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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별것 (별 물건도, 별 문제도) 아닐 수 있다
  • 환경과조경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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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아웃 하면서 봐야 하는 DDP Ⓒ유청오

 

줌아웃 해야 하는 DDP와 줌인 해야 하는 동대문 경관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듯이 DDP가 불시착한 우주선 형태인지 아니면 설계가의 말처럼 자연 경관의 곡선과 같이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주는 선형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주변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 봐야 알 수 있다. 형태가 서로 다르다는 알루미늄 패널 45,133장은 한 장 한 장 그 자체로는 시각적으로 중요하지않다. 전체 형태는 대칭이나 일정한 비율이 없는 비정형이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면서 봐야 곡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보인다. 줌아웃 하면서 봐야 한다. 많은 이들이 DDP가 동대문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변이 확 뚫린, 그러니까 충분히 줌아웃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곳에 들어섰다면 건축물이 더 돋보였을 것이다.

반면 동대문 일대(이하 동대문)는 줌인 하며 봐야 실체가 드러난다.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본다면 두 손가락을 벌리며 들여다봐야 한다. 멀리서는 흥인지문이라는 랜드마크와 선형의 청계천, 규칙 없이 서 있는 대규모 상가 건물들, 혼잡한 도로와 이리저리 얽힌 뒷골목만이 보일 뿐이다. 줌인 상태에서 화면을 좌우상하 밀치며 보면 청계천변으로 상가들이 서 있는 이유가 궁금해지고 밀리오레나 두타 쇼핑몰 주변은 외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버스로 북적거리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일상가 일대에서는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모습을, 신발도매상가 골목에서는 지게꾼들이 짐을 옮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양고기집, 인도 카레집, 홍어국수집, 콩나물국밥집, 양고기집까지 음식점도 다양하다. 좀 더 줌인 하면 속옷, 겉옷, 의류 관련 각종 부자재, 신발, 스포츠용품뿐만 아니라 조류, 어류, 파충류까지 판매 대상임을 볼 수 있다. 동대문은 공간만 복잡한 게 아니라 시간도 복잡하다. 상가가 여는 시간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도 다르다.


통일상가를 줌인 해보자. 의료 관련 부자재를 파는 이 상가는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건물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마치 하나의 건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주변에 새로 생기는 대규모 상가 건물에 대응하기 위해 단층이던 건물의 층을 높였고 어느 순간 벽을 터 30여개의 건물을 하나의 건물처럼 만들었다. 그 안에 들어가면 무언가 함정에 빠진 듯하다. 마치 피라네시가 그린 “상상의 감옥” 같다. 층별 높이가 서로 다른 건축물이 하나로 연결되다 보니 분명 상가 건물 위층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계단인데 내려가는 계단이다. 그래서 뭔가 아니다 싶어 돌아서면 길을 잃게 된다. 복잡하지만 설명하자면 그 내려가는 계단은 높이가 서로 다른 두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일 뿐이고 그 계단을 통해 옆 건물로 가야만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을 수 있다. 이해들 되셨는지?


손가락을 왼쪽으로 밀어 신발도매상가 B동으로 가보자. 원래 7층으로 계획했으나 7층에서 동대문운동장의 로열석이 내려다보일 수 있어 계획을 변경해 5층으로 지었다고 한다. 축구장을 자주 찾았던 VIP가 저격당할 수 있어 미리 예방한 것이다. 3층까지는 상가고 4층과 5층은 주택이다. 옥상 한쪽에는 연탄재를 쌓아 만든 화단이 있고 그 위에는 배나무며 박태기나무, 소나무가 심겨 있다. 화단 옆으로는 플라스틱 호스로 만들어진 아치도 서있다. 아래층 사람들이 이사 나가면서 옥상에 버리고 간 냉장고나 세탁기는 솜씨 좋은 건물 관리소장의 손을 거쳐 화분이 되었다. 건물로 올라가는 계단의 창은 값 비싼 유리 대신 콘크리트 블록으로 채워져 있는데 블록 사이를 통해 쏟아지는 빛은 일품이다.

그렇게 동대문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경관과 달리 산업 생태계는 줌인 해도 알 수 없다. 스스로 몸을 부딪쳐 봐야생태계 사슬의 구조를 어림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작가 정원에 놓을 방석을 동대문에서 직접 만들었다. 동대문 종합상가 3층에서  을 끊어 동화상가 재봉 집에 맡겼더니 방석이 완성되었고 방석 안에 넣을 솜은 다시 종합상가 지하에서 구입했다. 좀 번거롭지만 물어물어 그 안에서 많은 일을 해결할 수 있다. 상당히 유기적이다.



김연금은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디자인 센터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 마을만들기를 일과 활동의 중심으로 삼고 있고, 최근에는 스토리텔링과 조경 디자인, 경관의 사회적 구성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을 발전시킨 『소통으로 장소 만들기』(한국학술정보, 2009), 일상의 경관에서 이루어지는 거시적 구조와 미시적 요소의 상호 관계를 관찰하고 기록한 『우연한 풍경은 없다』(나무도시, 2011)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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