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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조망의 정치사회학
  • 환경과조경 2012년 1월

Political Sociology of Landscape

조경 일반론

사전 계획에 따라 인위적인 경관을 조성하는 조경술은, 빼어난 볼거리를 향한 인류의 꾸준한 수요로 지탱된다. 조경의 결과는 미술처럼 독립된 결과물로 귀결되지 않고, 조경이 관계하는 지역의 빛 기온 대기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관람자의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 예술의 결정판쯤 될 것이다. 때문에 조경의 성패를 가늠하는 건 주변 지리와 건축물과의 조화로 귀결되곤 한다. 조경이 흔히 도시 계획의 일부로 환원되어 통제될 때 선명한 로드맵이 잡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흔히 실내 공간에서 관전자를 1대1로 대면하는 것이 미술품의 기본 공식이어서, 미술이 실외 조경에 기여하는 여지는 그런 사정으로 인해 매우 적다.
조경이 주변을 아름다운 경관으로 만들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처럼, 잊힐 만하면 보도되는 사회 고위층의 조망권 소송은, 유려한 경관을 방해 받지 않고 소유하려는 권한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다. 훌륭한 조망권은 주거지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준으로 간주되며 주택 매매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름다운 경관의 소유와 고위층은 밀접하게 연결된다. 전 세계에 조성된 초대형 조경 사업이 왕족 계급의 정원에 집중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 잔디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수목은 원통형으로 다듬어져 있는데, 이런 차별화된 조경 스펙터클과 그것을 바라볼 권한은 평민과 왕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인류는 자연 조망권 말고도 인위적으로 조성된 스펙터클을 갈구한다. 다종다양하게 변형된 구경꺼리의 제공은 곧 정치적 우위의 보장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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