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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視·공간의 탄생: 한성, 경성, 서울
제5회 서울사진축제, 2014.11.13.~12.13.
  • 김정은
  • 환경과조경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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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전경, 1900.

 

사진으로 보는 서울의 도시경관사

사진의 탄생은 근대적 시時·공간의 탄생과 궤를 함께 한다. 개항을 전후해 조선에 도입된 사진(술)은 근대성이 정초되기 시작한 ‘한성’에서 일제강점기의 ‘경성’, 광복 이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재건한 현대의 ‘서울’에 이르기까지의 도시의 변화를 기록해왔다. 지금은 누구나 카메라 하나쯤 가지고 일상을 기록할 정도로 사진이 친근한 매체이지만, 여전히 사진은 도시와 사회의 역사를 탐색하는 중요한 사료이자 예술적 매체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14년 11월 13일부터 한 달간 ‘서울 視·공간의 탄생: 한성, 경성, 서울’을 주제로 한 제5회 ‘서울사진축제’(총감독 이경민)를 개최했다.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2012년부터 기획된 ‘서울 삼부작’의 마지막 전시로, 서울의 ‘기억’(2012), ‘사람’(2013)에 이어 ‘공간’을 키워드로 했다.

2014 서울사진축제는 서울 도시 경관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본 전시(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를 중심으로 시민참여형 전시로 기획된 특별전, 그리고 시민 강좌와 시민 워크숍을 비롯한 각종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는 외국인의 조선 여행기에서 시작해 국가기록원 등 정부와 서울시의 기록 사진 아카이브, 관변 간행물, 매체 사진, 사진가들의 작품 사진등 다양한 맥락에서 생산된 700여 점의 사진들이 망라되어 각 시대별 도시 이미지를 드러냈다. 동시에 도시경관 변화의 주요 원인인 도시계획, 근대 여가 문화, 전쟁, 근대화·산업화 정책 등을 키워드로 삼아 서울을 다층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한성에서 경성으로

본 전시 제1부 ‘한성에서 경성으로’는 1880년대의 사진을 시작으로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생산된 사진 자료를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개별사진들이 전달하는 물리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각 사진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방식을 통해 일제강점기 식민당국의 시각적 지배 방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수필 등의 문학 작품과 영화 등을 통해 당시 경성 시민들의 도시에 대한 미적 감수성과 그에 대한 반응도 함께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원형경관과 그 변동’을 주제로 마련된 섹션1에서는 1876년 개항 이후부터 1907년 고종이 강제 퇴위되기 전까지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과 일본인이 남긴 여행기와 사진첩을 통해 서울의 원형 경관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대한제국기의 주요 건축물과 정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외교관 거리의 모습을 통해 점차 변모해가는 도시 경관의 변화상을 만나게 된다. 섹션2 ‘근대 건축의 각축장’에서는 1900년대부터 1940년대 사이 세워진 근대 건축 사진을 아카이빙하여 건축물의 성격과 용도에 따라 보여주었으며, 섹션3 ‘박람회, 건축양식의 실험장’에서는 1929년 개최된 조선박람회장에 세워진 주요 전시관의 외관 사진을 중심으로 식민지 건축 양

식의 이중적 성격을 살펴보았다. ‘식민지 수도의 탄생’을 주제로 전시된 섹션4에서는 조선이 강제 병합된 직후부터 실시된 경성시구개정사업의 결과를 보여주는, 사업 이전과 이후의 모습을 비교한 20곳의 사진을 통해 경성이 식민지 수도로 재편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비교 방식의 사진 배치는 제국주의 시대에 고안된 시각적 설득 방안의 하나로, 시구개정사업으로 식민지 조선이 근대화, 문명화되었다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게 하는 일제의 시각적 지배 방식의 하나였다.

