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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 시대의 조경
환경조경나눔연구원 개원 1주년 기념 세미나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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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교수가 ‘조경을 통한 도시 재생: 부산의 경험과 비전’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소개한 ‘공원 도시 서면의 시민창의 상상지도’

 

지난 2013년 6월 도시의 종합적 기능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특별법이 제정된 지 약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도시 재생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도시 재생 시대’에서 조경의 역할과 비전은 무엇일까?

지난 5월 27일 서울대학교 미술관 렉처홀에서 환경조경나눔연구원 개원 1주년 기념 세미나 ‘도시 재생 시대의 조경’이 열렸다. 우리나라 도시 재생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조경의 과제를 논하는 자리였다.


도시 재생, 어디까지 왔나

임승빈 원장(환경조경나눔연구원)은 기조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 도시 재생의 흐름을 짚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2000년을 기준으로 도시 개발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는 대규모 철거 위주의 과격한 개발이 주를 이루었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시민 눈높이에 맞춘 친환경적, 친문화적, 친보행적 개발로 전환했다는 것. 그는 이를 ‘경계 긋기’와 ‘경계 허물기’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이 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한 도시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지구온난화, 황사, 미세먼지 등과 같은 돌발적 기상 사태에 대비하고 한정된 지구 자원과 국토 자원을 다음 세대와 함께 나누어 쓸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연구위원(건축도시공간연구소)은 ‘우리나라 도시 재생의 현황과 조경의 역할’을 주제로 도시 재생 특별법의 세부 내용과 도시 재생 사업의 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국무총리 소속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시 재생 선도지역 13곳(도시경제기반형 2곳, 근린재생형 11곳)을 지정했다.

국토교통부와 도시재생지원기구로 지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연구원,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등 3개 전문기관은 함께 도시 재생 사업의 행정·기술적인 사항을 지원한다. 근린재생형은 지역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추진 주체 구성과 주민 교육 등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주민 스스로 지역의 자산을 활용하여 실행력있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제기반형은 현장 여건 분석을 통해, 민간 투자가 가능한 복합개발사업 등을 지자체 주민이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도시 재생 사업에 대한 내용과 해당 사업에 필요한 조직체를 소개했는데 모두 조경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도시 재생 관련 사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도시 재생은 기존의 도시 사업들에 대한 ‘대안’임을 강조하며, 관련 사업에서 조경가가 창의력과 유연성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시 재생 시대, 조경의 과제는?

임승빈 원장은 21세기 한국의 유토피아로 ‘그린 유토피아’를 제시했다. 그린 유토피아는 시민 모두가 평등하게 건강하고 쾌적한 자연 및 녹색 환경을 향유하며 소외 계층을 위한 녹색 나눔 활동이 활발한 세상이다. 임승빈 원장은 그린 유토피아를 만드는 구체적 방법으로 그린 인프라 체계의 확립과 그린 생활환경 조성을 제시했다.

박준서 소장(Design L)과 강동진 교수(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그린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가졌던 고민을 이야기했다. 박준서 소장은 그가 수행한 이화동 벽화마을 프로젝트와 한남동 교각 하부 프로젝트를 설계 과정에서부터 그 결과까지 되짚어봤다. 그는 마을을 예쁘게 꾸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사람’이라는 모호한 대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간을 실제로 이용하는 주체인 대중, 특히 주민에 대한 신중한 고민과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동진 교수는 캠프 하야리아, 산복도로(영주동) 오름길, 대청로, 동천, 북항, 동해남부선 기찻길(폐선부지)등 조경을 통한 부산의 도시 재생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6월 2일 수상작이 발표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학생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을 추진하고 심사위원을 맡기도 한 그는 “동해남부선 기찻길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길”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동해남부선 기찻길에 상업적 목적으로 레일바이크나 스카이라이더 등 관광 시설물을 설치하겠다는 부산시와 철도공단의 아이디어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진 토론회에서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시민참여의 문제에 대해 조명했다. 그는 디자인 면에서의 퀄리티 저하와 같이 시민참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커뮤니티와 도시재생사업단 등 도시 재생에 참여하는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향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용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는 도시를 풍요롭게 하는 도시 재생의 핵심 요소는 녹지라며, 이와 연관된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녹지 분야에서 시민 참여를 숲 가꾸기, 제초 작업, 식생 조사, 기념 식재, 야외 전시, 산책로 보수, 식물 관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많은 시민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도시 재생’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진 지난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도시 재생’ 키워드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는 도시 재생 사업에 시동을 걸고 주민 교육과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재생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도시 재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도시 재생을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으로 오인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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