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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제학] 경관의 공급, 미적인 경관은 왜 부족한가?
  • 환경과조경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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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감천문화마을.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형성한 마을의 경관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조망 대상이 된다.

(ⓒT.Dallas / shutterstock.com)

 

경관 공급의 모습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공급은 곧 생산을 의미한다. 경제학 이론들이 대량 생산의 제조업을 염두에 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공급할 목적으로 토지와 노동과 자본을 투입한다. 공급량은 소비자의 수요량과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주류 경제학자에 의하면 이 균형점(균형가격과 균형수량)에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경제적 후생의 극대화가 달성된다. 그렇다면 경관에 있어서도 공급은 이러한 모습일까?

지난 호에서 경관은 스스로 존재하는 조망 대상, 그것에 의존하는 조망점, 그곳에서 함께 제공되는 유무형의 조망 조건 등의 세 요소로 공급되고 사람들이 대가를 지급하고 이를 체험함으로써 소비된다고 했다. 여기서 조망 조건은 조망 대상을 향한 시야와 함께 조망점을 구성하므로, 크게 보자면 경관은 조망 대상과 조망점 두 요소로 공급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은 경관의 공급에 필수적인 것으로서, 어느 하나라도 결핍되면 경관 체험이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조망 대상과 조망점의 공급자나 생산 목적이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조망점의 경우 특정한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생산한다. 반면 조망 대상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공급자가 누구에게 판매할 의도 없이 생산한다. 어쩌면 그것을 생산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부적합할 수도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망 대상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형성되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연재를 꼼꼼히 읽어 온 독자라면 이것이 왜 문제인지 알 것이다. 경관 체험을 위해서는 조망 대상과 조망점이 모두 필요한데, 이 두 요소가 각기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공급된다면 경관 시장의 균형이라는 것이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경제적 후생의 극대화라는 이상도 꿈같은 이야기가 되고 만다. 주류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관의 공급에 대해 조망점과 조망 대상을 나누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조망점의 공급과 시장실패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재화나 서비스의 적정 가격과 수량(생산량 및 소비량)이 결정되고, 이 균형점에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경제적 후생의 극대화가 달성된다는 주류 경제학자의 생각이 항상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시장기구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류 경제학자도 인정하는 시장실패의 대표적인 원인에는 외부효과, 공공재, 독점 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시장은 스스로 바람직한 균형점을 찾아가지 못한다.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정원의 경제학에서, 공공재에 대해서는 공원의 경제학에서 이미 살펴본 바 있다. 조망점에 있어서는 마지막으로 남은 독점이 문제가 된다.

어느 한 주체가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을 독점하면 그()에게 가격을 결정할 힘이 생긴다. 그런데 독점적 공급자가 임의로 결정한 가격이 바람직한 가격, 즉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 간 경쟁 때문에 달성되는 균형가격과 일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로 독점적 공급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격을 고집하게 되는데, 이는 균형가격보다 높기 마련이다. 수요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이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수요자가 할 수 있는 결정은 그래도 살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가 전부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수량(수요량과 공급량)이 바람직한 수량에 비해 적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가 균형가격보다 비싸게, 균형수량보다 적게거래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람직한 상태에 비해 더 적은 사람이 더 큰 부담을 지고 재화나 서비스의 효용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경제적 후생의 극대화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점은 시장실패를 초래하고, 세계 각국은 독점 금지에 관한 법을 시행하고 있다. 조망점의 공급은 사용의 제공과 소유의 제공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사용의 제공이란 조망점의 소유자가 타인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일정 시간 조망점에서 경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경관 소비는 입장료를 내고 전망대를 즐기거나 전망 좋은 카페의 창가에서 차를 마시는 것 등의 모습일 것이다. 소유의 제공이란 조망점의 소유자가 타인에게 조망점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매수자가 그 조망점을 혼자 즐기던 다시 타인에게 사용을 제공하여 돈을 벌든 상관이 없다. 여기서 부동산의 가치 중 경관이 차지하는 가치, 즉 조망점 소유의 가치는 조망점 사용의 가치에 근거한다.

 

환경과조경 342(2016년 10월호수록본 일부

 

민성훈은 1994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2년간 일했다. 그 후 경영학(석사)과 부동산학(박사)을 공부하고 개발, 금융, 투자 등 부동산 분야에서 일했다. 2012년 수원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가장 오래 가졌던 직업은 부동산 펀드매니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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