섹션5 ‘식민지 관광과 경성의 표상’에서는 1930년을 전후해 운영된 경성유람버스의 주요 코스를 중심으로 경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생산되었으며 그 장소가 갖는 식민주의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사진축제에서는 연계 프로그램으로 당시 ‘경성유람버스’의 노선(조선호텔[황궁우]-남산분수대[조선신궁]-신라호텔[장충단]-경복궁)을 따라 버스를 운행해 시민들이 공간 변화를 직접 체험할수 있게 했다.


경성에서 서울로

본 전시 제2부 ‘경성에서 서울로’는 1945년 해방 이후 식민지 수도라는 한계를 안고 근대 도시로 변모한 경성이 한국 전쟁과 전후 재건 사업,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근대화 및 산업화 정책, 그리고 재개발 사업 등의 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메가 시티로 변화해온 모습을 다루었다. 전쟁과 폐허, 그리고 개발의 과정 속 도시를 바라보는 여러 사진가의 시선 변화를 쫒는 것도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흥미로움이었다.

섹션1 ‘전쟁과 도시’에서는 한국 전쟁 당시의 사진들을 통해 집단적 기억과 표상으로 반복되는 도시 공간의 파괴를 바라보는 사진의 시선들에 초점을 맞춘다. 섹션2의 ‘착실한 전진’에서는 해방부터 1970년대까지 재건과 경제 개발 당시 ‘근대화’를 추진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정부 공식 기록물, 관변 간행물에 수록된 사진을 통해 바라본다. 1960년대 고속도로 건설 현장의 황량한 벌판에 나란히 앉아 구경하는 갓 쓴 이들을 찍은 전몽각의 사진은 당시 서울의 물리적 경관뿐만 아니라그 풍경을 바라보는 시민들이 느꼈을 시각적 충격 또한 고스란히 전달한다. 섹션3 ‘정치적 풍경’에서는 대한뉴스 속 표어들과 함께, 정부 수립, 대통령 취임, 국빈 방문 등을 기념해 거리에 세워졌던 아치,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가 세운 ‘애국선열’ 15인의 동상, 대중동원 사진을 통해 한국의 ‘근대화’ 과정 속의 경관을 살펴본다. 섹션4에서는 ‘살기 좋은 서울’이라는 주제로 1970년대 이래 공공 기록으로서 촬영된 자료 사진을 통해 재개발의 시대별 경향과 현장을 누비며 재개발이전부터 이후까지 촬영해 온 작가들의 사진을 통해 서울의 경관 변화를 비교해 본다. 섹션5 ‘유동하는 시선’으로 넘어오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들의 시선을 통해 ‘도시의 눈Urban Eye’으로서 사가는 지금이 시점 우리가 어떠한 이미지를 ‘도시’라고 인식하고 의미화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동시에 도시 너머의 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 기록의 아카이빙서울사진축제의 ‘서울 삼부작’은 일반인들의 사적인 기념 사진을 박물관에 전시하면서 민간 기록물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경민 총감독은 “아카이브는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개인 기록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력의 필요에 의해 생산된 아카이브는 국민들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국가 이데올로기가 개입되고, 이를 바탕으로 공식 역사와 공식 기억이 재구성”1될 수 있기때문이다. 이번 사진 축제의 특별전인 ‘여가의 탄생’은 서울의 대표적인 나들이 공간이었던 창경원의 모습을 통해 여가 문화의 한 면을 살펴보는 ‘창경원의 추억’과시민들의 나들이 사진을 공모하여 구성한 ‘추억의 나들이를 떠나요’로 구성되었다.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사진 속에는 공식 기록에 미처 담기지 못한 다양한 단편들이 담겨있어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능성 역시 보여주었다.

연대기순으로 배열된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흐름에 따라 겉모습을 바꾸어가며 반복되는 도시의 여러 요소들을 볼 수 있으며,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문화적 관성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있다. 이렇듯 우리가 계보를 짚어가며 기원의 현장을 포착하려는 이유는 아마도 원형 속에 감춰진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함일 터이고, 이것이 아카이브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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