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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질리언스 읽기]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도전, 해안 리질리언스
  • 환경과조경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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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방재 설계와 해안 리질리언스 향상을 위해 해안 에코 인프라스트럭처를 도입한 방재 조경 설계 (Sutton Griel, “Future of Our Coasts: The Potential for Natural and Hybrid Infrastructure to Enhance the Resilience of Our Coastal Communities, Economies and Ecosystems”, Environmental Science & Policy, 2015)


태풍 차바의 습격, 물에 잠긴 취약한 해안 도시

해안은 생물 자원이 풍부해 인간에게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풍족한 식량과 아름다운 경관, 수질 정화와 해안 재해 저감과 같은 혜택을 인간에게 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혜택을 대가 없이 획득할 수 있는 재화, 자유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갯벌을 파괴하고 연안을 매립해 산업 단지나 농토, 초고층 빌딩을 건설했으며, 해안 사구를 개발해 해수욕장으로 탈바꿈시켜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 그리고 재산과 토지를 보호하기 위해 해안 생태계를 훼손해가며 인공 구조물까지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거침없는 해안 지역의 난개발로 인간 사회는 사회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대규모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안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취약한 해안 도시를 자초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해안 지역의 면적은 4,022km2으로 국토의 4%에 지나지 않지만, 인구의 27.1%에 해당하는 약 1,380만 명이 해안 지역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다. 이러한 해안 지역의 인구 증가는 해안 도시 확장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대부분의 해안 도시는 해안 공간의 보전 계획보다는 개발 계획에 더 치중하여 성장했다. 다시 말하면 무분별한 해안 개발로 인해 태풍, 해일, 폭풍, 해안 저지대 침수, 해수면 상승과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한 국토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해안 도시의 취약성은 지난 105, 부산시와 울산시를 중심으로 상륙한 태풍 차바에 의해 여실 없이 드러났다. 과거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2만여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태풍 카트리나를 연상시키듯, 거대한 파도는 보란 듯이 방파제를 넘었고 도심에는 물이 차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10명의 사상자와 25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500여 채의 건물이 수해를 입었다.

 

태풍 차바에 의한 피해 원인으로 많은 기사는 방파제의 높이를 언급했지만, 과연 해수면 상승과 이상 기후 그리고 지진 발생과 같은 대규모 자연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인간의 힘으로 완벽히 막을 수 있는 재해가 있는지 반문해보고 싶다. 또한 이미 폭염과 지진으로 사회 커뮤니티와 경제력이 훼손된 해안 도시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재해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재해를 완벽하게 막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며, 인간 사회가 얻은 사회 경제적 이득이 자연 생태계에서 비롯됐다는 진리를 아직 깨닫지 못한 무지에서 온 것이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해안 도시를 건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미국, 유럽 등 해안 방재 선진국들은 태풍 카트리나와 샌디 같은 재해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적응하고 원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 해안 리질리언스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안 리질리언스란 지속가능한 해안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자연재해와 같은 교란을 흡수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해안 지역의 사회생태시스템을 구성함으로써 회복될 수 있는 해안 도시의 능력을 의미한다. 해안 리질리언스는 주로 자연적 혹은 자연 기반의 구조물을 통해 향상되며, 이는 해안 생태계 서비스와 해안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해안 리질리언스 등장과 발전

유엔재난경감국제전략기구UNISDR‘2005-2015 효고행동계획Hyogo Framework for Action(HFA)’을 통해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커뮤니티 및 국가 리질리언스를 구축하는 것을 첫 번째 계획으로 수립했다. 이후 효고행동계획은 재난 위험을 줄이려는 정부, 국제기구, 재난 전문가와 함께 발전했고, 관민의 강한 네트워크, 환경 리질리언스, 재해 대비를 위한 투자, 사회 커뮤니티의 리질리언스 강화, 사회 커뮤니티의 정보 교류 등의 다섯 가지 비전을 규정해 재난 리질리언스 향상을 위한 실전적인 방법과 원리를 제공했다. 효고행동계획의 목적은 재난에 대한 국가와 커뮤니티의 리질리언스를 구축해 2015년까지 점차 재해를 저감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급작스러운 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 사회 붕괴, 경제 침체, 그리고 생태계 훼손을 줄이고자 했다.

 

또한 유엔인간정주계획UN-HABITAT은 법과 제도, 교통, 거주 및 재생, 안전, 기후 변화, 성별, 계획 및 설계, 경제, 재건축, 리질리언스, 인권, 물과 위생 등 14가지의 테마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리질리언스 테마는 지진, 폭풍, 해일,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도시의 거주민을 위해 리질리언스를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대규모 도시의 80%는 지진에 매우 취약하고, 60%는 쓰나미와 태풍, 해일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새로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도시 재난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2011년에만 3,800백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이에 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접근 방식과 새로운 도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그 수단으로 리질리언스가 활용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은 2005년 사상 최고의 사상자를 낸 태풍 카트리나를 맞는다. 이로 인해 미국은 재해 대응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게 됐는데, 특히 UNISDRUN-HABITAT에서 정의한 리질리언스를 기반으로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폭풍, 해일, 해수면 상승, 해안 침식 등의 해안 재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 해안 지역의 재해 경감에 앞장선 록펠러재단이 오바마 정권과 손을 잡으면서 3대 목표 중 하나로 리질리언스를 선정했고, 이후 리질리언스의 핵심 키워드를 해안’, ‘재해’, 그리고 도시 혹은 커뮤니티로 압축했다. 또한 그들은 리질리언스의 개념이 실천적인 조경 및 도시 계획안으로 도출되길 원했고, 지난 10년간 도시계획과 조경 설계 차원에서 리질리언스 개념을 도입한 사업과 프로젝트 등을 많이 실시했다. ‘100 리질리언트 시티100 Resilient Cities’,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 그리고 해안 리질리언스의 구조Structure of Coastal Resilience’ 등을 핵심 프로젝트로 들 수 있는데, 모든 프로젝트는 해안 리질리언스 평가를 기반으로 해안 에코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수행됐다.

 

해안 리질리언스의 구조: 해안 리질리언스의 구조 프로젝트의 목적은 재해에 취약한 나라간세트 만Narragansett Bay,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의 자메이카 만Jamaica Bay, 뉴욕의 애틀랜틱시티Atlantic City, 뉴저지의 노퍽 및 햄프턴 로드Norfolk and Hampton Roads와 버지니아 등 해안 지역 네 곳의 폭풍과 해일의 위험을 평가하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도출해 생태 복원 설계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에 의한 폭풍과 해일의 위험 평가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구축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조경가, 공학자, 과학자, 건축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최신 과학을 이용한 실험 설계를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했다. 또한 회복력 있는 해안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예상 가능한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적응을 통해 폭풍과 해일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3(201611월호) 수록본 일부

 

전진형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습지생태계 조성과 생태환경회복기술 개발,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활용한 도시 내 저탄소 경관 디자인 요소 개발 및 야생생물 군집 변화 모델링 등 생태계 복원 및 설계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생태학적 이론과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 다양한 디자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 단계부터 시공 후까지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여 대상지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생태적 조경 설계와 유지관리 방안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환경의 보존과 인간의 이용 및 개발의 조화라는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을 통한 생태회복성(eco-resilience)에 관심을 갖고 이를 조경 분야에서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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