 계속해서 즐겁게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_ 정욱주


컨테이너는 물건을 운반하는 수송 수단이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가설 건물이기도 하다. 커먼그라운드에는 일반 가설용 컨테이너가 아닌 좀 더 튼튼한 수송용 컨테이너가 쓰였다. 하지만 가볍고 쉽게 해체 가능하리란 이미지는 잃지 않았다. 어릴 적 최초의 가설 건물에 대한 기억은 원두막이다. 몇 개의 기둥과 짚더미를 대충엮어 만든 원두막에는 딴 세상이 있었다. 고작 2m 남짓한 높이였지만 그곳에 오르면 구름 위에 올라선 것 마냥 시원하고 아늑하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다른 시선이 있었다. 가볍고 삐꺽거리는 위태로움이 높이에 대한 감각을 증폭시킨 것 같기도 하다. 어려서 그랬는지 그 가벼움과 시원함이 좋았다. 견고한 건물에서 내려다보는 것과는 분명 다른 감각이었다. 게다가 원두막에는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감성이 있다. 그곳에 달달한 수박과 참외가 있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컨테이너로 쌓아올린 이 가벼운 건축에서 원두막의 감성을 떠올리는 것이 지나친 비약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곳에 모인 젊은 친구들이 훗날 이곳을 내 어릴 적 원두막과 같은 공간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젊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탈일상의 공간이면서 잠깐의 추억이 돼줄 수 있는 공간이니까. _ 김용택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 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 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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