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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제학] 공원 공급의 효율성과 형평성
  • 환경과조경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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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bassy / shutterstock.com

 

경제학자가 좇는 두 마리 토끼, 효율과 형평

철학자가 진리를 추구하듯 경제학자도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 바로 효율efficiency과 형평equity이다. 경제학은 세상의 자원이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여 탄생한 학문이다. 따라서 경제학자의 관심사는 부족한 자원으로 무엇을 생산하고,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누가 사용할 것인가에 쏠려있다. 그들은 전자를 자원 배분allocation of resources의 문제, 후자를 소득 분배distribution of income의 문제라고 부른다. 물론 효율성은 자원 배분과, 형평성은 소득 분배와 관련이 깊다.1 문제는 효율적인 상태가 항상 형평성 또한 달성된 상태인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아니 그보다는 이 두 가지 가치가 동시에 달성된 상태를 우리가 본 적이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효율과 형평은 제각기 날뛰는 두 마리의 토끼와 같다.

주류 경제학은 시장기구가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장을 둘러싼 조건이 이를 허용하지 않거나, 재화나 서비스의 특성이 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공원과 같은 공공재가 그렇다. 정부는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공원의 공급에 나선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원의 적정량을 찾아내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지난 두 차례의 연재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전문가에 의한 비용편익분석이나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는 시장기구를 대신하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접근방법이지만, 공원의 적정량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효율성에 더하여 형평성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형평성은 애초부터 시장기구에 의해 달성되기 어려운 가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효율성과 형평성을 모두 고려한 공원의 적정량을 찾아내는 일이 쉬울 리 없다.

한정된 땅에 공원을 얼마나 만들고 주차장을 얼마나 만들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하자. 경제학에서는 효율성에 대해서 생산의 효율성과 교환의 효율성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 생산의 효율성이란 우리 사회가 보유한 자원으로 공원과 주차장을 각각 얼마나 생산할지 따지는 것이다. 효율성의 달성 여부는 동일한 자원을 투입하여 지금보다 공원이나 주차장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를 통해 판단한다. 반면 교환의 효율성이란 공원과 주차장으로부터 사람들이 느끼는 효용의 크기를 따지는 것이다. 효율성의 달성 여부는 어떤 사람의 효용을 희생시키지 않고 다른 사람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통해 판단한다.3 이 두 가지 측면의 효율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조화를 이룬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이렇게 조화를 이룬 상태가 매우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많은 효율적인 상태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 하나를 골라야 한다.4 여기서 가치, 또는 선호 체계의 문제가 개입한다. 각 개인이 느끼는 효용의 크기를 조합하여 사회 전체적인 후생의 크기를 도출하기 위해 경제학에서는 ‘사회후생함수’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이 사회후생함수의 모양이 그 사회가 가진 가치 또는 선호 체계를 반영한다. 자본주의의 발전을 이끌어낸 계몽사상은 공리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공리주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식에서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리주의의 사회후생함수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식 1>과 같다. 사회 전체적인 후생의 크기 SWSocial Welfare는 각 개인(A, B, …)이 느끼는 효용utility의 크기를 단순히 합한 것이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어떤 선택에 의해서 SW가 커진다면 우리는 옳은 판단을 한 것이다. 여기서 각 개인 간 형평성은 고려될 여지가 없다. 이에 반해 공리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공정으로서의 정의 justice as fairness를 주장한 롤스John Rawls는 그의 저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식 2>와 같은 사회후생함수를 제시하였다. 여기서 SW는 각 개인이 느끼는 효용 중 가장 작은 값minimum이다. 효용의 수준이 가장 낮은 개인이 관심의 대상인 롤스의 모형에서는 사회적 최약자의 효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회 전체적인 후생 또한 증가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실제로 어느 사회의 가치 또는 선호 체계는 이 두 함수 사이 어디엔가 존재할 것이다. 문제는 이를 파악하는 것이 효율적인 상태를 찾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 했으면 사적 재화와 같이 시장기구가 작동하지 않는 공공재에 대해서 그 적정량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더 이상 말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의 목적이 단지 그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공원을 계획하는 관행을 한번 되돌아보는 데 있다. 현실적으로 도시계획상 공원의 면적은 원단위를 통해 결정된다. 원단위는 아마도 사람이 살기에 좋다고 평가되는 여러 도시들의 사례를 통해 도출된 것이라 생각된다.5 그런데 공공재에 대한 앞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적정량은 일률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공재의 적정량은 생산의 효율성, 교환의 효율성뿐 아니라 그 사회의 가치 또는 선호 체계와도 연관되기 때문에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원단위라는 접근 방법은 그 출발에서부터 공원의 적정량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단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정교한 원단위가 아니다. 그보다는 시장기구의 부재를 보완할 수 있는 의사소통 또는 정보 교환의 수단이 필요하다.

한편 다른 공공재와 구별되는 공원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공원이 국방이나 치안과 같은 다른 공공재와 가장 다른 점은 자연을 활용하고 위치가 고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특징은 공원 공급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서 공원의 경제학을 마친다.

 

 

민성훈은 1994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2년간 일했다. 그 후 경영학(석사)과 부동산학(박사)을 공부하고 개발, 금융, 투자 등 부동산 분야에서 일했다. 2012년 수원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가장 오래 가졌던 직업은 부동산 펀드매니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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